오호 통재라
이사람 권대감~
뭐가 그리 급해서 이렇게나
서두루시는가~
우리네 황혼이 저렇게 불타고 있는데~
이더위 여름속에서
입추가 화를 내고 있는 건~
권대감 자네를 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인기라~
머한다꼬 화사한 미소띤
사진 여풀대기로 흰국화로
벌씨 도배를 하노~
마한다꼬 그 먼길을 혼자서 가시려고
그리 애쓰셨능가~
누가 자네더러 부귀영화를
누리라고 했능가~
누가 먼저 가서 터 닦아 노라 그랬능가~
누가 뒤에서 등이라도 떠미시든가~
누가 천년만년 살다 가라 켔능가~
아직은 지상에 더 머물러도
누가 뭐라칼 사람 아무도 없을진데~
머한다꼬 바람에 꽃잎지듯
서둘러 떠나버려 믿기지도 않네~
아~ 통제로다
누구를 위하여 이세상 왔다가
그리 급하게 가시능고~
부모님을 위한 과업은 충실충분했건만
자식을 위한 지아비의 역활과
지어미를 위한 처신은 너무 각박 하구먼~
우얄라꼬 이카능가~
조선팔도 좀더 후비고
다니다 가마 좀 조흔가~
남아 있는 동기 해병들은
우야란 말이고~
에이 니기미~
자네 혼자 가쁘마 다가~
무심한지고~
무심한지고~
아닐세 우리가 미안허이~
우리가 자네를 좀더
챙겨서야 했는데~
메간지를 잡고 끌고서라도
점검해 봐야 했었는데~
이제와 이카마 머하노~
아무 부질없는 일인데~
그래 권대감~
우리 서로 가든길 가세나~
자네를 만나 세상 즐거웠네~
자네를 이세상에서
만나게 되서 참 행복했네~
고마우이~
부디 가능길에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지 마시고~
구중구천에 떠돌아 다니지 마시고~
먼저 간 동기들 만나서
얼차려는 주진말고 편안히
잔 건내며 지내시게나~
다만 요단강 건널제 그 뱃사공에게
뒤에 오는 울 동기들 잘 부탁한다고
연통이나 넣어 주시게나~
우리 언젠가는 또 만나야제~
여기 이세상 일일랑 다 이쟈뿌고~
저세상으로 편안케 가시게나~
산사람은 다 살아 간다는
옛말도 있지 않능가~
부디 저 세상에서 지켜 줄 수만 있다면
자네 넝쿨들 자알 지켜 주시게나~
우리 470기 동기들은 쪼메이 더
열심히 살다가 뒤따라 가겠네~
그래도 자네는 복 받은거여~
이렇게 많은 동기들이 몇날며칠
날세가며 마지막까지 배웅해준께~
마지막 남는 동기가 어느시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시간 까지 자네를 마니 그리워 할걸세~
대감~정말 사랑하네~
편안하게 편안하게 자알 가시게나~
대한민국 해병 470기 동기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