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가 말하는 그의 연기, 그림, 그리고 인간 김성훈의 이야기
하정우의 첫 번째 에세이 『하정우, 느낌 있다』. 영화 <추격자>, <국가대표>, <황해>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개성으로 자신만의 족적을 만들어온 배우 하정우. 그리고 2011년 현재까지 세 번의 전시회를 성공리에 마치고 100여 점의 작품을 완성한 화가 하정우의 이번 에세이에는 저자의 그림 60점여 점과 함께 그림 작업과 연기, 가족과 사랑, 우정과 일상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가 그림의 ‘첫 스승’이라 부르는 배우 고현정과의 일화와 오늘날의 배우 하정우를 있게 한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윤종빈 감독과의 인연, 아버지인 배우 김용건을 향한 애틋한 마음, 그리고 지면이나 화면을 통해 다 전하지 못했던 ‘인간 김성훈’에 대한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이 남자 하정우, 그림도 연기도 느.낌.있.다.
카메라 앞에서보다 더 진솔한,
하정우의 그림과 연기 무엇보다 삶 이야기
* 하정우 작품 60여 점 수록! *
냉철한 캐릭터 분석가,
지독한 연습벌레,
야심만만한 예술가,
천진난만한 장난꾸러기,
이 모든 얼굴이 ‘하정우’ 안에 있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추격자> <멋진 하루> <국가대표> <황해>에 이르기까지 인디와 메인스트림을 넘나들며 뚜렷한 개성으로 자신만의 족적을 만들어온 배우 하정우, 그가 어느 날 붓을 들고 이젤 앞에 섰다. 2003년 ‘그냥’ 그리고 싶어 시작했다. 2007년 <추격자>를 찍는 동안 고된 몸과 마음을 추스르려 본격적으로 그림 작업에 뛰어들었다. 2011년 현재까지 세 번의 전시회를 성공리에 마치고 100여 점의 작품을 완성했다. 그사이 연기 내력 또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연기와 그림 작업이 절묘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하정우는 그림과 연기를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다른 얼굴”이라 말한다.
운동선수처럼 독하게 훈련하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로 영화를 찍는다.
그렇게 밥과 같은 연기가 만들어진다. 그러고 나면 몸과 마음에는 잔여물이 생긴다. 연기로는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 그것을 끄집어내어 그림을 그린다.
그러면 술과 같은 그림이 만들어진다.
그림이 나를 회복시키고 다시 연기에 정진하도록 고무하는 것이다.
_본문 중에서
하정우의 첫번째 책 『하정우, 느낌 있다』에는 그의 그림 60여 점과 함께 그림 작업과 연기, 가족과 사랑, 우정과 일상에 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간 지면이나 화면을 통해 다 전하지 못한 ‘인간 김성훈’의 면면도 만나볼 수 있다. 해외에서 입국신고서 직업 칸에 ‘배우actor’ 대신 ‘화가painter’라고 적게 된 사연, 그가 그림의 ‘첫 스승’이라 부르는 배우 고현정과의 일화, 오늘날의 하정우를 있게 한 <용서받지 못한 자> 윤종빈 감독과의 각별한 인연, 아버지(배우 김용건)를 향한 애틋한 마음, 피카소의 청색시대에 빗대 스스로 ‘회색시대’라 이르는 암울했던 시절 이야기까지, 그가 나직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각각의 이야기는 연기와 그림처럼 서로 보완적”이다.
‘느낌 있다.’ 어떤 것이 나를 끌어당겼을 때,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설명할 수는 없을 때 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길을 걷다가 풍경이 특별해 보일 때 ‘느낌 있다’고 한다. 설명하면 이렇다. ‘가게 지붕과 간판의 색감이 빛 때문에 선명해졌다. 낯선 곳의 풍경 같다.’
_본문 중에서
A PAINTER. 하정우, 이젤 앞에 서다
영화 <추격자>(2008)를 찍을 때였다. 하루 종일 연쇄살인범 지영민을 연기하고 호텔로 돌아오면 머릿속이 복잡했다. 고된 촬영으로 몸은 지쳤고 머리는 좀처럼 맑아지지 않았다. 마음 역시 어둡고 무거웠다. 조명을 어둡게 하고 집에서 챙겨온 베개를 베고 누워도 편안해지지 않았다. 눈을 감고 조용한 음악을 들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나는 억지로 잠을 청하는 대신 그림을 그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루이즈 부르주아의 드로잉처럼 단순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능숙한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펜을 잡았다. (……) 왼손 낙서를 할 때만큼은 낯선 느낌에 사로잡혔기 때문에 나는 지영민도 하정우도 아닐 수 있었다. 그 낯선 느낌이 내게 자유를 준 것이다. _「그림의 첫 스승, 현정 누나」 중에서
AN ACTOR. 하정우, 카메라 앞에 서다
내 대본을 보면 대사 옆에 날짜와 바를 정正 자가 적혀 있다. 리딩을 연습한 날짜와 횟수를 기록해둔 것이다. 여기 소개하는 대본들은 연극을 하던 때의 대본이다. 특히 <두번째 사랑>을 촬영할 때에는 영어로 대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바를 정 자를 빼곡하게 적었다. 맡은 역할이 불법체류자였으므로 그에 맞는 느낌을 만들어내야 했다. 또 내 영어 실력이 유창하지 않았으므로 연습을 통해 극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 공부와 연습, 조율의 과정을 모두 끝내고 나면 촬영에 들어간다. 이때 연기는 ‘재생’과 같다. 재생 버튼, 즉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이제까지 연습한 것이 바로 나온다는 의미에서이다. 촬영중에 필이 온다면 좋겠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가 준비한 그대로 연기할 뿐이다. _「제가 무당입니까? 빙의가 되고 필을 받게……」 중에서
A MAN. 하정우 그리고 김성훈, 거울 앞에 서다
김윤석 선배와 서울에 가기 위해 함께 케이티엑스를 탔을 때이다. 피곤했는지 선배는 금세 잠이 들었다. 잠든 선배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마도 많은 이가 선배를 특별한 눈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사생활이 노출되지 않은 연기파 배우, 그래서 사람들은 김윤석이라는 사람을 더 궁금해하고 특이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아는 선배는 그 누구보다 평범한 사람이다. 촬영을 하지 않을 때면 가족들과 여행을 가고 피곤하면 입을 벌리고 잠드는 아저씨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드니 조금 위안이 되는 것도 같았다. 그저 사람들의 렌즈에 따라 다르게 보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30대 성인 남자, 그게 바로 나다. 나 스스로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 충분하다. _「30대 성인 남자이지 말입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