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이라는 작가는 너무나 유명하다. 작품만큼이나 그녀의 사생활도 술안주거리로 자주 거론되는 것으로 미루어 ‘연예인 급’ 인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작한 것에 비해 나는 그녀의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고등어』,『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인간에 대한 예의』를 오래 전에 읽었다. 본격적으로 문학을 공부하면서부터 그녀의 작품을 대중소설에 가깝다, 라는 평가를 내린 뒤 멀리했던 거 같다.
올해, 우연찮게 Daum에 연재되는 『도가니』를 매일 읽으면서 그녀를 재평가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독자와 진실하게 소통하는 작가라는 것이다. 그녀의 작품은 재미있고 쉽게 읽힌다. 그러면서도 사회문제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작가는 독자가 있어야 비로소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작품을 독자에게 읽힘으로써 사회 문제를 인식하게 할 수 있다면 그 작가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100쇄를 돌파했다고 선전하는 『즐거운 나의 집』. 중앙일보에 연재할 때 가끔 눈에 밟히면 읽곤 했는데, 11월 정모 뒤풀이에서 화우님과 이 책에 대해 몇 마디 나눈 뒤, 사게 되었다. 읽고 난 뒤의 소감은 한마디로 이렇다. 가족이라는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책을 읽고 난 뒤,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을 지도 모른다.
『즐거운 나의 집』은 공지영의 가족 이야기다. 그렇다고 모든 내용이 논픽션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할 것이다. 소설은 ‘허구’라는 거울을 통과하니깐 말이다.
첫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위녕’이 어머니의 집에서 사는 여섯 계절 동안 겪고 느꼈던 것들이 주를 이룬다. 고2에서 지방 교육대학을 다니기 위해 집을 떠나기까지의 시간. 위녕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애어른 위녕. 간혹 위녕은 엄마의 엄마가 되기도 하고 친구가 되기도 한다. 딸 역할도 제대로 해낸다. 이런 모녀 관계는 현실 속 나와 딸아이의 관계와 닮아 흥미롭기도 했다. 가끔 철없는 짓을 하는 엄마와 엄마의 엄마같은 딸. 한마디로 철이 일찍 들어버린 애어른. 친구 같다가도 엄마 같다가도 딸 같기도 한. 하지만 슬픈 어떤 것을 내재한 애어른.
결코 이 가족은 슬프지만은 않다. 사회의 편견 때문에 늘 혼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선생님들. 하지만 그들이 공유하는 것은 놀랍게도 유머다.
유머라는 것은 인생을 살다가 고난을 당했을 때 용기나 인내, 혹은 희망보다 더 필요한 것이라고 본문에서 는 말한다. 가족 내부에 흐르는 유머는 작품 속 엄마의 천성이자 사회의 편견 속에서 스스로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아닐까, 라고 내나름대로 풀이해본다.
엄마를 닮은 위녕은 둥빈과 제제에게도 누나 역할을 곧잘 잘 해낸다. 엄마는 그의 부모님에게 성이 다른 형제지만 성이 같은 형제보다 더 친밀하지 않냐고 묻는다. 이 해답을 위녕이 내리고 있다. 엄마를 사랑하기 때문에 엄마가 낳은 동생들까지 사랑할 수 있다고. 위녕은 친아빠와 새엄마 사이에서 난, 성이 같은 동생이 있지만 둥빈과 제제만큼 사랑하지 않았던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답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토요일(12월 26일). 나는 절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남원으로 차를 몰았다. 그 전날 이 책을 다 읽었고 그 느낌이 새로워서 같이 동행한 S선생에게 『즐거운 나의 집』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모든 사람이 같은 느낌을 공유한 것은 아니다. 정색을 한 S선생은 사생활을 소설화하면서 자신을 합리화하는 게 아니냐고, 전 남편들의 사생활은 어떻게 책임 질 거냐고, 되물었다.
나는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할말이 없어서가 S선생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한 여자의 굴곡 많은 인생은 어쩔 수 없지만 아이들을 책임지는 엄마들은 어떠하든 위대하다고.
작가의 말 중 이런 말이 있다.(343쪽)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렵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아는 것이라고. 그러면서 그녀는, 나는 엄마였고, 엄마로서 두 발을 단단히 땅에 딛고 서 있어야 했다, 라고 고백한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 그녀는 지금도 열심히 사랑하고 글을 쓰고 간혹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울기도 할 것이다. 어떤 삶이든, 열심히 사는 인생은 다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늘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내가 잘못된 것일까.
저자 : 공지영 (孔枝泳)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1988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착한 여자』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즐거운 나의 집』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등이 있다. 21세기문학상과 한국 소설문학상, 오영수 문학상,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제10회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봉순이 언니』『착한 여자』를 쓰고, 착한 여자로 살면 결국 이렇게 비참해진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그녀는 7년 간의 공백기를 가지면서 선한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확신을 갖고 계속 글을 쓰고 있다는 그녀는 공백기 이후 『별들의 들판』을 내고 나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사랑 후에 오는 것...연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1988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착한 여자』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즐거운 나의 집』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등이 있다. 21세기문학상과 한국 소설문학상, 오영수 문학상,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제10회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첫댓글 열심히사는것처럼아름다운건없지요 근데, 모르시는말씀울면서 피우면 코가얼마나 매운줄 아세요, 좋은글 고맙습니다 행복한하루보내세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왜 코가 매워요
댐배는 다 울고나서 피워야 제맛이남니다속도 후련하고요제 경험이에요
철이 들면서 부터 모든걸 희생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엄마"가 "여자"로 보이고 그 "여자"가 "동지"로 바뀌였습니다. 이 과정들도 모두 내가 자라고 있다는 증거일겁니다. 그리고 삶에 지쳐 좌절하고 싶을때 어머니는 어느새 "원심력"이 되어 우리를 끌어들이고 다시 살아가게 합니다.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가족은 "베이스 캠프" 입니다. 목표를 향해서 끊임없이 나아갈수 있도록 그리고 돌아가서 재충전할수 있도록 해주는.....이번 신정연휴엔 "가족" 이 주제가 되는 따뜻한 소설 "거운 나의집"입니다 항상 좋은서평 써주시는 나쁜녀석님 감사해요.
하, 맞아. 베이스 캠프. 그 구절도 좋았는데. 역시 화우님이 제대로 짚어주셨네요. 감사. 그리고 사랑의 결핍은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치유된다, 라는 구절도 좋던데. 위녕이 고양이를 키울 때 생각하는 구절. 그래서 저는 너무나 울 집 강아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닌지 다음 때 화우님이 이 책 가지고 발표하셔도 좋을 듯
위녕 때문에 한동안 고양이를 기르고 싶은 유혹에 빠져서 허우적 댔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와 함께 한다는것이 고양이와 내자신을 속박할거 같아 포기했습니다. 지금생각하니 저도 결핍되어 있나봐요. 헤헤헤
헤; 헤;
좋은책 같아 보이는데 담에 봐야지..ㅎㅎㅎ 난 지금 읽고 있는책이 많아서 그리고 일이 많아서 조금 미뤄 두고 담에 ㅎㅎ 감사 서평
가람님도 슬슬 토론 준비를 하셔야되지 않을까 싶은데요쩝. 회장님
제작년에 우행시 읽고 오랫만에 펑펑 울었었는데..(책을 읽고 영화를 보니, 책이 훨~씬 낫더라구요..)그후 꾸준히 관심이 있었는데 못읽었어요..도가니랑, 즐거운 나의 집이랑 알라딘 보관함에 늘 들어있는데..ㅠ.ㅠ 내일부터 황금연휴기간동안 함 도전해보까 생각중입니다..서평을 읽고 나니 더욱 그 마음이 모락모락...
황금연휴에 읽으면 아주 좋아요 잔잔한 클래식 틀어놓고 커피한잔 홀짝이면서 읽으면 더욱더. 난 공지영 작가님의 책은 "봉순이 언니"를 처음 접했었는데 내친김에 봉순이 언니도 합니다.
저도 '봉순이 언니'를 잘 읽었어요. 보통내기가 아닌 애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 지금 유명한 작가가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