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누가 와야 한다
산은 무너져 가고
강은 막혀 썩고 있다
누가 와서
산을 제자리에 놔두고
강물도 걸러내고 터주어야 한다
물에는 물고기 살게 하고
하늘에 새들 날으게 하고
들판에 짐승 뛰놀게 하고
초목草木과 나비와 뭇 벌레
모두 어우러져 열매 맺게 하고
우리들 머리털이 빠지기 전에
우리들 손톱 발톱 빠지기 전에
뼈가 무르고 살이 썩기 전에
정다운 것들
수천 년 함께 살아온 것
다 떠나기 전에
누가 와야 한다.
=[우리들의 시간] 박경리 시집 70~71쪽에서=
누가?
누가가 누가일까?
1926년생이신 박경리 선생님은 1945년 해방되기 전까지 약 20년을
일제 점령기간에 생활하실 때 해방을 생각하시며 이 시를 창작하신 것인지,
1950년 한국동란 전후의 피폐한 산야를 보시고 원래의 모습을 생각하시며
쓰신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기다림"이라는 단어 앞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기다리면 오는 것이 있을 것이고,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이 있을터.
올 수 있는 것이라면 기다려야지요.
이것이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요 소망이 아니겠습니까?
젊은 시절 어르신으로부터 "걱정도 팔자다"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걱정, 근심 없이 사는 사람 있던가요?
마음속 어느 구석에 걱정, 근심이 늘 존재하지 않던가요
돈 많은 재벌 총수치고 감옥에 가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으며,
권력이 높은 사람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영어의 몸이 되기도 합니다.
오히려 평범한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니던가요.
걱정이 없어지면, 어느새 또 다른 근심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던가요.
걱정한다고 사라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걱정의 치료제는 기다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난 세월, 많은 걱정이 사라졌다 채워지기를 반복하지 않던가요.
죽을 것 같은 걱정과 어려움...........
일 갑자를 살다 보니, 다 한 장의 추억이었습니다.
2007년에 발행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론다 번"의 [시크릿]이라는 책의 요점은
근심, 걱정, 염려....를 하게 되면 이러한 것들이 현실이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
즉 근심 걱정을 하게 되면 이것이 나에게 오고,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잘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를 갉아먹는 걱정, 근심, 불안, 부정을 흐르는 강물이나
산천초목에 버리고, 감사하는 마음과 기다림으로 생활하면
세상은 살만하다는 것을 알게 되더군요.
철 따라 변하는 산야를 보면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우리네 인생과 다름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진수성찬보다, 보리밥 물에 말아 고추장을 젓가락도 없이 숟가락 끝으로 찍어 먹던
한 끼가 더 맛있었던 것은 감사라는 반찬이 있었던 것이기에 가능했지요.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주말입니다.
기다리면 온다는 강한 믿음을 가슴에 품고,
좋은 생각, 행복한 가슴으로 오늘을 여유롭게 보내시길 빌면서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