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게임시장의 전반적인 흐름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신작의 흥행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졌단 것이다. 기존의 게임들이 그대로 서비스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신작들은 매달 수 십 개씩 쏟아져 나왔고, 결국 수요보다는 공급이 많아져 흥행에 참패하는 게임들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게이머들의 눈높이도 높아져 수준급의 웰메이드(Well-made) 게임이 아니고서는 주목조차 받기가 힘든 실정이다. 이 때문에 2009년 흥행작은 손에 꼽을만했고, MMORPG 장르 이외의 게임들은 주목조차 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올해 선보인 게임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2009년 흥행에 성공한 히트작과 함께 게임업계의 주목을 받은 몇 가지 일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봤다.
신작 흥행, 하늘의 별따기
올해 선보인 게임 중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은 한게임의 <C9>이다. <C9>은 지난 8월 오픈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어 현재 PC방 점유율 11에서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얼마 전 그래픽카드 손상 사태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인기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 다음으로는 KTH의 <카로스 온라인>, 웹젠의 <뮤 블루>가 있다. 11월 선 보인 두 게임이 흥행에 성공했다고 판단 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서비스 시작과 함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현재는 PC방 점유율 20위권 대에 올라있다.
엔플루토의 <콜오브카오스>도 서비스 초기에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운영에 미흡함을 보이며 경쟁력을 잃은 상태다.
이처럼 신작게임이 흥행하기 힘든 상황에서 기존의 점유율이 높은 게임들은 큰 변동 없이 그대로 순위를 유지했다. PC방 점유율 10위 안쪽으로는 거의 변화가 없었으며, 1위부터 5위까지는 거의 고정이었다.
<아이온>, PC방 점유율 독보적 선두 & 골치 아픈 접속 장애
특히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은 단 한 차례도 1위를 내주지 않는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온>이지만 PC방 업계에서는 ‘밉상’이 되기도 했다. 몇 번의 큰 접속장애를 일으킨 <아이온>은 PC방 단체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는가 하면, 소송까지 번지기도 했다.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PC방의 대표적인 인기게임이지만, 지난 추석 통합계정으로 인해 발생한 PC방 서비스 장애 사태는 블리자드에 대한 게이머들과 PC방 업주들의 반발심만 잔뜩 키웠다.
변함없는 게임시장의 특정 장르 유행
<아이온>이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처럼 순위권에 오르진 못했지만, 2009년에도 역시 ‘유행’이란 것이 이어졌다. 바로 TPS 게임의 연이은 출시다.
<메탈레이지>와 <버블파이터>를 필두로 TPS 게임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이후 <헤쎈>, <워크라이> 등이 선을 보였다. 여기에 연말이 다가오며 네오위즈게임즈의 <디젤> 등 각 게임사에서 TPS 게임 신작을 발표, 2010년에도 TPS 게임의 유행은 쭉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MORPG ‘속편’들도 연달아 출시됐다. 기존의 시리즈에 PvP 시스템을 강화시켜 새로운 모습의 게임으로 다시 선을 보이는 것이다. <뮤 블루>, <미르의 전설 X>, <프리스톤 테일 워> 등이 대표적인 예이며, 이러한 유행은 다른 게임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능성 게임에 대한 관심 높아져, 게임 인식 변화의 기회
이 외에도 기능성 게임에 대한 관심이 커진 한해였다. 폭력적, 선정적인 게임이 난무하는 요즘,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게임들이 속속 출시되고, 기능성 게임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각 게임사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9월에는 경기도와 성남시가 공동으로 주최한 경기기능성게임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으며,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전북디지털진흥원과 기능성 게임 육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게임업계의 이러한 시도는 게임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식을 줄 모르는 야구 게임의 인기
한국 프로야구가 그 어느 때 보다도 호황을 누리며, 야구 게임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CJ인터넷의 야구 게임 <마구마구>가 2009년 프로야구의 메인스폰서로 나서며 야구 게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한 층 더 높아졌다. CJ인터넷의 <마구마구>, 네오위즈게임즈의 <슬러거>는 여느 MMORPG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고, 모바일 게임인 게임빌의 <2010프로야구>는 출시 한 달여 만에 50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엔트리브에서 <프로야구 매니저>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야구 게임의 호황도 잠시, CJ인터넷의 KBO 라이센스 독점 계약으로 인해 야구 게임계는 현재 초상권 분쟁으로 얼룩진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