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 에페 3,14-21. 복음 : 루카 12,49-53.
미리 공지를 하지 못했지만 지난 주일과 어제 오후에 카페 자캐오나무를 임시 오픈했습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코로나19의 여파로 불안해서 그런지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일 오후에는 편안하게 책을 읽었고 어제는 본당 청년과 면담을 했습니다. 집무실이 아니라 더 편안하게 90분 동안 속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손님이 없을 때 자주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주어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부터는 주일과 수요일 오후에 2번 상설 운영하려 합니다. 제가 부담 없이 봉사할 수 있는 시간에 임의로 잡았습니다. 카페는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운영되오니 답답하신 분들은 언제든지 차한잔의 여유를 누리러 오세요.
한편 오늘 오전에는 내분비내과 진료를 다녀왔습니다. 이제 3개월마다 한번씩 진료 받을 때 피검사를 통해 “당화혈색소” 수치를 확인합니다. 당뇨 환자에게는 이 수치가 중요한데요. 지난번에는 7.2가 나와서 엄청 혼났는데 오늘은 7.0이 나왔습니다. 체중도 1kg이 줄어서 혼나진 않았지만 더 분발하기로 했습니다. 6.5이하가 나와야 정상인데 다른 수치는 괜찮았지만 공복 혈당이 높아서 밤에 먹는 걸 줄여야 합니다. 생각해보니 추석 전후부터 최근까지 밤에 먹은 게 많았네요. 주1회 정도로 줄이고 운동 횟수를 늘려야겠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제가 감사로 있는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진과 함께 품앗이 대표이사님을 모시고 “우리조합 배당규칙 만들기”를 진행했습니다.
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산하 단체로 작년 봄에 출범한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은 작년 7월 갈마동 성당 교육관 옥상에 “불휘햇빛 1호 발전소”를 설치하였습니다. 최근 기후위기와 맞물리면서 이후 다른 성당들에서도 탄력을 받을 줄 알았지만 논의 과정 중에 여러 난관에 부딪히면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갈마동 교우의 건물 옥상에 개인 1호를 설치하면서 성당이나 수도회 건물에 국한하지 않고 개인 주택으로 확장시켜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1곳을 더 설치하려고 준비 중인데 태양광 설치비용을 마련하려면 더 많은 조합원들을 모집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으려면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멘토링을 해주신 강사님은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이 출범한지 2년이 채 안되었기 때문에 지금 피터지게 논쟁을 하면서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조합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오늘 복음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세상에 평화가 아니라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공동체가 참 평화로 나아가려면 서로 치열한 논쟁을 펼쳐야 합니다. 그러기에 “분열”을 뜻하는 그리스말 ‘디아메리스모스’에는 “불일치” “의견충돌” “부조화” 등의 의미도 담겨 있지만, 어근인 동사 ‘디아메리조’에는 “나누다” “분리하다”는 뜻도 있음을 기억합시다. 불을 지피는 작업은 결속력을 다지는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