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발효제빵소 ‘르봉뺑’(Le Bon Pain)과 하늘의 빵>
[1] 2020년 2월 24일 월요일, SBS <생활의 달인> 717회에 ‘연유 쌀 바게트 달인’인 38세의 장동욱 씨가 소개된 적이 있다. 그가 경영하는 천연발효제빵소 ‘르봉뺑’(Le Bon Pain)은 가평에서 ‘줄서서 먹는 빵집’으로 유명하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SNS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각종 TV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유명세를 모으며 전국에서 찾아오는 빵지순례 명소가 됐다.
[2] 어제 출판사 대표와 볼 일 보러 서울에 갔다가 이 빵집을 방문해서 빵맛을 보고 오기로 작심하고 가평으로 출발했다. 1시간 반 가까이의 짧지 않은 거리임에도 둘 다 마음이 맞아서 기대하며 찾아갔다.
대표 메뉴는 하루 500개씩 팔리는 ‘연유쌀바게트’였다. 쌀가루에 천연발효종을 첨가해 반죽하고 겉반죽을 2차로 발라 굽는다.
[3] 인기가 많아 8명의 직원이 아침 6시부터 12시간 동안 하루 종일 7번 빵을 구워야 할 정도이다. 손님들이 줄을 서서 예약하고 기다리기 때문에 많은 손님에게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1인 3개만 구입하도록 한정하고 있다. 딱딱해 보이는 겉반죽의 바삭바삭한 식감과 속반죽의 부드럽고 쫄깃한 맛과 함께 직접 개발한 연유크림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만들어 낸다.
[4] 뿐만 아니라 요일마다 2, 3가지 메뉴를 바꾸어 특색 있는 스페셜 빵을 선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매월 신메뉴를 개발해 요일별로 메뉴를 바꾸어 판매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인기가 없는 제품은 새로운 메뉴로 교체한다.
장 대표는 “매월 신메뉴를 내놔야 하기 때문에 메뉴 개발에 항상 고민 한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구미와 식감에 맞는 빵 개발을 위해 얼마나 열과 정성을 다하는 지 감탄할 정도이다.
[5] 꼭 들러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제빵소에서 맛있는 빵도 맛보고 목사이자 설교학자로서 많은 깨달음과 도전의 시간도 된 거 같아 너무 기쁘다. 한두 개 사서 먹고 말 빵을 팔면서도 고객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저리도 대단한 정성과 노력을 다해 새로운 메뉴개발에 신경 쓰고 있건만, 매일 매주일 기름진 꼴을 먹여야 하는 대상들인 성도들의 구미를 당기기 위해선 오늘의 설교자들이 얼마나 많은 정성과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됐다.
[6] 마 4:4절은 이렇게 말씀한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기록되었으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 하시니.” 우리의 육은 떡이나 빵 같은 음식을 먹어야 살고 영은 하나님의 말씀을 먹어야 살 수 있다.
육신의 양식은 한 끼 안 먹으면 절대 못사는 사람이 영의 양식은 주일 강단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 외엔 전혀 섭취하지 않고도 아주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7] 2017년 G&M 글로글로벌문화재단-지앤컴 리서치가 성인남녀 개신교인 700명을 대상으로 ‘성경읽기’ 실태를 조사한 결과 19.5%가 성경을 ‘매일’ 읽는다고 답한 반면, 평소에 성경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25.3%에 달한다는 확실한 수치가 나왔다. 성경을 읽는 그리스도인은 꾸준히 성경을 읽고 있지만, 평소 성경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응답자 수가 가장 많아 신앙생활에 있어 양 극단의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8] 이밖에 개신교인이 성경을 읽는 횟수는 ‘일주일 2~3번’은 19.5%, ‘일주일 1번’은 14.8%, ‘월 1~2회’는 11.7%, ‘그 이하’는 9.2%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일주일 평균 성경을 읽는 시간은 ‘1시간 45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성경을 읽는 응답자(523명)을 대상으로 일주일 동안 성경을 읽은 시간을 질문한 결과 ‘30분 이하’ 17.4%, ‘30분 초과~1시간’ 15.5%, ‘1시간 초과~2시간’ 17.1%, ‘2시간 초과 4시간’ 12.7%, ‘4시간 초과’ 9.0%로 조사됐다.
[9] 전체적으로는 성경책을 1시간 이상 읽는 응답자가 39.0%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 2015년 본지가 전국 11개 신학대학원 300명을 대상으로 일주일 동안 성경 읽은 시간을 조사한 결과 ‘1시간~2시간 미만’이 35.7%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5시간 이상’이 19.0%, ‘2시간~3시간 미만’이 15.3%로 조사됐다.
신대원생들의 일주일 평균 성경읽기 시간은 2시간 43분이었다.
[10] 신대원생들의 성경읽기 시간은 일반 교인에 비해 대략 1시간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목회자들은 과연 얼마나 성경을 읽고 있을까?
대학 시절 나는 차를 타고 가든지 수업 후 10분간 휴식 시간이든지 가릴 것 없이, 틈만 나면 성경을 읽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신대원 시절에는 하루에 성경을 95장씩 읽기로 작정하고 그대로 실천했던 사람이다.
[11] 신대원 생활이 얼마나 바쁘고 힘든지 경험해본 사람은 잘 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러 과목의 수업에다가, 써야 할 페이퍼와 읽어야 할 책, 그리고 크고 작은 시험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하루에 성경을 95장씩 읽어야 했으니 잠을 3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고, 생활관에서 열리는 새벽기도에는 아예 참석할 수 없었다. 신대원 수업을 시작한 지 몇 주 동안은 내가 정한 목표를 채우려다 몸이 파김치가 되는 경험을 했다.
[12]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는 3명의 친구들이 독종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힘들게 시작한 ‘하루 성경 95장 읽기’의 목표가 어느덧 내겐 식사를 하는 것만큼이나 힘들지 않는 습관으로 정착이 되었다. 1학년 2학기가 되었을 땐 교회 사역을 위한 기도를 시작했다. 10월에 반 친구가 자기 교회에 교육전도사를 뽑는데 지원해보라고 해서 서울의 홍릉교회란 곳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몇 주 후 1차 합격했으니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13] 면접 보러 갔더니 2학년 선배와 나 둘 중 한 사람을 선택한다는 것이었다. 선배가 먼저 들어가고 5분도 채 안 되어 나온 후 내가 들어갔다. 담임 목사님은 집회를 가셔서 안 계시고 장로들과 면접을 봤다. 질문은 딱 하나였다. 성경을 몇 독 했냐는 질문이었다. 너무 기뻤다. 내겐 너무도 자신 있는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50독 정도는 한 것 같다고 했더니 많이 읽으셨다고 칭찬해주었다. 기도 한 번 해달래서 기도한 후 그것으로 면접은 끝이 났다.
[14] 기숙사로 돌아오는데 선배를 물리치고 내가 결정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나이에 성경 50독 이상한 사람이 잘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한 달 후 반 친구가 결과를 알려줬다. 내가 떨어지고 선배가 결정됐다는 것이었다. 내 인생에 그때만큼 비참하게 느껴진 순간은 없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패배감이 내 온몸을 뒤덮는 것 같았다. 내가 왜 떨어졌을까? 그렇게 성경을 사랑하고 많이 애독한 내가 왜 떨어졌을까?
[15] 친구의 얘기를 들으니, 나와 경쟁한 선배는 성경을 100독 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 말에 나는 더 큰 좌절감과 패배주의에 사로잡혔다. 그 나이에 성경 50독을 한 나도 미쳤지만, 내 배나 성경을 읽은 그 놈은 더 미친놈이란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날 그 쓰라린 경험 이후 나는 성경말씀에 더 미친 사람이 되어간 듯하다. 서울대 교수의 연구실에 걸린 한 문구가 생각이 났다. 평소 내 마음에 새겨둔 소중한 구절이다.
[16]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중국 북송시대 시인인 소동파의 시구(詩句)인 ‘인생도처유청산(人生到處有靑山-‘세상 곳곳이 청산이다’)에서 원용한 것이다. 그 뜻은 ‘인생 도처에는 나보다 상수, 즉 고수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걸터앉는 놈 있다는 얘기다. 그 날로부터 나는 더 숨 가쁘게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성경에 빠져들다 보면 나와 세상은 간 곳 없고 말씀 속에 푹 빠져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17] 그 때 그 경험만큼 나를 쓰라리게 함과 동시에 큰 행복을 가져다 준 사건은 지금껏 없었던 것 같다. 이후 더 크게 도전받고 성경을 더 많이 애독하다가 목사 안수를 받고 유학을 가서 성경을 더 깊이 전공하고 학위를 받다가 보니 어느덧 성경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어 있는 내 모습을 지금에 와서야 발견하게 된다.
그 때 성경 100독을 한 선배에게 처참하게 밀린 경험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18] 젊은 나이에 처음 도전한 경쟁에서 쓰디쓴 약을 먹긴 했지만 그게 내 영혼을 위해서나 사명을 위해 얼마나 유익한 양약이 되었는지 모른다.
어제 <생활의 달인> 김동욱 씨의 천연발효제빵소 ‘르봉뺑’(Le Bon Pain)을 방문하면서 받은 도전과 깨달음도 만만치 않다.
[19] 한 끼의 빵을 만드는 일에도 고객들의 입맛을 당기기 위해서 저렇게 대단한 공부와 노력과 정성을 다하는데, 영의 양식을 사모하는 성도들을 위해선 오늘의 설교자들이 얼마큼 신선하고 맛난 하늘 빵을 늘 제공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았다. 육신의 빵을 위해서도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찾아가게 만든다면, 영의 양식을 위해선 얼마나 더 큰 관심을 갖고 입맛을 다시며 모여들게 해야 할 것인지, 나를 비롯한 설교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