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류수의 조우라고 하는 마을에 계셨다. 이 때 어떤 비구가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른바 연기법(緣起法)은 세존께서 만든 것입니까? 다른 사람이 만든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연기법은 내가 만든 것도 아니요, 또한 다른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시거나 세상에 출현하시지 않거나 법계에 항상 머물러 있다. 저 여래는 이 법을 스스로 깨닫고 등정각(等正覺)을 이룬 뒤에, 모든 중생들을 위해 분별해 연설하고 드러내어 보이신다. 그것은 이른바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이고,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내지)…… 완전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발생하며, 무명이 소멸하기 때문에 행이 소멸하고 ……(내지)…… 완전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만일 세계를 어떤 신이 창조했다면 연기법 역시 그 창조신이 만들었다 하리라. 그러나 연기법은 신이나 인간이 만든 게 아닌 그렇게 있는 진리다. 그렇게 있는 것을 세존이 발견하고 가르친 것이다. 더군다나 연기법은 마음 법이다. 불법은 신이나 인간이 만들어 가르친 게 아니다. 그렇게 그러이 있는 법을 석가모니께서 발견하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무명이 있으면 그에게는 무명계의 연기 세계가 펼쳐진다. 무명을 멸하면 그에게는 명계의 연기 세계가 펼쳐진다.
신에 의해 정해진 채 움직이는 게 아니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채 움직이는 것이 아니요.. 잘 알지 못하는 무명 또는 밝게 보는 명, 어떤 상태에서 의지를 행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발생한다. 무명에서 행하면 괴로움이 쌓이고, 명에서 행하면 괴로움이 없다.
그러면 12연기법의 각 지(支)는 어떤 의미가 있나.. <298경>에 나오는 12지 의미는 하사(下士)에서 설명이 되는데.. 그 이유는 12지를 존재로 인정하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298. 법설의설경(法說義說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류수의 조우라고 하는 마을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연기법(緣起法)에 있어서 그 법에 대한 설명[法說]과 뜻에 대한 설명[義說]을 말하리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마땅히 너희들을 위해 설명하리라. 무엇이 연기법의 법에 대한 설명인가? 이른바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이니, 즉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내지)……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발생하느니라. 이것을 연기법의 법에 대한 설명이라고 하느니라.
무엇이 연기법의 뜻에 대한 설명인가? 이른바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다'고 한다면 그 어떤 것을 무명(無明)이라 하는가? 만일 과거를 알지 못하고 미래를 알지 못하고 과거와 미래를 알지 못하며, 안을 알지 못하고 밖을 알지 못하고 안팎을 알지 못하며, 업(業)을 알지 못하고 과보(果報)를 알지 못하고 업과 과보를 알지 못하며, 부처님을 알지 못하고 법을 알지 못하고 승가를 알지 못하며, 괴로움을 알지 못하고 발생을 알지 못하며, 소멸을 알지 못하고 길을 알지 못하며, 인(因)을 알지 못하고 인이 일으키는 법을 알지 못하며, 착함과 착하지 않음을 알지 못하고, 죄가 있고 죄가 없음과 익히고 익히지 않음과 못나고 뛰어남과 더럽고 깨끗함과 연기에 대한 분별을 모두 알지 못하며, 6촉입처를 사실 그대로 깨달아 알지 못하고, 이러저러한 것을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며, 빈틈없고 한결같음[無間等]이 없어 어리석고 컴컴하며, 밝음이 없고 크게 어두우면 이것을 무명이라고 하느니라.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다 하니, 어떤 것을 행(行)이라고 하는가? 행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몸의 행[身行]·입의 행[口行]·뜻의 행[意行]이니라.
행을 인연하여 식이 있다 하니, 어떤 것을 식(識)이라고 하는가? 6식신(識身)을 이르는 말이니, 안식신(眼識身)·이식신(耳識身)·비식신(鼻識身)·설식신(舌識身)·신식신(身識身)·의식신(意識身)이니라.
식을 인연하여 명색(名色)이 있다 하니, 어떤 것을 명(名)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네 가지 형상[色]이 없는 음(陰)이니, 즉 수음(受陰)·상음(想陰)·행음(行陰)·식음(識陰)이니라. 어떤 것을 색(色)이라고 하는가? 4대(大)와 4대로 만들어진 것을 색이라고 말한다. 이 색과 앞에서 말한 명을 합해 명색이라고 하느니라.
명색을 인연하여 6입처(入處)가 있다 하니, 어떤 것을 6입처라고 하는가? 6내입처(內入處)를 일컫는 말이니, 안입처(眼入處)·이입처(耳入處)·비입처(鼻入處)·설입처(舌入處)·신입처(身入處)·의입처(意入處)이니라.
6입처를 인연하여 접촉이 있다 하니, 어떤 것을 접촉[觸]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6촉신(觸身)이니, 안촉신(眼觸身)·이촉신(耳觸身)·비촉신(鼻觸身)·설촉신(舌觸身)·신촉신(身觸身)·의촉신(意觸身)이니라.
접촉을 인연하여 느낌이 있다 하니, 어떤 것을 느낌[受]이라고 하는가? 3수(受)를 이르는 말이니, 괴롭다는 느낌·즐겁다는 느낌·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다는 느낌이니라.
느낌을 인연하여 애욕이 있다 하니, 어떤 것을 애(愛)라고 하는가? 이른바 3애(愛)이니, 욕애(欲愛)·색애(色愛)·무색애(無色愛)이니라.
애(愛)를 인연하여 취함이 있다 하니, 어떤 것을 취함[取]이라고 하는가? 4취(取)이니, 탐욕에 대한 취함[欲取]·소견에 대한 취함[見取]·계에 대한 취함[戒取]·나에 대한 취함[我取]이니라.
취함을 인연하여 존재가 있다 하니, 어떤 것을 존재[有]라고 하는가? 3유(有)이니, 욕유(欲有)·색유(色有)·무색유(無色有)이니라.
존재를 연하여 태어남이 있다 하니, 어떤 것을 태어남[生]이라고 하는가? 만일 이러저러한 중생들이 이러저러한 몸의 종류로 생겨나, 뛰어넘고 화합하고 태어나서 음(陰)을 얻고, 계(界)를 얻고, 입처(入處)를 얻고, 명근(命根)을 얻으면 이것을 태어남이라고 하느니라.
태어남을 인연하여 늙음과 죽음이 있다 하니, 어떤 것을 늙음[老]이라고 하는가? 만일 털이 하얗게 세고 정수리가 벗겨지며, 가죽이 늘어지고 감각기관이 문드러지며, 사지가 약해지고 등이 굽으며, 머리를 떨어뜨리고 끙끙 앓으며, 숨이 짧아져 헐떡이고 앞으로 쏠려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몸이 시커멓게 변하고 온몸에 저승꽃이 피며, 정신이 희미해져 멍청히 있고 거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쇠약해지면 이것을 늙음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죽음[死]이라고 하는가? 이러저러한 중생들이 이러저러한 종류로 사라지고, 옮기며, 몸이 무너지고, 수(壽)가 다하며, 따뜻한 기운이 떠나고, 명(命)이 소멸하여 음(陰)을 버릴 때가 이르면 이것을 죽음이라고 한다. 이 죽음과 앞에서 말한 늙음을 합해 늙음과 죽음이라고 한다. 이것을 연기의 뜻에 대한 설명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98경>은 하사(下士)에서 설명이라 하면 상사(上士)에서 설명은 어떻게 되는가. 무명에서 노사까지 모두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고 했을 때.. 이것인 마음은 뒤이어 나오는 저것 마음에 합류한다.
297. 대공법경(大空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류수(拘留搜)의 조우(調牛)라는 마을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마땅히 너희들을 위해 설법하리라. 처음·중간·마지막이 다 좋고, 좋은 뜻과 좋은 맛이며 순일(純一)하고 청정(淸淨)하며, 범행이 맑고 깨끗하나니 이른바 대공법경(大空法經)이라는 것이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너희들을 위하여 설명하리라.
어떤 것을 대공법경이라고 하는가?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니, 즉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행을 인연하여 식이 있으며 ……(내지)……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발생하느니라. 태어남을 인연하여 늙음과 죽음이 있다고 하면, 혹 어떤 사람은 '그 누가 늙고 죽으며, 늙고 죽음은 누구에게 속한 것인가?' 하고 따져 묻는다. 그러면 저들은 곧 '내가 곧 늙고 죽는다. 지금의 늙고 죽음은 내게 속한 것이고, 늙고 죽음은 바로 내가 그렇게 되는 것이다'라고 대답한다.
그들은 '명(命)이 곧 몸[身]이다'라고 말하고, 혹은 '명이 다르고 몸이 다르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곧 마찬가지 뜻인데 여러 가지로 말한 것일 뿐이다. 만일 '명이 곧 몸이다'라고 알아 말한다면, 그것은 범행자(梵行者)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또 '명이 다르고 몸이 다르다'고 보아 말한다면, 그것도 범행자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두 극단에 대해 마음이 따라가지 않는 것이 바르게 중도(中道)로 향하는 것이다. 현인(賢人)과 성인(聖人)은 세상에 나와 사실 그대로 뒤바뀌지 않고 바르게 보나니, 이른바 '태어남을 인연하여 늙음과 죽음이 있고, 이와 같아서 태어남[生]·존재[有]·취함[取]·애욕[愛]·느낌[受]·접촉[觸]·6입처(入處)·명색(名色)·식(識)·행(行)도 마찬가지이며,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다'고 보느니라.
만일 누가 '무엇이 곧 행이며, 행은 누구에게 속한 것인가?' 하고 물으면 저들은 곧 '행이 곧 나요, 행은 곧 내 것이다'라고 대답한다. 저들은 이와 같이 '명이 곧 몸이다'라고 말하고, 혹은 '명이 다르고 몸이 다르다'라고 말한다. 어떤 이든지 '몸이 곧 몸이다'라고 보는 자라면, 그런 범행자는 있을 수 없다. 혹은 '명이 다르고 몸이 다르다'고 말한다면, 그런 범행자도 또한 있을 수 없다. 이 두 극단을 여의는 것이 바르게 중도로 향하는 것이다. 현인과 성인은 세상에 나와 사실 그대로 뒤바뀌지 않고 바르게 보나니, 이른바 '무명을 연하여 행이 있고 ……(내지)……'라고 보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만일 무명에서 탐욕을 여의어서 밝음[明]이 생긴다면, 그 누가 늙고 죽을 것이며 늙고 죽음이 누구에게 속하겠느냐? 늙고 죽음이 곧 끊어지면, 마치 다라 나무 밑동을 자르듯 그 근본을 끊을 줄을 알아 미래 세상에 있어서 나지 않는 법이 될 것이다. 비구들아, 만일 무명에서 탐욕을 여의어서 밝음이 생긴다면, 그 누가 태어날 것이며 태어남이 누구에게 속하겠느냐? ……(내지)…… 누가 행할 것이며 행이 누구에게 속하겠느냐? 행이 곧 끊어지면, 마치 다라 나무 밑동을 자르듯 그 근본을 끊을 줄을 알아 미래 세상에 있어서 다시는 태어나지 않는 법이 될 것이다. 비구들아, 만일 무명에서 탐욕을 여의어서 밝음이 생긴다면, 그 무명이 소멸하면 곧 행이 소멸하고 ……(내지)……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하나니, 이것을 대공법경(大空法經)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세존은 묻는다..
모든 비구들아, 만일 무명에서 탐욕을 여의어서 밝음[明]이 생긴다면, 그 누가 늙고 죽을 것이며 늙고 죽음이 누구에게 속하겠느냐? 늙고 죽음이 곧 끊어지면, 마치 다라 나무 밑동을 자르듯 그 근본을 끊을 줄을 알아 미래 세상에 있어서 나지 않는 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