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緣分)과 인연(因緣) 그리고
"覆水不返盆(복수불반분)"
엎질러진 물은 다시는 물동이로 돌아가지 못한다.
즉, 한 번 저지른 일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
한 번 헤어진 부부는 다시 돌이킬 수 없고,
한 번 헤어진 벗은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중국 주나라를 창건한 '무왕'의 아버지인 ‘서백’이 어느 날,
황하강 지류인 위수로 사냥을 나갔다가 지쳐서 강가를 거닐던 중,
낚시를 하고 있는 초라한 행색의 한 노인을 만났다.
수인사(修人事)를 나누고 잠시 세상사 이야기를 하던 중, '서백'은 깜짝 놀랐다.
초라한 늙은 시골 노인이 외모와 달리 식견과 정연한 논리가 범상치 않았다.
단순히 세상을 오래 산 늙은이가 가질 수 있는 지식 정도가
아니라 깊은 학문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논리였다.
잠시 스쳐가는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한
'서백'은 노인에게 공손히 엎드려 물었다.
"어르신 함자가 어떻게 되십니까?"
"성은 강, 이름은 여상이라 하오."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 보니 제가 스승으로 모셔야 할
분으로 여겨집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너무 과한 말씀이요. 이런 촌구석에 사는 농부가 뭘 알겠소."
‘강여상’은 거듭 사양을 했으나 '서백'의
끈질긴 설득으로 결국 그의 집으로 따라갔다.
그때 강여상은 끼니 조차 잇기 함든 곤궁한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 못 견디어 아내 '馬'씨 마저 집을 나간지가 오래되었다.
강여상은 '서백'의 집으로 따라가
그의 아들 ‘발’의 스승이 되어 그에게 글을 가르쳤다.
그 '발'이 바로 주나라를 창건한 무왕이고,
강여상은 주나라의 '재상'이 되어 탁월한 식견과 놀라운 지도력을 발휘했다.
강여상이 어느 날, 가마를 타고 행차를 하는데
웬 거지 노파가 앞을 가로 막았다. 바로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아내 '馬'씨였다.
남편 여상이 주나라 재상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천리
길을 걸어서 찾아온 것이다.
'마'씨는 땅에 엎드려 울면서 용서를 빌었다.
강여상은 하인을 시켜 물을 한 동이를 떠오게 한 후 마씨 앞에
물동이를 뒤짚어 엎었다. 물은 다 쏟아지고
빈 동이는 흙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런 후 '마'씨에게 "이 동이에 쏟아진 물을 도로 담으시오.
그렇게만 한다면 당신을 용서하고 집에 데려 가겠소."
'마'씨는 울부짖으며 말했다."아니! 한 번 엎질러진 물을
어떻게 도로 담습니까? 그것은 불가능 합니다."
강여상은 그 말을 듣고는 "맞소,
한 번 쏟은 물은 주워 담을 수 없고
한번 집과 남편을 두고 떠난 아내는 다시 돌아올 수 없소."
노인 ‘강여상’이 바로 낚시로 세월을 낚았다는 ‘강태공’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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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숙종 때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인 ‘옥단춘전’
(玉丹春傳)에 한 마을에 ‘김진희’와
‘이혈룡’이라는 같은 또래의 아이 두 명이 있었다.
둘은 동문수학하며 형제같이 우의가 두터워
장차 어른이 되어도 서로 돕고 살기로 언약했다.
커서 김진희는 과거에 급제해 평안감사가 됐으나,
이혈룡은 과거를 보지 못하고
노모와 처자를 데리고 가난하게 살아가던 중,
평양감사 된 친구 진희를 찾아갔지만
진희가 만나주지 않았다.
하루는 연광정에서 평양감사가 잔치를 한다는 말을 듣고 다시 찾아갔으나 진희는
초라한 몰골의 혈룡을 박대하면서 사공을 시켜
대동강으로 데려가 물에 빠뜨려 그를 죽이라고 한다.
이때 ‘옥단춘’ 이라는 기생이 혈룡이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사공을 매수,
혈룡을 구해 그녀 집으로 데려가 가연 (佳緣)을 맺는다.
그리고 옥단춘은 이혈룡의 식솔들까지 보살펴 준다.
그 후 혈룡은 옥단춘의 도움을 받아 과거에 급제,
암행어사가 돼 걸인행색으로 평양으로 간다.
연광정에서 잔치하던 진희가 혈룡이가 다시 찾아 온 것을 보고는
재차 잡아 죽이라고 하자 어사출두를 해 진희의
죄를 엄하게 다스린다. 그 뒤 혈룡은 우의정에까지 올랐다.
어린 날의 언약를 생각하며 찾아온 이혈룡을 멸시하고
죽이려고 까지 한 김진희는 자신의 체면과 위신을 세우기 위해서
옛친구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양반층의 숨겨져
있는 추악하고 잔인한 속물근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강태공과의 천생연분을 함부로 끊은
아내 '馬'씨와 이혈룡과의 친구간 우애를 칼로
무 자르듯 잘라버린 김진희는 모두 말로가 매우 비참해졌다.
연분과 인연과 우정의 맺힌 끈은 자르는 게 아니라 푸는 것이 지혜롭다.
삶에서 생긴 고리도 함부로 끊는게 아니고 푸는 것이다.
일단 끊어 버리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인배는 인연과 연분을 마구 끊는
큰 실수를 저지르고는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상대가 잘못했다.'
는 '독설'로 상대를 공격하는 잔인성을 드러낸다.
공자는 '논어 (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에서
"군자 구제기(君子求諸己), 소인구제인(小人求諸人)"
=>군자는 자신에게 허물이 없는가를 찾고,
소인배는 잘못을 남에게서 찾는다."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연분, 인연이나 우정을 무 자르듯 잘라내기보다
얽힌 실타래를 풀어 다시감듯 해야 아름다운 노년을 구가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좋은날 재당진123조중팔퍼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