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는? 바로 인도입니다. 2022년, 약 14억 5천만 명의 인구로 중국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습니다. 이와 함께 인도는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GDP 기준 세계 5위인 인도는 매년 성장률이 세계 최상위인 8%에 달하며, 강력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이 주목하는 인도 자동차 시장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의 영향을 받은 인도 자동차 시장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중요한 신흥 시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현대기아)은 1996년 진출 이후, 현재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며 인도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인도가 미래다”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인도를 그룹의 핵심 성장 시장으로 꼽았습니다.
최근 인도에서는 승용차 보급률이 높아지며 자동차 시장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때 삼륜차 등 경량 운송수단이 우세했지만, 지금은 승용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특히 현대차는 2024년 10월, 인도 주식시장 역대 최대 규모의 IPO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시장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혼잡한 인도 대도시의 도로, 인도에서는 기존에는 삼륜차 등 경량 운송수단이 우세하였으나 최근 승용차 보급율이 높아지고 있다.인도 자동차 시장의 성장, 탄소 배출의 블루오션이 되지 않으려면?
현재 인도는 가구당 차량 보급률이 약 8.5%로, 한국(50%), 미국(80~90%)의 1인당 차량 보급률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이 말은, 경제 성장이 지속된다면 차량 보급률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인도가 한국 수준(인구 50%)의 차량 보급률로 올라선다면, 약 7억 2천 5백만 대의 신규 차량 수요가 생기는 셈입니다. 이는 현대기아가 세계 시장에서 연간 약 700만 대를 판매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엄청난 시장 잠재력을 의미합니다. 그야말로 자동차업계의 블루오션이라 부를 만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이 모든 차량이 내연기관차로 보급된다면? 그렇다면 인도는 단순히 자동차 판매의 블루오션이 아니라 탄소배출의 블루오션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타지마할 앞에서 북극을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그린피스 활동가내연기관차 중심의 현대기아, 문제는 없을까?
그린피스 분석에 따르면, 현대기아가 자동차를 판매하는 모든 시장 중 인도에서의 배출량 증가가 가장 두드러졌습니다. 2023년 기준, 현대기아의 인도 시장 총배출량은 2,913만 톤을 기록하며, 뉴질랜드 전체 연간 배출량(3,012만 톤)에 육박했습니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판매 전략이 그 이유입니다.
현대기아가 인도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99.8%가 내연기관차(휘발유, 경유)로, 전기차 비율은 단 0.2%에 불과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SUV 판매 증가로 차량 한 대당 배출량은 5년간 155.3g/km에서 169.9g/km로 9.4% 상승했습니다. 신흥 시장의 전동화 목표 부재와 덩치가 큰 내연기관차 판매량의 증가는 결국 배출량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판매 전략은 현대기아의 탄소중립 약속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인도 사회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배기가스에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이 포함되어 있어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됩니다. 이미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인도에서, 델리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24년 11월 기준 500을 초과하며 숨쉬기 어려운 수준까지 악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시민들의 기대 수명이 약 10년 단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뭄바이 바시 브리지에서 대기오염 해결을 촉구하는 액션을 하는 그린피스 활동가신흥시장에서 전기차 전환이 필요한 이유
내연기관차 중심 전략은 환경 문제뿐 아니라 현대기아의 장기적 비즈니스 리스크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유럽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고, 미국 역시 2032년까지 차량 평균 배출량을 85g/mile로 제한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2023년 기준 현대차의 차량당 배출량은 292g/mile로, 규제를 맞추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멉니다.
더 큰 문제는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입니다. 테슬라와 BYD 같은 기업들이 전기차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올인하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기아가 모든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왔을때 뒤처질 가능성이 큽니다. 전동화를 미루면 미룰수록 기술 격차는 커지고, 시장 점유율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신흥 시장에서도 전기차 전환은 더 이상 시기상조가 아닙니다. 인도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과 정책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소비를 중시하는 인도 소비자들의 변화는 현대기아가 내연기관차 판매에 집중하는 전략이 시장 신뢰를 무너뜨릴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전 세계 시장에서 빠른 전기차 전환이 필요한 이유
현대기아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럽, 미국, 한국 등 주요시장 뿐만 아니라 신흥 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시장에서 빠른 전기차 전환을 이루어야 합니다. 특히 신흥 시장에서도 구체적인 전동화 목표를 설정하고,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를 중단해 나가야 합니다.
현대기아차는 “2045년 탄소중립”이라는 약속을 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의선 회장이 기후변화·에너지빈곤 해결을 위해 촉구했던 “과감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린피스는 수송부문 탄소배출의 큰 책임을 가진 자동차 제조사들이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 나라 대표 기업인 현대기아가 빠른 전기차 전환과 실질적인 탄소중립 이행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다할 뿐만 아니라 신뢰 받는 친환경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그린피스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통, 탈탄소 교통 확대를 위해 ‘친환경 자동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내연기관차와 작별하고,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에 대한 시민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