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이달의 훈화
대림 제3주간 - 주님성탄대축일이창영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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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영 바오로 신부는 1991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로마 교황청 라테라노 대학교 성 알폰소 대학원 윤리신학 박사, 대구가톨릭대학교 윤리신학 교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무국장,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생명윤리위원회 총무, 가톨릭신문사 사장, 매일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성당, 만촌1동성당 주임신부를 역임했다. 현재 천주교 대구대교구 대외협력 본부장과 가톨릭대학교 특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림 제3주간(12월 17-23일)
구유 경배
크리스마스트리와 더불어 성탄절 장식 중에 많은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예수님의 탄생 장소인 ‘구유’입니다. 비록 보잘것없는 말구유이지만 가톨릭교회는 역사 안에서 구유 경배를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구유 경배에 대한 역사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구유는 1223년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이탈리아 그레치코라는 곳의 교회 동굴 앞에 처음으로 구유를 만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수도회 형제들에게 베들레헴의 참모습, 즉 하느님의 아들이 가난과 궁핍 속에서 인간들에게 오셨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싶어서 교황님의 허락을 받아 구유를 만들어 놓고, 소와 나귀를 아기 예수님 옆에 배치하였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말구유가 탄생하게 된 역사적인 배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탄 대축일로부터 주님 공현 대축일까지 교회는 구유 경배를 계속해 왔습니다.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을 하늘의 천사들이 찬미했고, 목동들이 찾아와 경배하였습니다. 또한 멀리서 별의 인도를 따라 인류를 구원하실 아기 예수님께 경배드리기 위해 동방의 박사들이 구유를 찾아왔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오랫동안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아기 예수님께 대한 경배를 꾸준히 하면서 성탄 시기를 지내왔습니다.
세례로 태어난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주님의 자녀로서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경배하는 것은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구유에 누워 계시는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면서 그분이 우리의 왕이심을 확인하고, 동방의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린 것처럼 우리도 정성 된 마음으로 아기 예수님께 예물을 봉헌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교회의 이 아름다운 전통인 구유 경배를 통하여 날마다 우리의 삶이 성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주님성탄대축일(12월 24-30일)
성탄의 신비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은 참으로 기쁜 날, 축복된 날입니다.
하느님이 인간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심으로써 이 세상은 이제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다툼과 분열의 세상이 아니며, 미움과 증오의 세상이 아니며, 죄악과 불신의 세상이 아닌 새로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이 세상은 의미 있는 세상, 기쁨과 즐거움이 넘치는 세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셔서 우리를 찾아오심으로써 구원의 길, 평화의 길이 활짝 열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구원과 평화를 주시러 오신 하느님은 참 이상한 방법으로 오셨습니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이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간에게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서 직접 ‘인간의 모습’으로 오셨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시기 때문에 아예 인간이 되셔서 오신 것입니다.
이렇게 완전한 사랑은 ‘닮는 것’입니다. 완벽한 사랑은 사랑하는 상대방을 ‘온전히 닮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인간을 닮아 사람이 되신 것입니다. 이 얼마나 놀랍고 신비로운 사랑입니까? 하느님께서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아예 인간이 되셔서 오시다니, 이 얼마나 깊고 심오한 사랑입니까? 과연 이보다 더 완벽한, 이보다 더 완전한 사랑이 도대체 어디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 이 세상의 한가운데 태어나셨듯이 우리도 이 세상 한 가운데에 또 다른 그리스도로 태어나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제도 오늘도 악이 있는 곳에 악을 제거하시고, 불행이 있는 곳에 행복을 심어주시고, 싸움과 분열이 있는 곳에 평화와 안정을 심어주십니다. 그러기에 우리도 예수님처럼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해 그리스도인답게 살아야 하겠습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이날은 이 세상에 참된 구원의 길, 참된 평화의 길이 열리는 참으로 복된 날입니다. 오늘 우리가 더 이상 세상 욕심에 사로잡히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다면, 오늘은 우리 마음에도 하느님께서 태어나신 날입니다. 자신을 자꾸 내어주어도 결코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오늘은, 하느님께서 주신 참으로 기쁘고 즐거운 날입니다. 성탄의 은총이 늘 우리와 함께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