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꼭 한번 걸어보고 싶었던 신천목장과 신풍목장 뒷편 해안길 올레길 03코스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습니다. 동쪽 성산에서 표선 쪽으로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자동차는 더이상 달릴 수 없게 끊어지고, 사람만 다닐 수 있는 길이 있는데 너른 언덕이 펼쳐진 그 길이 참 궁금했습니다.
우리는 올레 03길로 들어서서 표선 쪽으로 신천항까지 걸어갔다 돌아오는 만보행이었는데요, 왼편에 끝없는 현무암 너럭바위 천지에다 수평선이 제대로 펼쳐진 바다풍경은 가장 제주도스럽습니다. 오늘은 햇빛이 따뜻해서 두꺼운 옷들 대신 다소 초겨울 패션으로 통일했지만 완이는 아무래도 내부를 껴입질 못하니 롱패딩이 좋습니다.
반가운 사실 하나, 오늘 태균이가 입었던 양모조끼는 근래까지 너무 굵어진 허리때문 지퍼를 올릴 수가 없었는데, 오늘보니 무리없이 지퍼잠그기가 됩니다. 안에는 겨울티셔츠 남방등 두께가 있는 티셔츠에 겨울 남방까지 3개나 껴입었는데 그게 가능해지니, 오랫동안 요지수동이던 살들이 조금씩 흔들리는 모양새입니다.
이것도 변화라면 큰 변화인데 준이의 언어강박이 심해졌습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를 똑같이 수없이 반복하고 너무 듣기 싫어서 그만하라고 하면 제가 굴복할 때까지 더 반복하는 경향이 있읍니다. 이런 과정에서 제가 싫어하는 표정이나 반응을 보이면 화를 내거나 전에 없던 애교모드를 불쑥 꺼내놓기도 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좀 이상한 생각이 들게도 만듭니다. 같이 살면서 강박적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견디기 어려울 때가 많지만 태균이 경우를 보니 잘 이겨냈을 때 긍정적 발전들이 많습니다.
신천항은 며칠 전에 신천해수야외풀장부터 걸어가느라 이미 다녀왔던 곳인데 만보를 채우다보니 거기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이 쪽 길은 바다가 참 아름답지만 바다를 끼고 해안도로 안쪽으로 수산가공업체들이 꽤 많이 포진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관광객들은 올레길 03코스 시작지점인 신천목장 뒷편길 정도만 거닐다 가는 정도인 듯 합니다.
우리는 신천항에서 잠시 쉬며 간식도 먹고 휴식도 취하며 멋진 바다풍경도 감상합니다. 완이는 물을 거의 먹지 않고, 집에서도 거의 먹지않더니 요즘 식사습관이 나아지면서 식사와 함께 물마시는 게 늘어난 정도입니다. 완이는 과일을 식사처럼 많이 먹고 탄산음료에 많이 집착합니다. 귤을 하도 좋아해서 저번에 선물받은 귤 한박스가 금방 없어질 줄 알았더니 요즘은 질렸는지 통 먹질 않습니다.
이 녀석 가만히 지켜보면 좋아한다고 연속으로 주면 곧 외면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지난 주 용인에 다녀오면서 가져온 선물들어왔던 망고와 토마토를 새로 주니 그건 게눈 감추듯 먹어치웁니다. 늘 새로와야하는 이 까다로운 입맛, 한결같이 단 것들이지만 일단 잘 먹고봐야 하니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 위주로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신천항까지 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합니다. 5시도 훨씬 안된 시간에 이미 해는 기울고 5시만 넘어도 벌써 어둑해집니다. 출발할 때는 그다지 몰랐는데 돌아오는 길은 바람도 꽤 차겁고 기온이 많이 떨어집니다.
제주도 구석구석 다 걸어서 다녀보려면 3년은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자연풍광이 있는 구석구석 아름답기 그지없어서 그렇게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합니다. 비록 하루에 만보이거나 그것보다 좀 못 할 때도 있지만 만보가 주는 운동의 의미와 함께 눈이 시원해지는 드넓은 풍경 속에서 우리의 마음과 정신도 드맑아 지는 느낌입니다. 태균이 뱃살의 변화를 보며 더 많은 가능성을 점치게 됩니다.
첫댓글 아, 진짜 태균씨 감량 효과가 확인 되니 걷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습니다.
영상과 사진 보며 글 읽으니 힐링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