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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강소연, 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이들이 매년 건강 검진을 통해 전반적인 몸 상태를 확인한다. 그러나 그만큼 영적 건강을 확인하는 데 시간을 들이고 있을까. 이에 ‘건강 검진처럼 영적 검진(Spiritual checkup)을 꾸준히 한다’고 자신 있게 답할 기독교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매주 교회에 나가지만 습관적으로 예배당에 앉아있는 건 아닌지, 은혜받은 자로 누리기만 할 뿐 그 은혜를 이웃에 베풀고 있는지, 성경적 가르침이 옳다고만 동의하는 ‘문화적 기독교인(Cultural Christians)’은 아닌지 등 신앙의 건강을 확인해야 한다. 이런 신앙 점검은 개인의 변화뿐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문화적 기독교인’ 분별 필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 말 기독교 유튜브 채널 ‘바빌론비’에 출연해 “예수님을 구세주로 받아들이냐”는 질문에 한참 뜸을 들인 뒤 “예수님이 주장한 원칙에 동의한다. 그의 가르침에는 큰 지혜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 가르침에 동의한다”고 말하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만들어진 신’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이자 전투적 무신론자인 영국의 리처드 도킨스는 지난 4월 영국 라디오 LBC와의 인터뷰에서 “나 자신을 문화적 기독교인이라고 부른다. 나는 찬송과 성탄 캐럴을 좋아한다. (영국에서 사는 것은) 마치 기독교 분위기가 가득한 집에 있는 것 같다”며 “기독교와 이슬람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매번 기독교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각 자기의 일을 살피라…”(갈 6:4) “너희는 믿음 안에 있는가 너희 자신을 시험하고…”(고후 13:5) 등 성경은 성도가 자신의 마음을 시험하는 것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이는 영적 검진에 해당한다. 영적 검진은 현재 영적 상태를 파악하고 진단하는 일이기에 중요하다. 자신이 ‘무늬만 기독교인’은 아닌가를 진단할 수 있게 해준다. 스스로 문화적 기독교인이라 밝히는 유명인들처럼 기독교적 가치를 받아들이지만 이를 따르는 데 힘쓰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건강한 신앙생활의 기본이 된다.
영적 건강이 좋지 않다는 징후를 알아차릴 경우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 또한 영적 검진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면서 과거를 뒤돌아보고 현재와 비교해 볼 수 있다.
1년에 한 번씩 질문에 답하다
미국 기독교단체인 CS루이스연구소는 영적 검진을 1년에 한 번씩 할 것을 권장한다. 연구소는 홈페이지에 ‘나는 하나님과 가족, 친구, 직장 동료 앞에서 겸손하게 살고 있는가’ ‘나는 다른 기독교인과의 교제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가’ ‘지난 1년간 개인적으로 누군가에게 복음을 증거한 적이 있는가’ 등 12가지 질문을 제시하며 지난 한 해 신앙생활을 점검하도록 독려한다. 각 영역에서 부족한 부분을 강화해 영적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게끔 자료를 함께 제공한다.
영적 검진은 CS루이스연구소 방식처럼 질문에 답하는 형태로 할 수 있다. 적지 않은 기관이나 교회에서 이를 제공하고 있다. 인대인사역연구소의 김민정 목사는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면서 목격한 올바르지 못한 신앙생활을 8가지 유형으로 나눠 영적 검진을 설계했다. 김 목사는 최근 “이 시대 많은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신앙을 숨기거나 그 향기를 드러내지 못한다”며 “그렇기에 우리 안에 있는 소망에 대한 이유를 묻는 자(벧전 3:15)가 애석하게도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 시대 기독교인에게 가장 필요한 영적 검진 항목은 ‘비만 신앙’이라고 김 목사는 강조했다. 성경 공부와 기도 등으로 자신을 채우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만 정작 실천과 섬김으로 은혜를 나누지 못한다는 것. 인대인사역연구소는 ‘나의 기도 제목을 보면 감사할 것보다 간구할 것이 90% 이상 차지한다’ ‘내가 하나님께 구한 복의 종착지는 나와 가족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나와 가족을 위해 하는 일이 월등히 많다’ ‘배우는 것은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데 다른 사람들의 삶을 위한 봉사는 별로 없다’ 등 4가지 서술문을 통해 신앙생활에서 은혜를 받는 것과 주변에 베푸는 것이 균형돼 있는가를 판단하도록 인도한다. 김 목사는 “복음은 결국 남을 잘되게 하는 것인데 흘러나가지 않고 안으로 쌓이는 건 건강하지 않은 신앙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교회서 함께… 이후 실천이 더 중요
경기도 용인의 이룸교회(배성식 목사) 홈페이지에는 교구 사역자들이 함께 기획해 제작한 신앙 점검표가 공개돼 있다. 영적 검진에 해당하는 이 점검표는 2019년 성도들에게 배포되기도 했다. 예배, 공동체 생활 등 신앙 영역과 건강, 영향력 등 생활 영역으로 나눠 균형 있고 건강한 신앙생활을 하는가를 점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신앙 점검표 제작에 참여한 교구팀의 주현철 목사는 최근 “코로나19가 퍼져 대면 예배가 어려워지는 등 신앙생활이 어려워졌을 때 개발한 것”이라며 “몸이 아프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처럼 영적으로 건강한지 확인하는 것은 신앙생활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룸교회는 개인의 신앙생활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개선 방법을 소모임 공동체에서 서로 나누며 보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영적 검진을 통해 현재 상태를 진단해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결과를 바탕으로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현재의 영적인 삶을 평가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따르는 것이 최종 목표인 셈이다.
신앙 점검 후 실천적 삶을 사는 것은 교회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직장인 최창식(32)씨는 몇 해 전 우연히 접한 영적 검진 관련 질문을 통해 자신이 교회 안에서만 착한 사람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교회에서는 항상 웃고 긍정적인 말을 했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렇지 못했다”며 “교회 밖에서는 내가 곧 제사장이자 교회인데 ‘믿는 사람은 달라도 다르구나’하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싶었고, 교회 안과 밖에서의 모습이 다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생 김민지(22)씨도 “예배를 빼먹지 않고 QT도 틈틈이 했지만 정작 내 신앙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확인해 본 적은 없었다”며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복음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 모습이 어떻게 비치는지 등 영적 건강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영적 검진, 공동체 나눔으로 효과 더해
전문가들은 영적 검진이 죄가 있다고 단정하는 정죄 도구로 악용돼서는 안 되며, 공동체가 함께 할 때 더 큰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대인사역연구소의 김 목사는 “함께 영적 검진을 하면 나눔이 있기에 실패담과 성공담을 통해 서로를 격려하고 또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백석대 기독교학부 현상규 교수는 “영적 검진이 단순히 정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자신을 성찰하며 더불어 친밀하고 안전한 공동체에서 이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에 비치면 얼굴이 서로 같은 것 같이 사람의 마음도 서로 비치느니라’(잠 27:19)는 말씀처럼 함께 영적 검진을 하면서 상대를 통해 내 마음을 비춰볼 수 있다”며 “교회의 1대1 제자 양육 프로그램 등에 영적 검진과 그와 관련한 맞춤 지도가 추가되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출처 : 더미션(https://www.themis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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