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교인 수가 점점 줄어 교인이 없어서 문을 닫는 교회들도 많은데
사관학교가 운영된다는 사실 조차 생소한 일이 었다.
입구에는 낡은 나무판으로 기드온 사관학교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주차장에는 15인 승 봉고차와 승용차 4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
5층으로 된 건물 세 동이 있었고 작은 교회가 있었다.
5층 건물들 중 한 동에는 숙소라고 쓰여있는 간판이 붙여 있었고
다른 5층 건물에는 교육관이라고 간판이 걸려져 있었다.
또 다른 5층 건물의 일 층 유리창에는 교무실,교장실이라고
커다랗게 썬팅되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교장실이 있는 5층 건물로 들어섰다.
두 사람은 교장실 앞으로 다가섰다.
장 반장이 옷 매무새를 고치자 박 형사도 옷 매무새를 고쳤다.
장 반장이 교장실 문을 노크했다.
안에서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들어와요.”
문을 열고 들어 서자 안은 제법 큰 사무실이 었다.
양 벽에는 책이 가득한 책 꽂이가 있었고 문을 마주 보고
커다란 책상이 있었다.
요즘 보기드문 책들이 많이 꽂혀있었다.
웬지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요즘 세대는 책을 사서 보는 경우는 거의 드문 일이 었다.
인터넷으로 글을 다운 받아 책을 읽기 때문이다.
손목 형 컴퓨터를 키고는 언제 어디서나 글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글을 읽는 사람들은 그래도 인간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전자 목소리가 읽어 주는 글을 듣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글을 멀리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제는 문자로 쓰여진 책이 골동품이라도 될 것 같은 시대가
된 것이다.
사무실 중앙에는 진한 고동색의 가죽쇼파가 놓여 있었다.
컴퓨터라든가 월드비젼 같은 텔레비젼은 없었다.
마치 문화와는 동 떨어 진 10년 이란 세월을 뒤로 한 것
같은 분위기 였다.
요즘은 휴대용 손목 형 컴퓨터만 있으면 예전에 내비게이션처럼
길 안내를 받을 수도 있고 ,어느 곳에서나 간단하게 손목형
컴퓨터를 켜기만 하면 뭐든 보고 알 수 있는 세상이다.
장 반장이나 박 형사도 휴대용 컴퓨터를 착용하고 다니고 있다.
물론 형사나 경찰, 공무원이 되면 나라에서 지급되는 것이다.
그리고 집에는 대형 컴퓨터가 없는 집들이 없을 정도로 다
소장하고 있다.
집에서나 사무실에서 즐기는 컴퓨터는 손목형과는 달리
실물을 보는 듯 선명한 화질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60대 중반의 남자가 장 반장을 알아 보는 듯 자리에서 일어
나 들어 서는 두 사람에게 다가 와 반겼다.
남자가 장 반장에게 인사했다.
교 장-장 원삼 반장님이시죠?
교장 이 목사입니다.
예전에 TV에서 봤었던 옛 모습 그대로 인 것 같았다.
머리가 희어지고 볼 가에 잔 주름이 깊어진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장 반장은 마음적으로 위축감을 느꼈다.
그것이 뭔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작아지는 것 같았다.
장 반장이 공손하게 자신을 먼저 소개하고 박 형사를 소개했다.
장 반장-시경 강력계 특별수사부 반장 장 원삼 입니다,
이 쪽은 제 파트너 박 제남형삽니다.
박 형사가 가볍게 목례로 인사하자 이 목사는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박 형사도 다급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다시 했다.
장 반장은 박 형사의 행동에 애써 웃음을 참았다.
이 목사-자리에 들 앉으시죠 .
두 분 커피 드시겠습니까?
장 반장-커피보다 콜라나 뭐 그런 것 있으면 주십시요.
이 목사는 환하게 웃어 보이며 책상 곁에 있는 중형
냉장고로 다가갔다.
냉장고는 오랜 세월을 말해 주듯 하얀 냉장고였던 것
같은데 누런 색으로 변질되어 있었고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제법 요란하게 들렸다.
박 형사와 장 반장은 쇼파에 앉았다.
이 목사는 캔으로 된 콜라 두 개와 포도를 담은
접시를 들고 와 ,두 사람 앞에 놓인 탁자에 놓고는
두 사람 앞으로 마주 앉으며 말했다.
이 목사-찾아 오시느라 힘드셨죠.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
장 반장-네비게이션에 입력된 주소는 어디든
찾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쉽게 찾았습니다
이 목사-네비게이션… 아 그렇군요.
네비게이션이 있지요.
전 아직 세상 문화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어서
어지러울 정도라니까요.
세상이 저를 감당하지 못하는 게 '
아니고 제가 세상을 감당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하하하하….
이 목사는 자신의 말에 스스로가 위축되어지는
것 같이 초라하게 보여졌다.
예전에 메스컴으로 봐 왔던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많이 위축되고 작아 보였다.
공허함이 역력히 들어 날 정도로 얼굴에 수심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는 듯 했다.
장 반장은 분위기를 풀어 보자는 심사로 포도를
따 잔뜩 입에 넣고 말했다.
장 반장-포도가 아주 맛있습니다.
이 목사-그럴 수 밖에요.
이건 토종입니다.
이젠 포도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아주 드물어서
우리 한국산을 찾기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장 반장-역시. 한국인 입에는 한국산이 제격입니다.
얻는게 있다 보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인데
전 토종 음식이 없어진게 아쉽습니다.
이 목사-한,미 FTA 협상 이후로 아이티 산업과 자동차
산업등이 발전했지만 농업은 완전히 전멸입니다.
장 반장-돈이 안되니까요.
나라는 부강해 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부패하고
열악해졌다니까요.
이 목사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장 반장을 지긋히
바라보며 말했다.
이 목사-한 시간 후면 저녁 식사 시간이니까
식사들 하고 가십시오.
장 반장-식사는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이 목사는 온화한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잔잔하게 말했다.
이 목사가 온화한 얼굴을 하자 방금 전에 보였던
작고 초라한 모습은 사라지고 담대한 큰 사람으로 보여졌다.
가까이서 보니 나이보다 젊어 보였다.
아니 얼굴이 환해서 광체가 나는 것 같았다.
환한 얼굴은 혈색이 좋아서가 아니라 온화하고
인자한 모습, 모든 것을 다 포용하고 모든 것을
다 받아 줄 것 같은 인상이 었다.
이 목사-후후, 이 곳 음식은 다른 곳과 달리 맛있을 겁니다.
고기 반찬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보기 드문 산나물이며
된장국이 일품이죠.
통조림도 아니고 저희가 직접 만든 된장으로 끊인 겁니다
안 드시고 가시면 나중에 후회하실 겁니다.
이 목사의 자상하고 온화한 목소리에 장 반장은 마음이 풀어졌다.
더욱이나 최근 몇 개월 동안 먹어보지 못한 된장국이라니,
그것도 직접 만든 된장으로 만든 된장국이고 통조림으로 만든
나물이 아니라니 이런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정말 어리석은 일
이라고 생각했다.
장 반장은 환하게 미소지며 대답했다.
장 반장-하하하, 실은 점심때부터 아무 것도 먹지 못 했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신다고 하니 먹고 가야죠.
후회하는 일이 가장 어리섞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요.
장담하실 정도로 맛있습니까?
실은 몆 개월 동안 가공 음식만 먹었더니 제 몸이 통조림이 된 기분입니다.
장 반장의 농담에 이 목사도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박 형사도 그제야 포도를 알 알이 따서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배가 고팠던 탓인지 유난히 달고 맛있었다.
장 반장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 목사는 자리에서 일어 나
커다란 캐비넷앞으로 가더니, 캐비넷을 열고 상자를 꺼내
책상 위에 놓고 상자 안에서 ,4절지 스케치 북을 꺼내 가지고
와 ,장 반장 앞에 밀어 놓고는 자리에 다시 앉았다.
장 반장이 포도를 따 먹으며 대수롭지 않게 스케치 북을 집어 들었다.
집어 든 스케치 북을 대수롭지 않게 펼쳐 보던 장 반장의
얼굴이 순간 ,굳어지고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게 들어 내며
스케치 북을 다시 유심히 보더니 스케치 북을 박 형사에게 건냈다.
박 형사는 포도를 먹던 손을 바지에 쓱쓱 비벼대어 물기를 닦고
스케치 북을 받아 들었다.
스케치 북을 펼쳐 본 박 형사도 놀라운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경악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림을 보는 박 형사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림이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섬뜩한 한기를 느끼게 했다.
박 형사는 두 사람을 바라 봤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박 형사의 시선에 자신들도 놀랐다는
동감의 시선을 보냈다.
첫 번째 그림은 아주 잘 생기고 깨끗한 남자아이가 그려져
있었는데 나이가 가늠되지 않는 이상한 미 소년이 었다.
처음 느낌은 15세 정도였다.
다시 자세히 보니 40대가 넘어 보였다.
잘 그려졌지만 나이가 변하는 것 같은 이상한 그림이 었다.
시선이 갈 때마다 달리 보이는 그림이 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 미 소년에게 느껴지는 섬뜩할 정도로
냉냉하게 보이는 싸늘한 미소는 등줄기에 한기를 느낄 정도였다.
두 번째 그림은 사악한 눈들이 가득한 그림이 었다.
스케치 북 한 면에 가득 그려져 있는 눈동자들은 다 다르게
그려져 있었는데 하나같이 무섭고 섬뜩한 눈들이 었다.
사악하고 매서운 눈동자들이 박 형사 자신을 쏘아보는 듯 했다.
다음 장에는 첫 번째 미 소년이 웃고있는 얼굴의 옆 모습인데 ,
이가 유난히 하얗게 표현되어 있고 잇 몸이 유달리 빨갛게
색칠해 져 있어서, 그런지 잔인하게 느껴지면서 차가운 감
정을 가진 소년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그림을 들여 다 보자 미 소년의 모습은 성인처럼 보였다.
45세 정도, 그러고 보니 그 미소년이 어른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생각 없이 그림을 보았을 때는 두 그림의 주인공은 같아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느낌이 달랐다.
어른으로 그려진 그림의 얼굴에는 잔인함과 강함, 섬뜩함과
비열함과 냉소적인 느낌이 들었다.
다음 그림에는 사람의 얼굴이 아닌 사마귀 같기도 하고
독수리 같기도, 하고 용의 얼굴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무서운 짐승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는데 ,눈동자가 무섭기가
표현 못 할 정도로 오싹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표현이 차라리 생김새를 말 하는
것보다 쉬운 표현이 었다.
몸은 단단하기가 쇠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단해 보이는
근육질로 그려져 있었고, 꼬리가 있다는 것이 그림을 완전히
악마의 모습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꼬리를 자세히 보니 꼬리 끝에도 눈이 그려져 있었는데 ,
사악하고 무서울 뿐 아니라 음탕하게 쏘아 보는 듯한 눈동자였다.
한 숨을 내 쉬며 그림을 바라보는 순간 ,그림이 살아
움직이듯 꿈틀거리며 종이에서 튀어 나올 것 같았다.
다음 장부터는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았다.
박 형사는 더럽고 무서운 것을 던지 듯이 스케치 북을
내 던지다 시피 내려 놓았다.
내려 놓았다 기 보다는 놓쳤다는 표현이 차라리
맞는 말이다.
박 형사는 이 목사와 장 반장을 번갈아 바라 보았다.
장 반장도 이 목사를 바라 보았다.
이 목사는 그런 행동이 당연하다는 듯이 두 사람을
잔잔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목사가 다시 스케치 북을 추스려서 상자 안에
그림을 넣고는 케비넷에 넣고는 열쇠로 잠그고
다시 자리에 와 앉았다.
박 형사가 이 목사를 다그치 듯이 물었다.
박 형사-저 그림들은 뭡니까?
이 목사의 얼굴에 그 동안 잔잔하고 온화했던 인상이
사라지고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이 목사-요한이가 그린 그림입니다.
두 분이 느꼈던 그 알 수 없는 공포를
저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