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살다가 낯선 충북 단양군 가곡면이 타향이지만 고향처럼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던 건 따뜻하게 손 잡아준 쥐띠 동갑내기들 덕분이다. 이웃에 살고 있는 동갑내기 부부는 모두 다섯 집. 한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집으로 초대해 밥 먹던 모임이 이제는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세월이 쌓인 만큼 이젠 아내들 건강에도 적신호가 오다보니, 모임 날 하루 만큼은 야외로 나가 콧바람 쏘이면서 식도락을 즐긴다.
이번에는 가까운 영춘면에 음식을 잘한다고 소문난 식당을 찾아갔다. 방문한 곳은 가성비가 아주 훌륭한 중국집이다. 5년 전 동네 목욕탕에서 3천 원에 목욕하고, 3천 원짜리 짜장면 한 그릇으로 점심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싼 느낌이었는데, 음식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요즘, 여전히 짜장면 한 그릇 값을 3천원으로 고수한다.
주인에게 모든 물가가 다 올랐는데 짜장면 값을 올려 받지 왜 몇 년 전 가격 그대로냐고 물어보니, "다른 식당들 다 올랐는데 우리 집까지 가격을 올리면 어떡해요? 그래도 짬뽕 값은 어쩔 수 없이 천 원 올렸어요” 라고 웃으며 답한다.
짜장면을 팔아서 이윤을 남기겠다는 생각보다 많은 손님들이 부담 없이 식사하길 바라는 주인장의 철학과 정이 느껴졌다. 우리 일행은 10명이서 2만 원 짜리 탕수육 大자 두 그릇과 짜장면 열 그릇을 주문했다. 남편들은 방에 자리잡고, 아내들은 다리가 불편한 일행이 있어 야외 파라솔 식탁에서 먹기로 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중에도 손님들은 계속 왔고, 대기자가 많아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이 한둘이 아니었다. 역시 주인장의 마음이 손님들에게도 통하는 모양이다. 드디어 주문한 식사가 나왔다. 탕수육과 짜장면을 오랜 만에 먹으니 입에 착착 붙는 게 여간 맛있는게 아니었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총무 직책을 맡은 내가 계산을 했는데, 총액이 6만 2천원이라는 것이다. 무려 10명이 배불리 먹었는데, 고작 이 가격이! 정말 가성비 좋은 집이라고 생각 하며 계산을 마치고 나왔다.
남편과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6만2천원이라는 가격이 싸도 너무 싸다고 감탄을 하니, 남편은 2만 원짜리 탕수육 2개만 해도 4만원이고, 10명이 모두 식사까지 시키고 음료까지 몇 병 먹었는데 그 가격이 나올 순 없단다. 계산에 착오가 있는 것 같다며 식당으로 다시 차를 돌렸다.
‘역시, 아무리 가성비가 좋아도 이렇게 쌀 순 없지’ 생각하며 남편을 따라 다시 중국집에 가서 탕수육 한 그릇 값이 누락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사장님이 웃으며 맞다는 게 아닌가. 우리가 탕수육 大자를 두 개 시켰는데, 보통 어른들은 그렇게 많이 시키면 짜장면을 많이 남겨서 한 그릇을 두 그릇에 나눠서 드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남김없이, 부족함 없이 배부르게 딱 적당한 양이었다. 요즘같이 살기 힘든 세상. 한 그릇이라도 더 팔려고 하는 게 일반적일 것 같은데, 남김없이 맛있게 드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배려를 해준 사장님의 마음에 또 한 번 감탄했다. 매달 모임 때 마다 20만원이 훨씬 넘는 음식 값을 지불했는데 6만 2천원으로 10명이 풍족하게 맛나게 먹은 하루였다. 거기에다 주인장 부부의 예쁘고 따뜻한 마음이 우리들의 기억 속에 오래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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