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원내대표(앞줄 오른쪽)를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16일 국회에서 LH 투기 의혹 사태와 관련해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을 놓고 '남탓' 공방을 벌이던 여야가 16일 특별검사제를 추진하기로 전격 합의한 것은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양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LH 사태를 돌파하기 위해선 최대한 전선을 넓혀 '문재인정부'의 정책 실패가 아닌 '오래된 적폐'라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성이 커졌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특검을 피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여당의 공세가 자칫 '숨겨놓은 비리가 있다'는 것으로 오인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입장을 선회했다. 국회에서 특별법이 발의되면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2018년 드루킹 댓글 조작에 이어 두 번째 특검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특검·의원 전수조사를 처음 제안한 이후 국민의힘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국민의힘이 떳떳하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고,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전봉민·박덕흠 무소속 의원을 거론하며 "부동산 투기에서 이미 국민의힘은 과거부터 전력이 화려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특검을 '시간 끌기'로 봤음에도 이날 전격 수용한 것은 여권의 이 같은 공격을 무시할 경우 여론이 자당에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특검을 반대한 게 아니라 검찰 수사부터 하라는 거였는데, 여당이 공세를 펴지 않았느냐"며 "그런 소리 더 못하게 하려고 특검법을 바로 논의하자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무엇이 유불리인지 따져서 받은 것으로, 그동안 아마 수 계산을 많이 해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역대 특검의 경우 정치권 합의 시점부터 수사가 실시될 때까지 짧게는 한 달에서 최대 두 달까지 걸린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 보궐선거 전에는 LH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를 시작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검 임명 전에 수사 범위와 수사 기간 등을 놓고 정치권 합의가 지연될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이에 따라 신속한 수사가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특검 이슈를 선점 당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부담스러워할 카드를 추가로 내놓았다. 우선 조만간 단독으로라도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주 원내대표는 "항간에는 이번 파문과 관련해 거대 세력이 부동산 값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렸다는 의혹이 번지고 있다"며 "3기 신도시 토지 거래자 전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자"고 권력형 비리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청와대, 지방자치단체장·의원 일가까지 전수조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역공세를 펼쳤다. 2016년 20대 총선을 시작으로 지난해 21대 총선까지 전국선거에서 4연승을 거둔 민주당이 중앙·지방권력을 장악했기 때문에 관련 비리가 더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신도시로 지정된 수도권에는 우리 당 관계자들이 워낙 적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김 직무대행은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전수조사 중이고 조만간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며 "청와대 발표에 대해 야당에서 신뢰 문제를 제기하면 국회가 가져와 검증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