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견치봉(개이빨산)

잠들면 머리맡은 늘 소리 높은 바다
내 꿈은 그 물굽이에 잠겨 들고 떠오르고
날 새면 뭍에서 멀리 떨어진 아아 나는 외로운 섬
――― 이근배, 『浮沈』
※ ‘바다’와 ‘물’을 ‘산’으로 바꾸어도 좋다
▶ 산행일시 : 2013년 5월 22일(수), 맑음, 산정에는 안개
▶ 산행인원 : 혼자 감
▶ 산행시간 : 7시간 24분
▶ 갈 때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이동 가는 첫차 탐(7,800원)
▶ 올 때 : 용수목 버스종점에서 한 정거장인 가림에서 군내버스 타고 가평으로 와서
(1,600원), 동서울 가는 버스 탐(6,400원)
▶ 산행거리 : 도상 14.4㎞
【산행코스】이동→국망봉 등산로 안내판, 제3등산로→476m봉→┳자 갈림길 주능선 진입→
국망봉→다시 ┳자 갈림길→견치봉→민둥산→용수목 쪽으로 감→임도→지능선
→계곡→용수목 버스종점
▶ 시간별 구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 따랐음)
06 : 2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7 : 36 - 이동, 산행시작
08 : 06 - 생수공장 가기 전 국망봉 등산로 안내판, 제3등산로로 감
08 : 40 - 476m봉
09 : 00 - 암봉
09 : 20 - 헬기장
10 : 40 - ┳자 갈림길 주능선 진입
11 : 10 - 국망봉(國望峰, △1,167.2m)
11 : 42 - 다시 ┳자 갈림길
12 : 27 - 견치봉(개이빨산, 1,102m)
13 : 15 - 민둥산(1,009m), ┫자 갈림길, 왼쪽 방향 용수목으로 감
13 : 58 - ┣자 갈림길, 오른쪽은 가림 2.7㎞, 직진은 용수목 2.9㎞
14 : 18 - 임도
14 : 26 - 지능선
14 : 33 - 임도, 계곡
15 : 00 - 용수목 버스종점, 산행종료
1. 산자락의 춘색

▶ 국망봉(國望峰, △1,167.2m)
06시 20분 이동 가는 첫차 승객은 5명이다. 김밥 한 줄 사서 버스 뒤쪽 좌석에 앉아 아침식사
로 먹는다. 차창 밖으로 보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산색이 건 반찬이다. 버스가 장현으로 들
어서면 천마산, 철마산, 주금산 산릉이 그새 다른 산처럼 보이고 서파 사거리 지나면 운악산,
원통산, 청계산이 이어 나타난다. 산마다 짚어보다가 김밥 싼 은박지까지 씹고 있었다.
여느 때와는 다르게 이동버스터미널에 빈 택시가 보이지 않는다. 잘됐다. 산행 워밍업 할 겸
걸어가기로 한다. 집집 담장 너머와 울밑의 화초, 채마밭 모종, 길섶의 야생화를 구경하거나
국망봉의 울근불근한 지능선 실경 바라보고 오를 코스를 계량하며 간다. 어느새 국망봉 등산
로 안내판 앞이다. 제3등산로로 간다.
공사하다만 너른 공터를 지나 뚱딴지 묵밭 사이로 빠져 나가면 삼포 옆 산자락을 도는 임도가
나온다. 수로 따라 장암저수지 쪽으로 돌아가는 길은 나뭇단 쌓아 막아놓았다. 괜한 국망봉자
연휴양림 입장료를 내지 않으려고 정문을 피해 이리로 오는 등산객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오른쪽 절개지 옆으로 이정표와 밧줄 달린 통나무계단 등로가 보인다.
심호흡 크게 한번 하고 산속에 든다. 산비둘기 구구대는 숲길이다. 된 오르막이 잠시 숙질 때
면 토치카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짧은 슬랩을 밧줄 잡고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산
책은 본격적인 산행으로 바뀐다. 조망이 트일까 476m봉을 왼쪽 우회로 마다하고 직등하였으
나 사방 나무숲에 가렸다. ┫자 갈림길 안부 지나고 줄곧 오름길이다.
근처 군부대 사격장에서 포사격훈련이 시작되었다. 아마 발칸포일 게다. 무지막지하게 쏘아
댄다. 전차의 굉음과 갈겨대는 포성이 대단하다. 그쪽으로 고개 돌리는 것조차 겁난다. 저러
다가 조금 지나면 멎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하루 종일 쏘아댈 모양이다. 잠시 멎을 때는
점심 때 뿐이었다.
귀여운 첫째 암봉은 직등하고, 그 다음 암봉은 뒤로 돌아 암릉으로 오른다. 정상은 조그마한
케른(cairn)이 있는 너른 암반이다. 조망 트이고 아름드리 노송 그늘 드리워 신선대라고 해도
아무 이상할 게 없겠다. 좌선(坐禪)하고 내린다. 헬기장 지나고 우중충하던 날씨는 안개로 온
산릉을 덮는다. 공제선이 안개 속이다.
안개 때문이다. 초원인 사면을 질러갔다가 능선마루에 이르러 국망봉 주능선을 오른 것으로
착각하였다. 국망봉 정상을 가기로 작정했으니 망정이지 견치봉으로 바로 가려했다면 온 길
을 내릴 뻔했다. 밧줄 달린 슬랩 오르고도 한참 더 가서 이정표가 안내하는 ┳자 갈림길 주능
선이 나온다. 국망봉 정상 0.8㎞. 내처 간다.
국망봉은 오늘도 안개로 사방 조망이 가렸다. 그간 적어도 예닐곱 번은 올랐지만 조망이 좋았
던 기억이 별로 나지 않는다. 그래도 정상 오른 의식으로 배낭 벗고 오래 머무른다.
2. 국망봉 오름길에서 바라본 관음산과 사향산(오른쪽)

3. 큰앵초(-櫻草, Primula jesoana var. jesoana),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

4. 관중

5. 국망봉 정상, 오늘도 사방에 안개가 자욱하여 조망은 무망이었다

6. 뒤 흐릿한 산릉이 이동에서 올라 온 제3등산로다

7. 곰취(Ligularia fischeri),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8. 산작약(山芍藥, Paeonia obovata), 작약과의 여러해살이풀, 우리나라 멸종위기종으로 보호식물이다

9. 견치봉

▶ 용수목
어디로 하산할까? 당초에는 도성고개에서 사직리로 갈려고 했으나 사격장 포성이 끊이지 않
아 그쪽으로는 가기가 싫어졌다. 국망봉 정상에서 0.2㎞ 내린 헬기장에서 왼쪽으로 무주채폭
포 쪽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으나 산행거리가 너무 짧아 적어도 민둥산까지는 가기로 한다.
어느 해 이맘 때 봄날이었다. 큰앵초꽃이 무리지어 핀 사면의 초원에 병풍취와 곰취, 참취, 참
나물이 밭으로 흔전했다. 그 기억이 그리워 오늘 국망봉을 찾았다. 등로 살짝 벗어나도 박새
젖히자마자 산나물이 흔했는데, 아, 전설 같은 옛날이다. 꽃밭 이루던 큰앵초꽃은 드물게 피
었고, 곰취 등속 또한 예전과 같지 아니하다.
큰앵초꽃 옆에서 산작약을 본다. 백작약이다. 소복 입은 산중 미인이다. 앵글 들이대자 수줍
어 화판 숙인다. 기실 바람이 부추겼지만. 2011년 6월 22일자 세계일보 기사의 일부다.
“환경부는 21일 멸종위기종 2급 야생식물인 산작약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골프장 예정지에
대한 공사를 중지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일대의
골프장 예정지에서 산작약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을 확인한 결과 사실로
드러나 이같이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골프장 현장 확인 이후 즉각 공사를 중단토록 하고 공사 승인 기관
인 강원도에도 공사 중지를 요청했다며 산작약의 추가적인 훼손 방지를 위해 정밀한 조사를
거쳐 자생 중인 산작약 모두를 옮겨 심은 뒤 공사를 재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동으로 내리는 갈림길에서 조금 더 가면 견치봉이다. 오석의 견치봉 정상표지석이 있는 봉
우리는 넙데데하여 견치봉(개이빨산)이란 작명이 궁금했는데 능선마루를 찬찬히 살피면 이
내 알아차릴 수 있다. 송곳니 닮은 암봉이 줄지어 있다. 치간(齒間) 또한 깊은 협곡이다. 인적
뜸한 봉봉을 오른다. 릿지다.
큰앵초꽃 찾아 가파른 사면을 두어 번 들락날락했더니 맥이 풀린다. 그만 가자. 이제는 봄날
이 와도 국망봉을 잊을 것 같다. 잊어버리련다. 너른 헬기장인 민둥산 정상에서 용수목 이정
표 방향 쫓아 왼쪽 능선으로 간다. 길 좋다. 초행이라 조심스럽게 간다. 교통호와 함께 야트막
한 봉우리 넘고 넘는다. 철쭉꽃 터널을 간다. 철쭉꽃 그늘에서 낙화 깔고 점심밥 먹는다.
┣자 갈림길. 오른쪽은 가림 2.6㎞, 직진은 용수목 2.9㎞. 용수목으로 간다. 가파른 내리막길
은 임도로 떨어진다. 임도 따라 산굽이 돌고 돈다. 기회 보아 지능선을 냅다 치고 내릴 요량이
었는데 산행표지기가 안내한다. 한 피치 내리면 계류 옆 임도가 나온다. 여태 흘린 땀을 생각
하니 알탕이 절실했다. 소로 따라 계류로 들어갔다. 샘으로 물이 고인 치성터가 있는 굴속 앞
이다.
암반이 둘러싼 소(沼)다. 목까지 잠기자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몇 초를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
왔다. 알탕커녕 물에 적시기나 했을까. 금세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펜션촌 지나 용수목 버스종점. 이때가 15시. 간이정류장에 버스운행시각을 실시간으로 알려
주는 안내판이 있는데 가평 가는 버스가 16시 50분이다. 아무래도 기계가 고장이 난 것 같아
가평버스터미널로 전화 걸었다. 16시 50분이 맞는다고 한다.
하릴없어 산천경개 구경하며 다음 정류장인 가림마을로 걸어갔다.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보호수라는 소나무를 가까이 다가가 우러러보았다. 수령이 아닌 식재년도를 표시했다. 1750
년. 조선 영조 26년이다. 왜 수령을 표시하지 않고 식재년도로 표시했을까? 보호수 지정일자
가 1982.10.15.이다. 아마 수령을 표시한다면 보호수 지정일자를 감안할 때 명기한 수령이 매
년 달라지기 때문이 아닐까?
간이정류장 벤치에 누워 졸다가 가림마을 앞 계류로 내려가 다시 탁족했다.
10. 곰취

11. 견치봉 정상

12. 견치봉 연봉 협곡

13. 견치봉 연봉

14. 민둥산

15. 앞이 견치봉, 뒤 산릉은 이동으로 오르는 제3등산로

16. 조팝나무, 민둥산 정상에서

17. 용수목으로 가는 길

18. 용수목 가기 전 계류, 알탕하다 물이 차가워서 혼났다

19. 가림마을 앞 계류

20. 가림마을 앞 보호수인 소나무, 식재년도 1750년, 수고 26m

21. 소나무 수관(樹冠)

첫댓글 가림까지 가실 것 같았다면 민둥산에서 조금 더 진행하시여..좌향,
골짝으로 내리.. 곰취를 엄청? 수확하셨을 터인데0 데0데0^^
차돌백이산으로 내려가셔도 괜찮았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