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욥 (1)
이제부터 많은 신앙인이 예기치 못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련을 겪을 때 떠올리게 되는 성경 인물인 욥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욥은 욥기 외에도 성경에 세 차례 등장합니다: “비록 그곳에 노아와 다니엘과 욥, 이 세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자기들의 의로움으로 제 목숨만 구할 수 있을 따름이다(에제 14,14. 20). 여러분은 욥의 인 내에 관하여 들었고, 주님께서 마련하신 결말을 알고 있습니다(야고 5,11).”
이 구절들은 욥을 역사적 실존 인물로, 그의 이야기 또한 실제로 벌어졌던 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의 정체는 모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많은 학자는 욥은 가공의 인물이며, 그의 이야기 또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합니다. 심지어 유다 전통도 중세부터 욥기를 하나의 비유로 여겼습니다.
그렇다면 욥기를 단순히 성인전을 읽듯이 할 수는 없습니다. 욥의 삶을 우리의 모범으로 삼을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사실 욥기는 시작서부터 욥을 그 누구하고도 비교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묘사합니다: “그 사람은 흠 없고 올곧으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악을 멀리하는 이였다(1,1).”
성경 인물 가운데 누구도 이와 같은 놀라운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완벽한 사람이 욥 말고 또 있을 수 있을까요?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주님께서 오실 길을 준비하는 소리(마태 3,3)인 것처럼, 욥은 인류 전체의 영원한 주제인 고통에 대한 목소리입니다. (여기서 문제되는 고통은 의인의 고통입니다. 악인의 행복이라면 몰라도 악인의 고통을 문제 삼을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욥이 인격체라기보다는 목소리라는 점, 이것은 그의 인생사, 그가 겪은 여러 사건 자체보다 그의 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얼핏 보면 욥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하고 명료해 보입니다. 즉, 그는 비록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되어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넘치게 보상을 받게 된다는 가르침을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요?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실제 삶에 비추어 보면 이 가르침은 지나치게 순진해서 덥석 받아들이기 어렵죠. 어린아이들에게나 통할법한 가르침입니다. 항상 이 가르침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아무도 신앙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욥기 전체의 유일한 결론으로서의 이 가르침의 실효성에 대하여 욥기 자신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 가르침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욥기의 결말은 꼼꼼히 읽어보면 해피엔딩으로 보기 힘듭니다.
[2023년 11월 5일(가해) 연중 제31주일 가톨릭안동 3면, 함원식 이사야 신부(갈전마티아 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