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009 [사랑방 칼럼] 한글날에 즈음하여
책장 밖으로 나온 철학, 삶의 땀방울로 증명하다
- ‘니치렌 대성인 어서전집 신판’ 발간의 참된 의의와 우리의 실천
- 신심즉생활의 실천과 '한글 신판 어서'의 조속한 발간을 염원하며
종교의 경전은 흔히 범접하기 어려운, 먼지 쌓인 책장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곤 합니다. 그러나 창가학회(SGI)의 역사 속에서 『니치렌 대성인 어서(御書)』는 단 한 번도 현실과 동떨어진 고고한 학문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고뇌하는 민중이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펼쳐 드는 ‘희망의 경전’이자, 절망을 돌파하는 ‘용기의 무기’였습니다.
하라다 미노루 회장의 인터뷰를 통해 엿본 『니치렌 대성인 어서전집 신판』의 발간은 단순한 개정판 출간을 넘어, 이 철학이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호흡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묻고 있습니다.
민중을 향해 활짝 열린 철학, 신판 발간의 의의
신판 어서의 가장 큰 특징은 활자를 키우고, 줄바꿈과 후리가나(독음)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점입니다.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의 세심한 감수 아래 진행된 이 작업의 핵심은 ‘학문을 위한 교학이 아닌, 민중에게 열린 어서’를 향하고 있습니다.
왜 읽기 쉬워져야만 했을까요?
어서는 학자들이 서재에서 연구하기 위한 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며 분투하는 서민들, 현실의 고난 앞에서 눈물짓는 사람들이 퇴근길에, 혹은 늦은 밤 식탁에 앉아 단 한 구절이라도 읽고 곧바로 삶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신판 어서는 마키구치, 도다, 이케다 3대 회장이 목숨을 걸고 지켜온 ‘민중 구제’의 서원이 현대의 언어와 형태로 결실을 맺은 승리의 결정체입니다.
실천교학(實踐敎學) -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읽다
하라다 회장은 청년 시절, 이케다 선생님의 강의에서 배운 ‘어서를 대하는 자세’를 회고했습니다. 낭랑하게 소리 내어 읽을 것, 부처의 금언으로 굳게 믿을 것, 그리고 무엇보다 신구의(身口意), 즉 ‘온몸으로 실천하며 읽을 것(身讀)’입니다.
창가학회의 교학은 지식을 축적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현실의 거센 폭풍우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한 나침반입니다.
어서에 담긴 깊은 생명 철학을 배웠다면, 그것은 반드시 나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치환되어야 합니다. 책장을 덮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장을 덮고 문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진짜 ‘실천교학’이 시작됩니다.
신심즉생활(信心即生活) - 땀 흘리는 현장이 곧 수행의 무대다
"명심하고 명심하여 사관(仕官)을 법화경이라고 생각하시라. '일체세간의 치생산업(治生産業)은 모두 실상(實相)과 서로 위배하지 않음'이란 이것이니라."
대성인이 남긴 이 금언은 ‘신심즉생활(信心即生活)’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종교적 수행의 장소는 고요한 산속이나 성전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아침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하는 직장, 서로 부대끼며 사랑과 갈등을 겪는 가정, 그리고 내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회야말로 가장 위대한 불도수행의 무대입니다.
진정한 신앙인은 현실을 도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철학을 뿌리 삼아 현실의 진흙탕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꽃을 피워냅니다.
* 직장에서 - 남들이 꺼리는 일에 솔선수범하고, 정직한 땀방울로 신뢰를 얻으며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것.
* 가정에서 -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먼저 따뜻한 격려의 말을 건네고, 화합의 중심축이 되어주는 것.
* 사회에서 - 내 주변의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여 가치를 창조하는 것.
이 모든 땀방울이 곧 어서를 온몸으로 읽어내는 ‘신독(身讀)’이자, 불법의 정의를 세상에 증명하는 길입니다.
지금, 내가 선 곳에서
새롭게 우리 품에 안긴 신판 어서는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오늘, 배운 것을 어떻게 삶으로 증명하고 있습니까?"
임종이 지금에 있다는 ‘임종지금(臨終只今)’의 절실한 마음으로 오늘 만나는 한 사람에게 진심을 다합시다. 우리가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흘리는 정직한 땀방울과 타인을 향한 따뜻한 미소야말로, 800년을 뛰어넘어 현대를 숨 쉬게 하는 가장 위대한 ‘살아있는 어서’가 될 것입니다.
초창기 선배들의 피땀 어린 유산, 그리고 지금 우리의 과제
이처럼 어서가 삶의 현장에서 살아 숨 쉬어야 하기에, 한국 SGI회원들에게 '한글 어서'가 가지는 의미는 각별합니다. 과거 한국에서 처음 어서전집을 번역하고 발간했을 때의 상황을 돌이켜 봅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척박했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조병옥 선배님을 비롯한 수많은 초창기 번역진과 선배들은 밤낮을 잊고 매달렸습니다.
오직 '한국의 민중에게 대성인의 철학을 우리말로 온전히 전하겠다'는 타는 듯한 일념과 엄청난 노고가 있었기에, 우리는 한글 어서를 품에 안고 신심즉생활의 궤도를 달릴 수 있었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듯 길을 내어준 초창기 선배들의 피와 땀은 그 자체로 기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번역을 위한 인프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윤택해졌고, 교학적 깊이와 어학 실력을 갖춘 훌륭한 집필진과 인재들이 ‘불교회’ 내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대성인 탄생 800주년을 맞아 신판 어서가 발간된 지 어느덧 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한국의 회원들은 여전히 한글 신판 어서를 품에 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좋은 환경과 넘치는 인재풀을 갖추고도 발간이 지연되고 있는 현 상황은, 초창기 선배들의 절실함에 비추어 볼 때 진한 아쉬움을 남깁니다.
시대가 묻고 있다, 한글 신판 어서의 조속한 발간을 촉구하며
물론 불교회에서도 완벽하고 정확한 번역을 위해 밤낮없이 사명감을 안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으며, 그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완벽함을 기다리느라, 당장 현장에서 땀 흘리는 회원들이 더 쉽고 직관적인 '희망의 경전'을 만날 기회를 혹시라도 늦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맹렬히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새롭게 읽기 쉬워진 신판 어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직장과 가정에서 고군분투하며 '겨울은 반드시 봄이 된다'는 구절 하나에 기대어 하루를 버티는 한국의 수많은 서민 회원들에게 가장 절실한 무기입니다.
여러 환경을 핑계로 안주할 시간이 없습니다. KSGI 번역 및 출판 관계자들의 비상한 결단과 속도감 있는 추진을 간곡히 촉구합니다. 우리 손에 하루속히 '한글 신판 어서'가 쥐어지기를 염원합니다. 그리하여 그 책장 밖으로 튀어나온 살아있는 철학을, 우리 모두가 직장과 가정과 사회 속에서 기꺼이 땀 흘리며 증명해 내는 벅찬 내일을 기대합니다.
- 2026년 한글날에
첫댓글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매일매일 의노고에 진심으로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노고많으셨습니다 ~~
신판어서를 기다리며~~~
근데 세월이 몇년인데 아직도 불교회라고 하실까요? 이젠 정식호칭을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