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목요일 더움. 대학 도서관의 도서대출카드를 만들다.
딸과 함께 대학 도서관에 가서 도서대출카드를 만들고 책을 몇 권 빌렸다. 임시 카드이지만 2개월 동안은 대출이 된다고 한다. 우선 동양학도서관에 들어가서 지하실까지 4층인 서고를 한 바퀴 대충 다 돌아본 뒤에, 참고도서실 겸 열람실로 사용하는 천장이 매우 높고, 100여명 이상이 앉을 수 있는 자못 헌칠하게 큰 방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서 몇 시간 동안 빌린 책의 내용을 대충 훑어보았다.
그 중에 마르티나 도이힐러 교수(런던대학 명예 교수, 여성)가 지은 《한국의 유교화 과정》이란 책의 한국어 번역본의 서문과 후기, 옮긴이(동아대 사학과 이훈상 교수)의 후기 같은 것을 읽어 보았는데, 매우 재미가 있었다. 서구의 사회인류학적인 방법론을 가지고, 중국과 한국을 비교하여 가면서, 이조 초기의 한국의 가족 제도가 부계 중심의 유교를 받아들이면서 어떻게 틀을 짜나가는지를 추적한 책이다. 그런데 제사나 상속 같은 것은 부계 중심으로 되어가지만, 모계 혈통의 권위도 절대적이어서 친가 집안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외가 집안까지도 중시하여, 적자와 서자의 신분을 확연하게 가르는 것 같은 점은 중국에서도 보기 드문 한국의 특징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학자들 중에도 이전에 한국의 가족 제도 같은 것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더러 있기는 하였지만, ‘80년대 이후로는 한국 역사가 어떻게 역동적으로 변화[발전]해 왔는지 하는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오히려 이러한 가족, 친족 같은 문제에 대한 연구는 정태적인 것으로 보아 매우 치지도외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되니 현금 호주제 폐지, 여성의 역할 증대 같은 중대한 사회적인 전기를 맞게 되면서도 국내의 역사학자들이 어떠한 적절한 발언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는 판에, 오히려 외국의 이러한 학자들이 이 분야에서 이러한 책을 내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상세한 내용은 책을 좀 더 자세하게 읽어 보아야 알겠지만, 얼핏 보기에 매우 재미있는 책 같이 생각이 되며, 번역도 매우 잘 한 것 같이 보여 진다.
이 밖에도 주로 조선 중기의 선비들의 생활상에 관련된 한국 책 몇 권을 더 빌렸다. 몇 일 뒤에는 이 대학의 중앙도서관에 가서 영어로 된 책도 좀 살펴볼 작정이다. 전 미국에서 인문계나 동양학 서열 11, 12 위 정도를 차지하는 대학이니(전 세계의 대학 서열 70위 정도), 북미의 최일류 대학 장서에 비하여 아주 좋은 편은 아니지만 한국의 좋다는 대학 도서관 보다도 중국 책과 일본 책은 훨씬 더 많고 접근하기도 더욱 쉬운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도 묻는 책에 대하여 중국인 사서가 하나하나 친절하게 안내를 하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