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출처
: 내 마음에 집
2006년
10월 22일
포트 스테판(Port Stephens)
콘도식 호텔은 시설이 준수하였다. 가족용 숙소엔 세탁기와 드라이기까지 갖추고
있었다.
예측 할 수 없이 떨어진 기온 때문에 (최저 영상 11도) 밤에도 추위에 떨어야
했다.
고상하고 품위 있게 자 보려고 침대 커버를 다 벗겨 놓았다가 그것도 덮고 자다가
양말도 신었지만 그래도 추웠다.
아침 식사를 하려는데 호텔 여종업원이 우리를 단체 투숙객이라며 식당 안쪽에 한
곳으로 몰아 앉게 했다. 조금후 유럽 사람들이 식당에 제일 좋은 곳을 차지했다.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서 밥맛이 다 떨어졌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할걸! 그럼 지금 한마디 할텐데... 어제 공기 맑고 복지 시설이 좋은 호주에 살고프다던 생각이 오늘 아침에 일시에
사라졌다.
역시 내 나라에 사는 것이 최고지! 나라 꼬라지가 밸이 뒤틀려서
문제지만!
조잘대는 아이들이 없었다면 추운 날씨 때문에 썰렁 했을 버스가 아이들 소리로
화기애애해 졌다.
어린이는 역시 보배다. 모래 썰매와
조개 잡기 그리고 돌고래 크루즈 관광을 위해 포트 스테판으로 이동을 했다.
시드니에서 북쪽으로 세시간 가량을 갔는데 목가적인 전원 주택들이 많은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말의 체온이 내려 갈까 봐 말에게 천을 덮어 놓은 모습이 이채로웠다. 한가히 풀을 뜯고 있는 말과 소를 보니 내려서 그 한가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으나 버스는 잘도 달리기만 했다. 도대체 어디에 사막이 있어 모래 언덕에서 썰매를 탈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달렸을 때 저 멀리 거대한 모래 언덕이 보였다. 버스에 내려서 조금 걸어가니 거짓말
같은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다와 사막이 맞닿아 있었다. 해안은 약 40 Km의 거리를 자랑한다고 했고 모래는 밀가루처럼
보드라웠다.
끝없는 해변과 사막의 시작, 사막의 푸른 키 작은 나무들은 노란 꽃들을 피우고 있었다.
사막체험, 낙타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일가족
모래 썰매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사륜구동 자동차를 타야만 했다.
운전사는 영어도 잘 하데...^^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어린이와 같은 마음이 되어 사륜구동에 올라 타니 바다와 산
같은 모래 언덕이 번갈아 보이는 절경이다. 5분쯤 모래 위를 달리니 거대한 모래 언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신발을 벗고 샌드 보드를 하나씩 깔고 앉아 두려움 반 호기심 반 저 멀리 언덕 아래를 바라 본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니 한편은 바다, 반대편은 광활한 유칼리툽스 숲이었다. 중간에 위치한 이 사막같은 모래 언덕은 뭐란 말인가? 바닷 바람이 실어다 준
선물이란다.
"하나, 둘, 셋.." 가이드 아저씨의 가차없는 등
떠밀림에 아래로 주르륵 미끄어져 내려가는데 "아이고, 재미있어라!" 모래가 입에 들어 갈까 마스크로 중무장까지 하고 신나게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폼 나게 스릴 만점으로 내려 갈 때까지는 좋았으나 내려가 언덕으로 올라 갈 생각을 하니
아득타.
누가 날 좀 업어다 줬으면... 이런 곳에 스키장 같은 리프트가 있다면 얼마나 신이 날까? 언덕위로 다시 올라가는데 빨리 올라가 한 번 이라도 더 타려고 남들의 발자국이
없는 곳을 택했더니 발목까지 모래에 빠져 올라 갈 수가 없다. 어린아이들은 그래도 다람쥐 같이 잘만 올라간다. 낑낑 매고 올라가 신나게 한 번 더... 으랴차~! 두 번째 올라가는
길은 고행이다. 내려갈 때는 내 엉덩이에만 깔고 내려 갔던 보드도 짐스러워 짝지에게 들고 올라 가라고 하고 짝지가 앞에서 잡아 당겨줘서 겨우 올라갔다. 내게는 그림의 떡! 모래
썰매장!!
사막 사이에 피어 있는 노란 꽃들..
사륜구동 차로 피피 조개가 있다는 아나베이 비치로 이동했다. 그저 모래 언덕을 넘으니 끝도 없이 긴
해변이었다.
바다는 파도가 거세게 치고 있었는데 조개를 잡아 보겠다던 우리의 꿈은 곧 깨어졌다. 물이 빠지는 시간이
아니란다.
어른 아이 모두 추운 바다 바람을 맞으며 바지를 걷어 붙이고 해변에서 어정쩡하게 아쉬움을
달랬다.
그 때 내 눈에 번쩍 띤 그 녀석들!
시드니의 수족관에서 나를 황홀하게 유혹했던 무리들 해파리들이 해변에 줄줄이 있었다.
투명한 것, 푸른 것, 보라색까지....
그래, 그건 불빛이 아니였어. 저 녀석들이 색색 별로 멋지게 춤을 추었던 거야.
한데 저 보라색 녀석은 어찌도 저리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조개는 마음에 주워 담고 버스를 세워 둔 곳으로 오니 웬 부부가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주워 담고 있다. 뒤에서 볼 때에는 젊은 부부인줄 알았으나 앞에서 보니 오십은 훨씬
넘어 보였다. 가슴 깊은 곳에서 진정으로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솟아 나왔다. 인종을 막론하고 쓰레기는 뒤쪽으로 감추어 두는가 보다. 일행을
기다리는 제법 긴 시간 동안 마른 가지 덤불에서 각종 쓰레기가 끊임없이 나와 한 자루가 채워졌다. 자루의 부피만큼 나는 이유도 없이 부끄러워
졌다.
점심 식사를 위해 버스로 잠시 이동을 했다. 작은 한국 식당 앞의 주차장 건물에 바다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모래 썰매로 기운을 소진해서 일까? 작은 한국 식당의 비빔밥과 곰국 그리고 김치는 꿀
맛이었다.
남태평양의 야생 돌고래를 만나기 위해 다시 차를 타고 Nelson Bay로 이동을 하였다.
작고 아담한 항구 였는데 웬만한 집은 작은 요트를 한 척씩 소유하고 있다더니 많은 배들이 정착해
있었다. 정착장 근처에 수영을 하는 어린아이와 깊은 포옹과 함께 입맞춤을 하고 있는
한쌍의 연인이 있었다. 포구의 바다물이 얼마나 깨끗하면 어린이가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일까? 내려가 확인을 하니 정말로 물은 깨끗했다. 연인들의 긴 키스는 끝이 날 줄을 몰랐는데
아예 여자의 몸 위에 남자가 포개져 누워 있었다. 내겐 엄청난 귀경거리였는데 차마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그냥 온 것이 무척 아쉽다. [대 낮
해변의 정사] 요런 제목을 붙일 수도 있었을 텐데...^^;
관광객을 기다리는 노란색의 스피드 보트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배에는 한국인이 제일 많은 것 같았다. 불과
10분도 가지 않아 돌고래의 지느러미가 보였다. 돌고래가 보이는 쪽으로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고 함성은 여기저기서 국적을 가리지 않고 튀어
나왔다. 배는 돌고래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 다녔는데 우리가 탄 배 이외에도 여러척의 배들이 진 풍경을 구경하려고 바다를 헤매고 있었다.
순간 포착을 해 보려고 이리저리 애를 쓰다가 카메라를 짝지에게 넘겼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포트
스테판 하버는 너무 아름다웠다.
멀리 포구의 연인들은 이제는 두둥켜 안고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기네스 북에 오르고
싶은가?
망망대해가 보이는 지점에 깍아지른 절벽의 절경이 나타나 짝지를 찾으니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긴 키스를 나누는 연인들을 찍으러 갔을까 아님 부러워서 그 쪽만 보다 나를 잊었을까? 배가 3층이나 되니 찾으러 다니다 보면 저 귀한
경치는 다 지나 갈 것 같고 아쉽지만 내 눈의 셔터를 꼭 꼭 눌러 머리 속에 저장을 하였다. 사진에서 보던 홍도 바닷가 같기도 하고 어떤 것은
하롱베이에서 본 모습 같기도 하고...
TV에서 보던 모습대로 정말 귀여운 웃음짓는 모습의 야생 돌고래는 비록 공중 곡예는
보여주지 않았지만 얕은 비상을 하며 종종 나타나 나를 즐겁게 했다. 선실에 있던 후배가 나와서 언니는 여기서 뭘 하고 있냐고 묻는다.
일행중에 배멀미가 나서 초 죽음이 된 부인이 있단다. "배를 타면 갑판에 나와서 먼 곳을 보며 파도에 몸을 맡겨야지. 멀리서 파도가 오면 다리를
살짝 구부렸다가 파도가 지나가는 순간에 나도 조금 훌쩍 몸을 올리지. 이렇게 하면 멀미는 커녕 얼마나 재미있는데, 배 타고 파도 타기지."
후배의 남편이 나를 소녀라고 부른단다. 오십대 중반의 소녀.. 듣기 싫지는 않다.
나는 배에서 내리기가 싫었다.
다시 시드니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밖의 목가적인 풍경을 살짝!
[저 곳에 살고프니? 아니..]
[그럼 왜 그리 목 메이는데?]
[그냥, 그림 같잖아. 평화로워 보이고....]
일은 하기 싫고 잘 먹고 잘 살고프다는 것과 같은 이기적인 내 생각들이 머리 속을 지나
갔다.
시드니 시내에 카지노 장이 있다는 멋진 건물, 이 건물 안에 카지노
뷔페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고 했다. 라스베가스에 갔던 생각이 나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라 갔더니 상가 건물 위에 카지노장이 있단다. 상가 중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뷔페 식당이 있었다. 음식은 훌륭했다. 내 흥미를 끌지는 못했지만. 왜 그리 음식에 시큰둥한가 했더니 자카르타에서 새우는 아주
흔하고 산 해산물이기 때문인가 보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은 삶은 새우를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새우 보다 내 식욕을 돋군 것은 싱싱한 야채와
너무 달지 않은가 싶은 호박죽이었다. 서울의 농심 호박엿을 만드는데 재료로 사용이 된다는 설탕을 가미하지 않은 호박죽은 뒷 맛이 아주 개운하고
맛이 있었다.
추워 달달 떨며 호텔로 돌아오니 호텔 방을 청소를 한 것이 영 시원치 않았다.
아뿔싸 아침 일찍 나가느라 팁을 놓고 가지 않았다! 내일 아침엔 따블로 놓고 나가야겠다. 어쩌면 힘든 상황의 한국인이 청소 담당 일지도
몰라. 적은 돈이지만 모여서 뭔가를 할 꿈이 있겠지. 다행히 수건은 모두 갈아 놓았다 욕실에 물을 가득 받아 몸을 풀었다.
그리고 몸살림운동의 방석 숙제 1번과 2번을 했다.
작은 가방의 반을 차지하며 가지고 간 방석은 이번 여행의
구원자(?)였다.
돌고래들이 내게 속삭였다.
오늘 즐거우셨어요? 아까 포트 스테판 에서 보신 해변의 동굴로 안내해 드릴께요.
거기가 제 고향이거든요!
Elvila Madigan-Gheorgh
Zamfir(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