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벽두에 농업편에서 잠깐 살펴본 사과가 있습니다. 잘라도 갈변하지 않는 Okanagan Specialty Fruits (OSF)의 Artic® 사과입니다. OSF는 2015년 미국농무부 (USDA)와 미국식품의약국 (FDA)으로부터 당사의 두 품종인 Golden Delicious 743 (GD743 apple), Granny Smith 784 (GS784 apple)가 환경과 인체에 무해하다는 승인을 받았습니다. 약 2년 반이 지난 지금, OSF는 이번 가을부터 미국 중부의 Midwest 지역과 캘리포니아 400여개 매장에 납품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통째로가 아니라 조각을 비닐백에 넣어 판매함으로써 그 기술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GMO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가 되는 것은 1990년대의 Flavr Savr 토마토 이후에 처음입니다 (이 토마토는 생물학 교과서에 종종 등장하는데, 캘리포니아의 Calgene사에 의해 개발된 GM 토마토로, 당시 무려 antisense를 이용해 polygalactouronase (PG) 효소의 발현을 억제하여 펙틴 분해에 의한 토마토 물러짐 현상을 억제한 품종입니다. 1994년 FDA 승인을 받은 후 성공적인 GMO 사례가 될 수 있었으나, 역시 사업은 당국의 승인만으로 흥하는 것은 아닌지라 생산과 배송 등의 이슈로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후문입니다).
OSF는 1996년 캐나다 오카나간 (Okanagan) 지역의 Summerland에 설립된 업체입니다. 설립자 Neal Carter는 오카나간 계곡에서 자라왔으며 이 지역의 과일에 대한 애착을 갖고 바이오기술과 접목시켜 그 가치를 높이고자 OSF를 설립하였습니다. 초기 투자자도 지인들 위주였으며 직원수도 50명 이내의 소규모로 유지하고 있어 마치 가족사업처럼 꽤나 오랜 시간 진행해오다가, 2015년 각종 승인과 더불어 Intrexon에 $41M로 인수되었습니다 (Intrexon은 최초의 GM 연어로도 유명한 곳이며, 마침 지난 농업편에서 함께 다뤘던 GM 모기업체 Oxitec도 보유한 회사입니다. 산업용 미생물 연구개발도 하고 있으니, 미생물, 식물, 곤충, 척추동물 등 생명의 전 카테고리를 갖춰 가히 생명과학 업체라고 부를 만합니다). 현재 Artic 사과 재배면적은 250에이커라고 하는데, 축구장 120~130개 정도의 면적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Neal Carter는 2019년까지 이를 1,400에이커로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참고로 현 미국 전체 사과 재배면적은 325,000에이커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 사과가격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과는 RNAi 기술을 적용한 사과입니다. 사과 갈변의 중심에는 polyphenol oxidase (PPO)가 있습니다. 이 PPO는 구리를 함유하는 효소로, 페놀계 기질을 산화시켜 퀴논계 물질을 만들고, 이는 티로신과 같은 아미노산과 반응하여 최종적으로 멜라닌을 생성하여 갈색을 띠게 합니다. PPO는 식물세포 내 엽록체와 같은 색소체 안에 존재하는데, 폐놀계 기질들은 평소에 액포 안에 존재기 때문에 PPO와 서로 만날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잘리거나 손상이 되면 세포가 터져 각종 세포소기관 속의 물질들이 서로 섞이게 되고, 동시에 산소와의 노출도 일어나니, 이때 PPO에 의한 일련의 반응들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어쨌든 OSF는 이 PPO의 발현을 억제하여 이 현상을 막는데, 이때 발현억제를 위해 RNAi를 사용합니다.
RNAi 서열를 발현시키는 DNA를 유전체에 삽입시켰으니 GMO입니다. CRISPR 유전자가위 등으로 GMO 이슈를 회피하려는 업체들의 전략도 있는 반면, OSF (그리고 Intrexon 역시)는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즉, GMO임을 인정하며 대신 GMO가 안전성검증을 거치면 유해하지 않다라는 점을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입니다. 홈페이지를 보면 GMO라서 외래 단백질이 발현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일단 PPO 억제시키는 서열은 RNAi로 작동하기 때문에 단백질로 발현되는 이슈는 없겠으나, 이를 형질전환 후 선별하기 위한 항생제마커가 외래 단백질라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OSF는 형질전환체 선별을 위해 카나마이신을 사용했으며 마커로는 nptII를 사용하였기에 이 마커유전자가 NPTII 단백질로 발현됨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형질전환을 잎 조직에다가 하고 이를 조직배양으로 재분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 단백질은 잎에서만 발현되고 과실에서는 발현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과실로부터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한 ELISA를 통해서 과실에는 NPTII 단백질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NPTII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인체에 유해한 사례가 없음을 덧붙이기도 하였습니다.
ELISA를 통한 단백질 확인이나 NPTII 자체의 위해성 여부에 대한 설명은 납득이 가지만, RNAi와 nptII 유전자가 과실에서 발현되지 않는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PPO 자체가 과실에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억제시키는 RNAi의 서열도 과실에서 발현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행여나 과실이 아닌 잎이나 줄기에서만 발현되는 프로모터를 사용하고, sRNA나 RNAi 복합체가 식물체 내에서 원거리 이동하여 과실에 도달할 수 있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얼핏 듭니다. 특허를 찾아보았습니다. 출원인을 Okanagan Specialty Fruits으로 검색하면 한 건의 특허가 검색됩니다. 2009년에 출원하여 (우선권 2008년), 2013년에 등록 받은 US8563805B2입니다. PPO가 식물 내에서도 여러 개의 isozymes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동시에 억제할 수 있는 RNAi를 사용했다는 등의 설명이 나옵니다 (명세서에서는 RNAi뿐만 아니라 antisense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설명하고 있긴 합니다). 궁금한 것은 과실에서의 발현 여부인데, 사용한 프로모터를 확인해보니 CaMV 35S 프로모터입니다. 식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constitutive 프로모터로, 시와 때를 막론하고 그 이하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대표적인 프로모터입니다. 즉, NPTII 단백질이 사과 과실에 없을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ELISA로 그 단백질의 미존재를 확인했다니 결과적으로는 그러하겠으나,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어쨌든 상업화를 위해서는 기작보다는 결과가 말을 하니까 큰 문제는 아니겠습니다. 적용된 RNAi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PPO는 식물에 여러 개 존재한다고 했는데, 사과나무 (Malus doemstica)에서는 APO5, pSR7, PPO2, GPO3, APO, PP3, PPO7 등이 존재합니다. 여러 개의 상동성 유전자의 발현을 동시에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이 RNAi의 장점입니다. 그런데 특허에 제시된 그림에는 이상하게 4개 유전자 (PPO2, GPO3, APO5, pSR7)의 서열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RNAi로 한 번에 억제하기 위해서는 21~23 bp의 100% 상동부위가 존재해야 제대로 작동하는데, 앞의 isozymes 유전자 사이에 그런 부위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통 생각하는 헤어핀 구조로 설계하진 않았고, 450 bp 정도 되는 각 유전자의 부위를 나란히 붙인 sense suppression transgene construct 를 제작한 것입니다. 아래 GEN-03 내의 PGAS가 그것입니다.
제시된 서열을 가지고 얼마나 일치하는지 CLUSTALW를 돌려보았습니다. 역시 상동성이 높지는 않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특허에 의하면 이 부위가 전부 구리와의 결합부위를 포함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RNAi는 mRNA를 분해하는 기작이기 때문에 단백질 수준의 특정 부위가 의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OSF가 과실 내 NPTII 단백질의 존재여부 등으로 안정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GMO의 안전성 증명이 리스크 헤지의 측면이라면, 사업의 당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이 GMO 제품의 기능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OSF에 따르면, 어린 아이들이 사과가 잘려있는 경우 통째로 있을 때에 비해 71%를 더 먹는다고 합니다. 즉, 전체 사과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또 하나는 환경적 측면입니다. 멍들고 갈변하는 문제 때문에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사과의 40% 정도가 버려진다고 합니다. 갈변을 억제함으로써 이 버려지는 사과의 양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렇듯 GMO로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OSF는 하지만 사과포장지에 GMO라고 직접 표기하지는 않을 거라고 합니다. 대신 2016년 제정된 법에 따라 QR코드를 부착하여 웹페이지를 통해 이를 밝히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하네요. 최근 Intrexon 관계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업체는 위에서 언급했듯 미생물부터 동식물을 전부 GMO로 다루고 있는 만큼, 대중들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만나는 바이오 학계, 업계 종사자들에게 주변 사람들 교육을 부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Neal Carter도 학회나 각종 행사에서 Artic 사과를 시식용으로 제공하며 친숙한 이미지를 쌓으려 노력 중입니다. OSF와 이를 인수한 Intrexon, 이들은 생명공학의 선구자가 되느냐, 아니면 괴물을 만들어내는 “나쁜”업체로 낙인 찍히느냐, 그 기로에 서있는 듯 합니다. 언제나처럼 일순간도 방심하지 않는 과학적 검증만이 말을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1. https://www.okspecialtyfruits.com/ 2. https://www.aphis.usda.gov/stakeholders/downloads/2015/SA_arctic_apples.pdf 3. https://www.fda.gov/newsevents/newsroom/pressannouncements/ucm439121.htm 4. https://www.fda.gov/Food/IngredientsPackagingLabeling/GEPlants/Submissions/ucm436163.htm 5. https://www.aphis.usda.gov/brs/aphisdocs/10_16101p_fpra.pdf 6. http://investors.dna.com/2015-04-20-Intrexon-Completes-Acquisition-of-Okanagan-Specialty-Fruits 7. https://www.technologyreview.com/s/609080/gm-apples-that-dont-brown-to-reach-us-shelves-this-fall/ 8. https://www.technologyreview.com/s/537591/creating-a-better-apple/ 9. https://patents.google.com/patent/US8563805B2/ 10. http://www.genome.jp/tools-bin/clustal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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