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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현지서 20~24일 이민 120주년 맞아
문화예술행사 · 호놀룰루시와 우호협력 논의
1902년 12월 22일 조선인 121명은 제물포항을 출발해 하와이로 떠났다. 올해는 한민족 첫 공식 이민이 시작된 날로부터 120주년이 되는 해다. 하와이는 조선인들이 첫 이주를 시작한 도시다.
▲ 1902년 12월 22일 조선인 121명은 제물포항을 출발해 하와이로 떠났다. 올해는 한민족 첫 공식 이민이 시작된 날로부터 120주년이 되는 해다. 사진은 인천 제물포항에서 떠난 첫 이민선 갤릭호.
첫 이민선 갤릭호엔 조선의 농민, 노동자, 기독교인 등이 몸을 실었고, 이들은 미지의 신세계 하와이(포와, 布哇)에서 시작할 새로운 삶, 새로운 도전에 설레기도 하고 두려운 마음을 갖기도 했다. 이민자의 대다수는 인천사람들이었다. 이들중 86명이 인천사람들이었고 상당수는 인천 내리교회 소속이었다. 이민선은 20여일에 걸쳐 거친파도와 풍랑을 헤치고 이듬해인 1903년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도착했다.
인천 제물포항에서 출발한 121명이 모두 하와이땅을 밟은 건 아니었다. 이들 중 19명은 일본에서 실시한 신체검사에서 탈락해 하와이로 출발한 사람은 102명이었다. 이들중 최종으로 하와이에 상륙한 사람은 86명이었다.
하와이 이민은 1905년까지 15번의 항해를 걸쳐 이뤄졌고 모두 7226명의 조선인들이 하와이에 들어가 정착했다. 하와이 이민 1세대들은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에서 일하는 험난하고 고된 이민생활에도 조국을 사랑하는 일념으로 독립운동을 자금을 모금해 고국에 보내며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 이민선 갤릭호에는 처음엔 121명의 조선인이 승선했으나 일본에서 신체검사를 거친뒤 9명이 탈락해 102명이 하와이로 출발했다. 사진은 이민사박물관에 설치된 당시 승선했던 사람들의 모습.
조선인 이민자들 중에는 단기간에 성공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멸시를 받으며 고된 노동을 강요받았다. 말은 통하지 않았으며 소, 돼지 취급을 받으며 일만 하는 삶의 연속이었다. 한 이민자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미국인 농장 감독자들은 한국인 이민 노동자들이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고 일하지 못하게 했고, 말을 듣지 않으면 채찍으로 때렸다고 한다.
이들은 하와이에 가면 돈도 많이 벌고, 조선에서보다는 좋은 삶을 살 것이라는 선전을 믿고 이민선을 탔지만 하와이에서의 생활은 훨씬 험난하고 고달팠다.
▲ 이민사박물관에는 하와이에 정착한 한인들이 생활했던 집과 생활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인천시가 하와이 이민 120주년을 맞아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한국시간)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하와이를 방문해 이민 120주년을 기념해 개최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에 참석하고, 호놀룰루시와 자매도시 20주년 기념 우호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다.
그동안 하와이 이민 공식행사는 도착지인 하와이를 중심으로 진행해왔다. 첫 공식 출발지인 인천 제물포는 조명이 안됐던 셈이다. 이번 행사는 출발지인 제물포에 대한 의미와 역사를 되새기고자 출발 120주년에 더 방점을 두었으며 2023년 1월 13일부터는 하와이에서 이민 120주년 행사를 이어서 진행하게 된다.
▲ 한인들이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모습.
이번 하와이 방문에서는 우리나라 이민사와 관련된 의미 있는 장소들을 찾아간다. 먼저 호놀룰루항 7번 선창(Hawaii Marine Center), 한인합성협회 회관 1038 Nuuau St, 인하공원을 둘러본다. 호놀룰루항 7번 선창은 갤릭호를 타고 온 102명의 한국인 이민자가 1903년 1월 13일 도착한 곳으로 선상에서 실시한 검사에서 16명이 탈락했고 86명이 입국했던 곳이다. 하와이에서 다른 섬으로 가는 배는 13번 선창에서 떠났다.
한인합성협회 회관은 1907년 9월 2일 하와이의 24개 한인단체를 통합하여 설립한 하와이독립운동단체인 '한인합성협회'의 회관으로 현재 1층은 ‘Hans Cafe’로 2층은 ‘Dragon Jazz Bar’로 사용되고 있다. 인하공원은 인천과 하와이의 교류를 상징하는 조각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인천시 국제자문관 고서숙의 노력으로 인천시와 인하대학교가 기증한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뜻깊은 장소다.
▲ 하와이에서 결성됐던 대한인국민회 하와이지방총회 지도자들 (독립기념관 제공)
인천시는 공식 이민 120주년을 기념하고자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하와이에서 인천-하와이 국제미술교류전을 시작으로 특별 사진전, 인천의 날 행사가 열린다. 인천의 날 행사에서는 현지 교민들을 만나 노고를 격려하고,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위한 홍보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12월 22일(현지 시간)에는 이민 120주년 기념식과 함께 인천시립무용단의 화려한 축하공연도 펼쳐진다.
2023년 10월 15일은 인천시가 호놀룰루시와 자매결연을 체결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인천시장은 호놀룰루 시장과 시의회 의장을 만나 자매도시 20주년을 기념하는 우호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양 도시간 우호 증진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글 이용남 I-View 편집위원, 사진 이민사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