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의 만성 합병증
제 2형당뇨병(인슐린비의 존성당뇨병)에선 비만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열량뿐 아니라 지방질 대사를 개선하기 위한 자세한 식사관리가 요구된다.
또한 술을 비롯한 기호품에 관한 자제력을 신중히 따져 식사요법의 결과를 더나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때에 당뇨병 합병증 유무에 의한 식사의 변형이 적합하게 성취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당뇨병 신증(콩팥합병증) 에 의해 단백뇨가 나오면 하루 섭취 단백질의 양을 체중 킬로그램당 0.6 내지 0.8 그램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처방과 관찰은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이치를 이해하고 처방을 따르는 것은 미리 아는 길을 찾아가는 것과 똑같이 마음 든든한 것이다.
이상 설명한 것에 준하여 당뇨병 식사요법을 실행하면서 추구하는 목표는 다음의 세 가지에 둔다.
하나는 식사요법을 통하여 알맞은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비만한 이는 줄이고 마른 이는 늘려서 표준체중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키, 몸무게, 연령, 활동정도에 따라 적당한 열량을 섭취하는 것이다.
흔히 오류를 범하는 것은 당뇨병이면 무조건 줄여먹는 것으로 생가하여 지나치게 적게 먹는 것이다.
그렇지가 않다.
우리의 몸은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아야 인슐린의 작용이 제대로 나타나게 되어 있다.
다음 목표는 혈당과 지방질 대사 등의 대사조절이 원만해지는 것이다.
혈당,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의 검사치가 정상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의 판정은 물론 전문의의 지식과 경험이 전적으로 필요하다.
아울러 고른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한가지의 식품에 매달리는 것은 전연 어긋난 식사요법이다.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선택해 먹기 위해서는 식품교환표를 이용한다.
밥 대신에 국수를 먹고 소고기 대신에 생선으로 바꾸어 먹을 수 있도록 정리한 표이다.
이 식품교환을 잘 하면 할수록 먹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물론 기본 사용법은 당뇨병 교육을 통해 배워야 한다.
처음 차를사서 길을 나설 때 교통 표지판을 최소한 암기해야 하듯이 익혀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쉽게 식사요법을 할 수 없느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많으나 곤란하다.
혹시 한 두 마디의 말로 이렇게 저렇게 먹는 게 좋다고 이르는 이가 있다면 그는 필시 당뇨병 식사요법의 문외한이거나 엉터리다.
그것도 시동 거는 법만 가르쳐 주고 도로를 달리라고 몰아내는 강심장의 엉터리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목표들 보다 훨씬 더 중요한 당뇨병 식사요법의 목표가 있다.
다름 아닌 생산적인 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단식, 금식, 무슨 벌레 등등에 집착하여 자신의 일상생활에 부담이 오고 있다면 잘못된 식사요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 이처럼 당뇨병의 식사요법은 무작정이 아니다.
더구나 한두가지 식품을 골라 먹는 것은 더욱 아니다.
차근차근 자신의 병세, 당뇨병 형태를 살펴 전문적 판단에 의해 설계되는 것이다.
각각의 상황에 따라 당뇨병의 식사요법은 천차만별이다.
옆 사람이 하고 있는 식사요법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가장 공통적인 당뇨병식사요법의 지침을 다음과 같이 알기 쉽게 정리할 수는 있다.
△ 제때에 먹는다. 가능한 정해진 시각에 식사를 하는 것이 이롭다.
△ 탄수화물의 공급원으로 곡류를 주로 섭취하고 설탕이나 꿀 등의 단순당은 그 섭취를 피한다.
△ 단백질을 적절히 섭취한다.
△ 지방을 적당히 섭취한다. 너무 적게 섭취하면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섭취가 대신 늘어 이롭지 않다.
△ 싱겁게 먹는다. 소금, 자극성 음식은 안 좋다.
△ 술은 안 된다. 당뇨병이 아니더라도 술은 해롭다. 당뇨병에선 영양의 균형을 깨서 더 해가 된다.
▣ 당뇨병에는 못 먹는 식품이 많은가
당뇨병 환자가 전 국민의 5% 이상에 이르고, 성인에선 8%에 육박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당뇨병을 갖고 있고 또 당뇨병에 대한 여러 가지 상식과 정보를 들어 알고 있음에 비해, 그지식이나 정보의 정확성은 퍽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그릇된 속설, 얼토당토않은 처방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그럴 듯하게 퍼져잇는 것은 '당뇨병 환자는 못 먹는 음식이 많으며 무조건 음식량을 중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이 들어맞는 당뇨병 환자들도 있다.
뚱뚱하고 게다가 술, 담배, 기름기, 설탕, 소금 등을 좋아하고 있다면 음식량을 줄이고, 술, 담배, 기름기, 설탕, 소금 등을 가능한 한 피해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품이나 기호품들은 설령 이 사람이 당뇨병 환자가 아니더라도 피해야 할 것들이다.
즉 당뇨병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건강 유지를 위한 가장 기본적 식사 처방인 까닭에 권하는 것뿐이다.
병이 있다고 확인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당황함에 빠지고 동시에 오랜 기간의 투병에 뒤따르는 답듭함 때문에 엉뚱한 유혹에 쉽게 넘어가게 된다.
특히 먹는 문제에 관해서는 더욱 그러한 경향이 있다.
흔히들 당뇨병에는 '식이 요법' 을 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식이요법이란 말은 특정 식품의 효과를 기대하는 듯한 뜻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음식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식품들을 어떻게 즐기며 먹어야 하느냐는 뜻에서 '식사요법' 이라고 쓰고 있다.
다시 말해서 당뇨병 식사요법의 요체는 '무엇을' 이 아니라 '어떻게' 에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식품, 그것도 전해 좋아하지 않는 식품에 매달려 먹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주 그릇된 당뇨병 식사 요법인 것이다.
다른 모든 성인병들과 마찬가지로 당뇨병도 하루아침에 호전되는 병이 아니다.
꾸준하고 올바른 식사 요법을 근간으로 하여 보다 간편한 식생활을 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지, 당뇨병 식사 요법을 한다고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면서 동료들의 회식을 멀리하고 특이 식품을 찾아 정력과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은 절대로 도움이 되는 방법이 아니다.
여러 가지 식품을 골고루 기호에 맞게 즐기면서 한 가지 영양소에 치우치는 편식을 하지 않는 그 자체가 바로 훌륭한 당뇨병의 식사 요법인 것이다.
◈ 당뇨병과 술
술, 알코올은 당뇨병에 물론 안 좋다.
좀더 정확히 이르면 '술은 건강하든 아니든 몸에 해로운 것이니 당뇨, 당뇨환자에도 당연히 해롭다.'
그러나 '바다에 빠져 죽는 사람보다 술에 빠져 죽는 사람이 더 많다'는 풀러의 걱정만을 내세워 무조건 술을 끊으라고 윽박지르는 일은 만만치가 않다.
당뇨와 건강에 이로운 것일수록 긴 설명이 필요해져버린 우리네 당뇨관리의 풍토를 안쓰러워하며 술, 알코올과 당뇨의 관계를 찬찬히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1. 술과 저혈당증
저혈당증을 일으킨다.
객관적으로 혈당이 50밀리그램퍼센트 이하면 저혈당이라 한다.
혈당의 정상치가 60밀리그램퍼센트에서 120밀리 그램퍼센트 사이에 둔다는 것은 잠깐의 일임을 알 수 있다.
이아같은 알코올성 저혈당이 당의 조절이 시원치 않은 당뇨환자에서 훨씬 잦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일이다.
굳이 의학적 설명을 보태면 다음과 같다.
알코올이 당의 신생(新生)을 막고 음식을 머지 않아 간에 저장되어 있던 당원(글라코겐)을 써 버리게 되어 알코올성 저혈당증이 온다.
유형준 / CM병원 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