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6일 금요일 성 티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일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0,1-9 그때에 1 주님께서는 다른 제자 일흔두 명을 지명하시어, 몸소 가시려는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당신에 앞서 둘씩 보내시며, 2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3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4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5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 6 그 집에 평화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고,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7 같은 집에 머무르면서 주는 것을 먹고 마셔라.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 집 저 집으로 옮겨 다니지 마라. 8 어떤 고을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받아들이면 차려 주는 음식을 먹어라. 9 그곳 병자들을 고쳐 주며, ‘하느님의 나라가 여러분에게 가까이 왔습니다.’ 하고 말하여라.”
여왕개미와 페로몬
흰개미들은 일을 아주 잘하고 집단을 이루고 있는 곤충입니다. 그리고 공격성도 좋아서 개미들이 집단으로 공격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는데 이런 개미들을 낳는 여왕개미는 상상할 수 없이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미집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여왕개미는 일반 일 개미보다 5만 배나 크고 그렇게 거대한 몸집으로 알을 낳아서 일꾼을 거느립니다. 5초에 한 개의 알을 낳는데 하루에 3만 마리까지 낳을 수 있는데 그 여왕개미는 눈도 멀고, 움직일 수도 없고 일개미들의 수발을 받으면서도 개미들을 아주 잘 다스린다고 합니다. 500만 마리나 1,000만 마리의 개미들을 거느리는 여왕개미는 ‘페르몬’이라는 물질을 분비해서 일개미와 모든 개미들을 거느립니다.
페로몬은 같은 종(種) 동물의 개체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사용되는 체외 분비성 물질이라고 합니다. 페로몬에 의한 화학 커뮤니케이션의 예는 개미류의 집 속의 사회행동 조절이나 먹이가 있는 곳, 위험의 전달에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흰개미의 여왕이 분비하는 여왕물질은 다른 미성숙 암컷(일개미)의 난소 발육을 억제합니다. 결국 일개미로써 일생을 혹사시키는 무기가 되는 것입니다. 꿀벌에서도 마찬가지로 여왕벌이 분비하는 페르몬을 핥은 일벌들은 입을 통하여 여왕물질이 무리 전체로 전되어 여왕의 존재가 인식됩니다. 여왕개미나 여왕벌이 죽으면 여왕물질이 없어지고 무리는 새로운 여왕을 키우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유충이 없으면 일벌의 난소가 발달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페로몬은 후각이 발달한 포유류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중요한 구실로 대부분의 포유류는 몸에 페로몬 분비선을 가지고 그 분비물을 보통은 세력권(텃세권) 표지에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코끼리는 두정부에, 사슴부류는 눈 밑에, 캥거루는 가슴부위에 이런 종류의 선을 가지고 있고 구멍토끼는 자기 무리의 개체에 오줌을 서로 묻혀 표지하고, 냄새로 다른 무리의 개체를 구별하여 공격하기도 합니다. 또한 항문선 분비물의 냄새가 묻은 똥의 무더기로 텃세권을 표지하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이 페르몬 향을 향수로 만들어서 성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답니다. 이런 일개미나 일벌은 이 여왕물질에 의해서 조종되고 이 여왕물질이 없으면 일을 하려고 하지도 않고 특별히 양성된 새로운 여왕이 나타나면, 무조건 순종하고 열심히 일하고 정해진 수명에 만족합니다. 세상에서 돈이나 권력이나 쾌락이 여왕물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맛을 들이면 무조건 복종하고, 생을 다할 때까지 목숨을 내 놓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종교도 마약과 같아서 중독되면 정신을 잃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수년 전 교회에서 1억 원을 헌금한 부인이 새벽기도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슈퍼마켓에서 4,500원 하는 달걀 한판을 훔쳤다고 인터넷 기사에 올라서 많은 사람들의 빈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1억 원이나 헌금하고 자원 봉사활동도 많이 한 사람이니 선처해 달라는 목사의 말에 더 분노를 느낀다고 했습니다.
엘리야가 바알신이 주관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바람이나 지진이나 불 속에도 주님이 계시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하느님은 ‘부드러운 소리’ 속에 계셨다고 했습니다.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시끌시끌한 말썽이 많은 곳에 계시지도 않고, 땅이 갈라지고, 집이 무너지고, 경천동지(驚天動地)하는 기적 속에도 하느님은 계시지 않고, 불길처럼 소리 지르며 모든 것을 태우는 열정이나 고함지르는 강렬한 페르몬 향속에도 계시지 않고, 부드럽고 고요한 말씀 속에 계신다고 했습니다.(1 열왕 19, 9-14) 이처럼 주님께서는 요란한 곳이 아니라 평화를 빌어주는 사람과 함께 계신다는 생각을 합니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부족하니 주인에게 일꾼을 보내달라고 청하여라.’는 주님의 말씀과 제자들을 이리 떼 속으로 보내는 것과 같이 걱정하시는 예수님을 느낍니다. 주님께서는 여왕개미나 여왕벌처럼 페르몬과 같은 여왕물질을 발산하셔서 일꾼도 불러 모으고, 마법처럼 그들을 조종하지 않고, 하느님께 보내달라고 간청하시는 것을 대하면서 전혀 다른 일꾼의 모습을 새깁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복음 선포의 일꾼은 여왕개미가 분비하는 페르몬이 아니라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아서 가난하고, 세상의 어떤 유혹에 벗어나 머물 곳마저 없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말씀 속에 하느님을 선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나는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을 받은 사람으로 살거나, 주님의 일꾼으로서 복음을 선포하거나, 사랑과 평화를 심어주지도 못하고 세상의 페르몬에 정신이 팔려서 살았다는 것을 느끼고 반성합니다.
지난 가을부터 우리나라에는 새로운 사제들이 많이 탄생하였습니다. 주님의 성실한 사제로 일생을 겸손하게 살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입니다. 또한 성소로 불림을 받은 모든 사제들과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주님의 일꾼으로 그 소임을 다하기를 기도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성소가 너무 줄어들어 모든 신학교에 입학생이 정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각 교구의 새 사제들이 이제는 열 명도 안 되게 서품을 받습니다. 정말 하느님께 일꾼을 많이 보내 주시기를 기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성소 안에 계신 분들이 때로는 그 소임이 힘에 벅찰지라도 언제나 그 길에서 성령께서 인도하여 주시기를 청할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