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信天함석헌
친구가 정성에 선물로 주는 생선을
솥 두껑부터 엶은 무슨 일이냐?
한 번 보지도 않고
먹기부터 하려느냐?
생선 주는 뜻 배만을 불리람이더냐?
배 부르기를 원하는 것만이 친구라더냐?
보기도 하란 말이지,
생각도 해보란 말이지,
맛은 혀로만 보는 것은 아니니라.
보아라!
가슴 속에 산 생선이 꼬리를 치도록 들여다보아라F!
주는 맘 죽은 생선보다 펄펄 뛰는 것을 더 원했고
받는 맘 역시 살았다면 더 좋지 않더냐?
들어라!
솥 두껑을 들지 말고 선물을 높이 들어라!
든 팔을 펴 푸른 하늘 높이 겨누어 보아라!
아득한 그 하늘 신비의 소 되고
흐르는 구름 물결도 같고
은비늘 번쩍이는 그 생선 바로 오르는 용 같아
바라는 네 맘 풍운조화(風雲造化)에 든 것 같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펄떡펄떡 꼬리치는 그놈 안고 바다로 가렴,
망망한 바다로 가렴,
늠실거리는 물결 속에 그놈을 덤석 놓아주어 보렴.
유유히 물살 치고
흐느적이는 마름 사이에 자취 감추려던 그놈
네 얼굴 못 잊겠다는 듯 다시 슬쩍 돌아서
물 위에 높이 머리 내밀고
야광주같이 광채 쏘는 새 안정(眼精) 다시 얻은 눈 들어
눈물 흘리는 듯
신비의 지혜 가르쳐주는 듯
때 지나도록 너 바라본 후
영원한 맹세하듯이 힘있게 머리 조아려 무한한 깊음
속 향하여
꼬리 한번 들어 탁 치는 판에 어디로 간지
울리는 파도 소리만 천군천사(天君天使)의 군악(軍樂)인 듯
천지(天地) 사이에 가득할 따름이요
다시 아무 소식 알 수 없음 볼 때
네 가슴 어떠 할거냐?
이 세계 밖에 나가선 듯해
멍멍히 취하는 듯 서 있지 않을 거냐?
그 네 얼굴 본다면,
몸 잊고 세상 잊고 하늘 바라고 서는 그 네 얼굴 본다면,
밥 먹는 인생임 잊고
맛에 팔려 침 흐르는 입 말라드는 줄 모르고
빛에 끌려 휘둘던 눈알 눈물에 잠겨짐 모르고,
저녁 영광에 싸여 구름기둥같이 서는 너를 본다면,
그 옆에서 너 보는 네 친구 그 맘 또 어떠 할거냐?
그도 역(亦) 얼빠지는 너 보기에 얼이 빠져
생선 준 생각 다 잊고
말도 못하고
마주 서는 구름기둥 되어
영원문 열고 서는 두 기둥같이 서로 마주 서
벌어지는 줄 모르게 벌어지는 입으로
벙글벙글 웃고만 서 있지 않을 거냐?
솥 뚜껑부터 여는 사람아
사람이 먹고만 산다더냐?
보고 사는 인생 아니냐?
생각에 사는 사람 아니냐?
믿어 사는 인간 아니냐?
미쳐 사는 혼이 아니냐?
읊조리는 자 읊조리기에 미쳐,
듣는 자 듣기에 미쳐,
그리는 자 그리기에 미쳐,
보는 자 보기에 미쳐,
주는 자 주는 것이 그저 좋아 미쳐,
받는 자 받는 것이 그저 좋아 미쳐,
먹을 줄, 잘 줄, 피곤할 줄, 죽을 줄을 모르고
얼 빠져
그래 빠져나온 얼이
크나큰 일 속에 빠져들어
죽을지 살지를 모르고 녹아들어서
미쳐 살지 않느냐?
친구가 정성에 선물로 주는 다섯 자 생선을
너는 어찌하여 칼 들고 솥 뚜껑을 여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