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나물 찾아 봄
방송일 2022년 04월 04일(월) ~ 04월 08일(금), 642편
*다시보기->https://worldtrip.ebs.co.kr/worldtrip/replay?stepId=01BP0PAPD0000000022
*영상보기->https://youtu.be/HzVejgs1m_s?list=PLvNzObWMMx6vYVQFfFq10QnHHumb_dhoO
“나물을 먹어야 봄이 오지요”
겨우내 언 땅을 뚫고 파릇한 새순이 움트는 계절, 봄.
따뜻한 봄볕에 산과 들녘에는 어김없이
향긋한 쑥이며, 냉이, 달래, 머위들이 올라와
기어코 우리를 집 밖으로 불러낸다.
강인한 생명력 오롯이 담은 그 기운 받으면
올 한 해 잘나겠지 싶은 맘에
산으로 들로 나물 찾아 나서는 이들
심신 설레게 하는 봄의 향연 속으로 떠나보자!
1. 소쿠리 가득 청춘
전남 보길도의 부용마을에는 삼총사가 산다.
토박이 첫째 김해자 할머니
흥 넘치는 둘째 신계심 할머니
똑 부러지는 막내 김금례 할머니까지.
50년 지기 세 할머니가 봄맞이를 위해 뭉쳤다
빨래터에서 해묵은 솜이불을 투닥투닥 빨며
겨울 기운을 완전히 날려 보내고
뒷짐 진 손에 소쿠리 하나씩 챙겨 들고
들로, 바다로 나물 찾으러 나선다
봄기운 가득 품은 푸릇한 쑥과 달래, 냉이부터
바다의 봄나물 톳까지
순식간에 소쿠리 가득 봄이 담긴다.
봄이 오면 여전히 이팔청춘 봄처녀 마냥
가슴 설렌다는 할머니들.
가는 곳마다 흥이 돋고 웃음꽃이 만발하는
보길도 할매 삼총사가 차려내는
봄날의 청춘을 담아낸 밥상을 함께 한다.
2. 풍도, 야생화 피면 찾아오지
야생화의 천국이라 불리는 서해안의 외딴 섬, 풍도
10년 만에 풍도를 찾은 정승익 작가와 함께
풍도의 봄을 찾아 길을 떠난다.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변함없는 모습으로
정승익 작가를 반겨주는 풍도의 자연.
언 땅을 뚫고 피어난 샛노란 복수초와 노루귀부터
오직 풍도에서만 볼 수 있다는 풍도 바람꽃까지
작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야생화의 매력에 푹 빠져본다
숨은 봄 찾으며 숲길을 오가던 정승익 작가가
야생화보다 더 강인하고 고운
풍도의 봄을 캐는 할머니들과 만난다.
산 곳곳 가파른 비탈길을 누비며
할머니들이 낙엽 속에서 찾아낸 사생이 나물.
풍도에서 처음으로 나는 봄나물로 독특한 향과 맛이 일품이다.
그맛이 궁금한 정승익 작가를 위해
풍도에서도 솜씨 좋기로 유명한 최계숙 씨가
푸짐한 나물 밥상을 차려낸다.
풍도 피자라 불릴만큼 두툼하고 맛 좋은 사생이 나물전,
한술 뜨자마자 풍도의 봄이 입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정승익 작가와 떠난 풍도 야생화 여행길,
그곳에서 만난 풍도 할매들의
쌉싸름하고도 달큰한 인생 이야기를 함께 들어본다.
3. 이맛에, 고흥
전라남도 고흥으로 나물 찾아 떠난 독일인 셰프 다리오.
그 첫 번째 행선지는 고흥의 나물 1번지라 불리는 도화면.
긴 겨울 가뭄 끝에 약비인 봄비가 내리던 날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 방풍나물 밭으로 향한다.
올해 첫 번째 수확을 맞이한 방풍나물!
고흥의 봄은 방풍 향기와 함께 시작된다.
해풍 맞고 자라 진한 향이 일품인 방풍나물은
특히 겨울을 이기고 나온 첫 순이 아삭한 맛이 빼어나다.
방풍나물을 베고, 담고, 포대에 쏟아붓는 작업이 한창인 와중에도
다리오를 반갑게 맞이하는 할머니들의 표정에는
노동의 고됨보다 자부심이 가득하다.
두 팔 걷어붙이고 일손 돕겠다 나선 다리오,
커다란 나물 포대를 나르며
봄을 맛보기 전에 혹독한 신고식부터 치른다
고생해준 다리오를 위해 할머니들이 준비한
방풍나물 특별 밥상!
새순으로만 담아낸 장아찌와
바삭하고 촉촉한 방풍나물 튀김의 맛에 빠진 다리오다.
다리오의 두 번째 행선지는
고흥의 작은 섬, 쑥섬.
봄나물의 대명사 ‘쑥’이 섬 이름으로 붙여질 만큼
예로부터 쑥으로 유명한 섬이다.
그 이유가 궁금한 다리오.
배에 올라 쑥섬에서 밥집을 하고있는
박성수, 김경희 부부를 만났다.
밭에서 재배하는 것이 아닌
오직 자연에서 나는 쑥만을 쓴다는 부부.
도다리 쑥국과 쑥전으로
보약보다 좋은 쑥섬의 봄맛을 선사한다.
유난히 질이 좋은 쑥이 나오기에
‘쑥’섬이라는 이름이 붙은만큼,
입안 가득 퍼지는 부드럽고 달큰한 쑥향은
다리오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향과 맛은 물론, 건강까지 챙겨주는
고흥의 봄나물 기행 떠나본다.
4. 진도 봄맛 공양
전라남도 진도, 마을과 가까운 절 칠성사에도
따스한 봄날이 찾아왔다.
마을에서는 겨울부터 봄까지 이어진 대파 수확이 한창!
칠성사 동오스님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일을 돕는다.
아낙네들의 재빠른 손과 달리 스님은 실수 연발.
스님에게도 거리낌 없이 호통치며
즐거운 웃음소리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
혼이 나는 와중에도 스님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만연하다.
고생한 스님을 위해 노지에서 자라는 돌미나리로
특별한 공양을 준비한 어머니들.
요새는 찾기도 힘들다는 노지 자연산 미나리로 만든
미나리전과 미나리무침.
씹으면 씹을수록 입안 넘치는 향에
동오스님의 마음도, 어머니들의 마음도 푸르른 봄날이다.
절의 문턱은 낮아야 한다는 동오스님,
어제의 공양에 보답하기 위해
봄을 맞고 깨어난 봄나물들로 봄맞이 공양을 준비한다.
정성껏 따낸 갓 자란 유채와 머위를
첫봄을 나누고 싶은 마음과 함께 비벼낸 봄나물 비빔밥,
함께 하기에 그 맛은 더욱 깊어진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마음의 봄까지 담아 차려내는
동오스님의 봄맞이 공양을 함께 맛본다.
5. 꽃보다 아름다운
전라남도 해남,
숲길을 거닐며 꽃 대신 나물에게 인사하는
박태정, 윤영신 부부.
이 숲은 부부가 가꾸는 ‘나물 정원’이다.
오래 전부터 부모님이 가꿔온 산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영신 씨 부부가 관리를 도맡았다.
흔한 꽃 정원 대신, 나물을 보고 가꾸는 정원을 만들고 싶었던 부부.
오늘은, 오랜 결실이 빛을 보는 봄날이다.
하얀 눈송이 같은 머위꽃을 보며 기뻐하는 부부.
올라오는 나물 꽃을 즐기고
나물을 뜯어 그 맛을 즐기는 순간까지.
부부에게 있어 봄날은 모든 순간이 벅차오른다.
바구니 가득 머위와 명이나물, 산부추를 뜯어온
부부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었으니.
봄나물 소식을 듣고 특별한 밥상을 차려주기 위해
부부의 두 아들이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던 것.
첫 수확한 나물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영신 씨 가족의 봄의 시작은 기분 좋은 초록 불.
부모님의 숲에서, 이제는 부모가 되어
가족들과 함께 봄을 즐기는 영신 씨의 나물 정원으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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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두 여자.
변덕례 할머니는 구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꼿꼿하게 곧은 허리와 날쌘 손놀림을 자랑한다.
덕례 할머니의 자랑거리는 또 있었으니
바로 자식만큼 예뻐하는 며느리, 최경주씨다.
얼핏 보면 모녀지간이라 착각할만큼 사이가 좋은 두 사람.
손 꼭 잡고 향한 곳은
푸릇푸릇 올라온 홍화나물 밭이다.
여름에는 노랗고 붉은 꽃을 피어내는 홍화는
봄에만 이파리를 먹을 수 있다는데.
홍화 농사를 짓게 된 것도
덕례 할머니의 며느리 사랑 덕분!
허리가 아픈 며느리를 위해
밭 귀퉁이에 조그맣게 짓던 것을 점점 키워나가
지금은 이만평에 달하는 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다.
시어머니와 뭐든 함께하는 경주 씨.
함께 마주 앉아 특별식, 홍화떡을 빚는다.
연녹색의 떡 빛깔에
덕례 할머니는 마치 봄처녀로 되돌아간 기분이다.
마주 앉아있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사랑스러운 봄날을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