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겨울과 봄의 틈사이에 끼여 별 존재감 없이 느껴지는 계절이다. 하지만 2월은 앞으로 다가올 많은 일들에 대한 사전준비가 조용히 일어나는 시간이다. 개인적으로 2월의 일상은 조용하면서 집중되게 느껴진다. 이른 아침 출근해서 드립커피를 내려 따듯한 우유와 섞는다. 이것은 라떼인가. 아무튼 마시며 여기저기 화분들을 돌아본다. 화초들 기분이 좋아질까 싶어 FM 클래식 라디오를 틀어준다. 아침 정원에는 까치가족들이 노래한다. 그들의 성(姓)를 '조'씨로 붙여주었다.
예약하고 방문한 이들과 차를 마시고 일을 한다. 만날 사람들은 이렇게 만나지는 것 같아 일부러 의도 내어 만나지 않는 편이다. 사람들이 가면 통창을 활짝 열어준다. 그들의 여운이 사라져간다. 숨을 크게 내쉬고 잠시 발바닥을 느끼며 마루를 한걸음 한걸음 걷는다. 때로 책상앞에 앉아 종일토록 일속에 파묻힌다. 이따금 깨어나 차를 마신다. 차주전자에 한가득 끓여놓은 허브차는 따스한 위로이다. 종종 큰숨을 내쉬고 허리를 펴고, 왼다리 오른다리를 바꿔 꼬아준다. 이것을 일하면서 하는 요가, '일요가'라고 이름 붙여주었다.
온라인 상으로 도반과 동학들을 만나기도한다. 생각할수록 참 신기한 세상이다. 가상의 공간에서 다양한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과 만날 수 있다니. 같은 관심사에 대한 즐겁고 호기심 나는 대화가 유익하게 느껴진다. 언젠가 시간도 넘어서는 날도 올 것 같다. 그때는 아마 시공을 초월하여 한 자리, 한 시에 만나게 되겠지. 약속을 정할 필요 없이 마음을 먹는 순간 바로 만나게 될 것이다. 의식의 또 다른 층에서, 영혼의 에너지체로서.
내향의 2월이 가면 새봄, 부지런하고 들썩들썩한 외향의 에너지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