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정자 | 날짜 : 10-06-05 17:57 조회 : 1775 |
| | | 부부침실 김정자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잠자리만큼은 한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는 게 남편의 기본 생각이다. 나 역시 어릴 적부터 친정 부모님께서 언제고 한 이불에서 꼭 주무시는 것을 보며 자랐기에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결혼 이후 지금까지 각방 쓴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가끔 밤 이슥하도록 글을 쓸 때에도 남편은 침대에 누워 내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럴 때마다 먼저 잠자리에 들라고 하지만 남편은 내가 옆에 없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어린아이처럼 투정한다. 몸은 늙어 가지만 그의 모습은 엄마 품을 찾는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아내의 건강을 염려하는 속내를 느낄 수 있다.
부부가 잠자리를 함께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상사이다. 그런데 동창회나 모임에 나가 은연중 잠자리 이야기가 나오면 나이가 많아서인지 이젠 거의 각방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사오십 대부터 그들은 각방을 쓴단다. 되려 함께 잠자리에 드는 부부를 비정상으로 보며 비아냥거린다. 그뿐이 아니다 각방을 쓰며 필요에 따라 사랑을 나누며 살지만 조금도 불편함이 없이 만족하게 산다며 자랑하는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너무도 의아스럽다.
그러나 그들이 나눈 사랑이 과연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교차하는 성스러운 사랑을 나눌 수가 있을까? 부부가 각방을 쓰며 동상이몽을 품고 살면서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그 성 욕구에 의해 한밤을 지낸다면 그것은 각자가 서로 속고 속이는 잘못은 아닐는지. 노년에 들수록 아니 노년의 성에 대해서 부부는 솔직하라고 전문가들은 말하지 않던가. 잠자리를 꼭 같이 해야만 행복한가라는 물음 앞에서 꼭 정답은 아니지만,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서로 살갗을 자주 만져주라 충고하고 있다.
어느 날 나도 중년에 이르러 묘안을 생각해 낸 적이 있었다. 나이 들면서 부부 침대가 점점 좁아져 옴을 느끼는 것은 부드럽던 남편의 손길이 점점 딱딱해져 옴을 느끼게 되면서이다. 젊었을 때의 남편의 살은 닿으면 따뜻하고 사랑을 느꼈지만, 이제는 딱딱한 물체가 닿는 것처럼 무덤덤하게 느끼기 시작할 때부터 고민 끝에 묘안을 생각해 낸 것이다. 물론 역지사지로 본다면 남편 또한 내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란 걸 깨닫고부터였던 것 같다.
제주도 관광했을 때 죽부인을 보고 생각해 낸 것이다. 남편 옆에 보드라운 죽부인을 한 개 만들어 대령하게 되었다. 꼭 죽부인만한 크기로 대나무가 아닌 예쁜 천으로 폭신폭신한 실크 솜을 넣어 만들었다. “여보! 당신 애첩이야.”라고 하면서 대령하였더니 생각보다 참 좋아했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촉감은 어찌 보면 우리 부부의 젊은 시절 뜨거운 열정으로 사랑을 불태웠던 침실의 분위기와 닮았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죽부인이 아닌 긴 베개 애첩과 셋이서 한이불 속에서 잠을 자기 시작한 것이 어언 20년이 넘는다. 철 따라 예쁜 천을 갈아입힐 때면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남편도 애첩을 서넛은 거느렸을지도 모른다.’란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남성이라면 누구나 자기 아내 아닌 다른 여인을 품에 안고 싶어 하는 마음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잠자리에 잠들기 전에 다정히 누었다가 잠들 무렵이면 으레 긴 베개애첩을 끌어안고 숙면을 하는 남편을 바라보면 가끔 남편의 품에는 젊고 예쁜 애첩이 안겨 있는 것처럼 느낀다. 내심 나에게 향한 사랑이 식은 듯하여 질투심이 끓어오른다.
부부가 사랑하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유일한 축복이 아니던가. 영,혼,육이 혼합하여 하나가 되는 하늘이 맺어준 부부의 인연으로 침실을 함께 쓰는 것은 아름다운 부부의 예로 지켜왔다. 만약 각방을 쓰는 남편이 훗날 내 아들의 모습이라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각방을 쓰는 아내가 훗날 내 딸의 모습이라면 얼마나 마음이 시릴까?
사실 요즘 젊은 여인들도 코골이 남편이나, 잠들어도 텔레비전을 켜놓고 자는 남편으로 하여 수면방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때, 그밖에 침실 온도의 차이라든가 불결하게 느껴지는 남편들로 하여 자연스럽게 남편이 잠들면 다른 방으로 가서 잠들곤 하는 부부가 많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인생을 짧게 본다면 지금 이 순간 부부가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가. 서로 사랑만 하면서 살아도 부족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을 빨리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양쪽 부모님들이 떠나시고 우리 순서가 되었다. 언젠가 둘 중 한 사람이 먼저 떠나면 어찌 살까를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 이대로 옆에 있어주는 남편이 얼마나 든든한가. 그리고 내가 옆에 있어 행복하다는 남편이 오늘따라 더욱 소중하게 다가옴은 왜일까. 슬며시 남편에게서 애첩을 내려놓고 그의 손등을 매만져 본다. 이 따듯하고 평온한 침실을 지키기 위해 참 열심히 살아온 나의 동반자. 오늘 밤 우리 부부의 침실엔 다른 어느 날보다 더 진한 사랑의 스킨십으로 꽃과 나비되어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싶다. |
| 임재문 | 10-06-05 23:21 | | 저도 각방쓰겠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않습니다. 제가 잠고대가 많고 그렇지만, 아내는 음악소리처럼 자장가소리처럼 그렇게 듣고 잠들곤 합니다. 함께하는 세월이 그 얼마나 남았다고 각방을 쓰느니 하는 소리를 들으면, 부질없는 세상살이가 아닌가? 허무하게 느껴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저도 아내사랑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감사합니다. 김정자 이사님! | |
| | 김정자 | 10-06-07 08:02 | | 임재문 선생님 글 올려 놓고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답니다. 은밀히 감추워야 할 침실을 노출시키는 글이고 보니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자꾸 변하고 있느 세태가 안타까워서 과감하게 발표를 했습니다. 댓글 달아주시니 감사합니다. 건강하셔요 임재문 선생님 | |
| | 최복희 | 10-06-06 09:26 | | 김정자 선생님 가슴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의 부부애가 그대로 담겨 있군요. 사람마다 의견의 차이는 있겠지만 선생님 생각에 공감합니다. 좋은 많이 읽게 해 주십시오. | |
| | 김정자 | 10-06-07 08:03 | | 최복희 선생님 한거풀을 벗는다는것은 참으로 힘든것이지요. 평상시에 갈등으로 다가왔던 부부 잠자리로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젊은여성들의 과민한 반응으로 하여 툭하면 이혼소동들도 벌어지는것은 예전과는 달라지는 부부애로 인하여 빚어지는 일들이라 생각하며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최선생님 감사드립니다. | |
| | 박원명화 | 10-06-07 11:45 | | 예민한 글일 수도 있겠지만 끝까지 해로하는 모습에서 김정자선생님의 아름다운 부부애를 바라봅니다. 늘 곁에 있는 사람이라 자칫 소중함을 모르고 지내다가도 없을 땐, 집안이 텅 빈듯 , 허전한 느낌이 들지요. 그 만큼 가장으로 기둥으로 남편님이 차지하는 공간의 넓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겠지요. | |
| | 김정자 | 10-06-07 15:09 | | 박원명화 선생님 부끄러운 글 읽으시고 위로의 말씀 남겨주시니 감사하네요 글 올려놓고 많은 후회를 하고 있었답니다. 늘 옆에서 든든한 힘이 되어 주심에 오늘도 감사합니다. 더위가 한여름이네요. 건강에 늘 주의 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 |
| | 윤행원 | 10-06-07 22:50 | | 김정자 선생님, 부부의 따뜻한 정이 담긴 글 잘 읽었습니다. 남편에 대한 마음씀씀이가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김 선생님은 아무래도 현모양처인가 봅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속깊은 배려를 하시는 모습이 떠 오릅니다. 온화한 성품에다 자애로운 덕성이 담긴 글이라서 그런지 김 선생님의 작품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감사합니다. | |
| | 김정자 | 10-06-07 23:31 | | 윤행원 선생님 모처럼 글 한편 올려놓고 이렇게 고민해보기는 처음입니다. 제목부터 좀 야하지 않습니까? 저의 속내를 너무 들어낸 글이라 많은 후회를 하는 글이 되었습니다. 좋은 말씀으로 위로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역시 윤선생님이시구나 합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 하시기 바랍니다. | |
| | 이진화 | 10-06-08 01:15 | | 김정자 선생님, 내내 미소를 머금으며 읽었습니다. 사려 깊으면서도 당당한 글에 감동 받았어요. 덕분에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일정한 시간은 남편과 대화를 나누려고 애씁니다만 무심히 지나갈 때도 많습니다. 김정자 선생님을 본 받아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 |
| | 김정자 | 10-06-08 07:26 | | 이진화 전회장님 너무도 유치하고 질이 떨어진 수필은 아닌가 싶어 원고 올려놓고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답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이런 수필 쓰지 말아야지~ 하면서 후회도 하고 있었답니다. 이진화 전회장님께서 위로의 댓글을 달아주셔서 조금은 마음을 가라앉히긴하였습니다만. 저야말로 이번 기회에 좋은 수필에 대하여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진화 선생님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
| | 이건우 | 10-06-09 18:13 | | 김정자 선생님!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저의 결혼생활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절절이 옳은 말씀이고 요즈음 젊은 부부들에게 좋은 교훈이 되는 글이라 생각됩니다. 선생님의 부부사랑까지도 느껴져 부럽기도 했습니다. 오래도록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 |
| | 김정자 | 10-06-11 06:44 | | 이건우 국장님. 글 올려놓고 부끄러운 마음에 많은 고심도 하였습니다. 좋은 말씀으로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늘 고생많으십니다. | |
| | 정희승 | 10-06-13 09:50 | | 부부라면 한이불을 덮고 자야지요. 저도 그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아무리 부부라 해도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거든요. 아침형이 있는가 하면 올빼미형도 있으니까요. 취향이나 성격이 다른 경우도 흔하지요.
제 생각에는 죽부인이 그 차이를 완화해주지 않았나 싶네요. 아무튼 늘 애틋한 정을 품고 사시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 |
| | 김정자 | 10-06-13 22:07 | | 정희승 선생님 부끄러운 글 읽으시고 댓글 달아주셨네요 많은 용기가 필요한 글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이 기성세대들을보고 흉내낼까 걱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예전과는 달라진 세태로 발전되고 있는듯 합니다. 정선생님.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더위에 건강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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