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스타브 쿠르베
Gustave Courbet, 프랑스, 1819-1877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만남)
Bonjour Monsieur Courbet, 몽펠리에, 파브르미술관
"나는 천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천사를 그릴 수 없다. 만약 천사를 내 앞에 데려오면 천사를 그려주겠다." 교회를 그린 작품에 천사를 넣어달라는 요청에 이런 기발한 대답을 한 화가가 있었단다.
프랑스 출신의 귀스타프 쿠르베는 19세기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로 미술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단다. 쿠르베는 비교적 부유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서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 게다가 집안에서 화가가 되겠다는 쿠르베의 소망을 적극 후원했단다. 그리하여 화가가 되는 길도 평탄한 편이었어. 하지만 쿠르베는 항상 곤궁한 생활의 하층 인생에관심을 쏟았어. 이런 성향은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단다. 낭만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소외된
계층이나 노동자들의 팍팍한 일상, 그들의 초라한 삶을 사실적으로 담았던 거야.
쿠르베는 예술과 인생에서 성공한 기성세력에 반항하는 자세를 취했단다. 그래서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고발하는 그림을 주로 그렸지. 예술의 목적이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었던 당시의 예술관과는 정반대의 입장이었단다. 아마도 쿠르베는 의식화된 사회주의에 빠져 있었던게 아닐까 싶구나. 프랑스는 대혁명(1789년) 이후 82년간 민주화 과정을 거쳤지. 4번의 전쟁, 2번의 혁명, 그리고 2번의 쿠데타를 거치며 계속되던 혁명과 반혁명의 소용돌이가 프랑스를 지나 갔단다.
쿠르베의 인생도 이 역사의 흐름 속에 있었지. 그리고 1871년 파리 시민군에 의해 결성된 파리 코뮌(Paris Commune)에 적극 가담했단다. 파리 코윈이 실패로 돌아가고 쿠르베는 재판에서 50만 프랑의 벌금형을 받았어. 게다가 자신의 모든 그림을 몰수당했지. 결국 쿠르베는 스위스로 망명해 불우한 여생을 보내다 쓸쓸히 죽었단다. 파리 코뮌은 파리에서 프랑스 민중들이 처음으로 세운 사회주의 자치정부로 약 70일 만에 정부군에 진압된 혁명 정부다.
쿠르베가 생각했던 화가란 무엇일까. 이 그림은 어려운 하층민의 생활을 그린 쿠르베의 대표작과는 사뭇 다르단다. 돌 깨는 사람(Les Casseurs de pierre)>이나 <오르낭의 매장>처럼 어려운 하층민의 생활을 그린 작품에 비해 유머가 넘치는 그림이지
할아버지는 쿠르베의 이 작품을 볼 때면 웃음이 나는구나. 쿠르베는 자신의 작품을 사주고 격려했던 후원자를 방문하러 가는 중이란다. 쿠르베의 후원자는 프랑스 남부의 몽펠리에에 살고 있던 알프레드 브뤼야스(Alfred Bruyas)였지. 그리고 길 한가운데서 마중 나온 브뤼야와 쿠르베가 만나는 장면이다.
작품의 제목은 원래 '만남' 이었다만 쿠르베의 이 평범한 그림은 엄청난 화제가 되어 곧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 라는 부제가 붙었단다.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 하고 인사하는 후원자에게 웬만하면 같이 머리 숙여 예의를 갖출 법도 한데, 쿠르베는 턱을 바짝 치켜들고 있구나, 녹색 재킷을 입은 브뤼야스는 왼손에 모자를 쥐고 쿠르베를 맞이하고, 왼편의 시중 칼라스는 쿠르베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지 않느냐.
쿠르베는 도도하게 브뤼야스의 환대를 받고 있는데 그의 옷차림을 잘 보렴. 아셀과 붓을 챙겨 넣은 가방을 맨 쿠르베는 소박한 등산복 차림이야. 이에 비해 쿠르베를 반기는 브뤼야스와 그의 시종은 고급스런 외출복을 입고 있지? 시종과 개까지 데리고 나온 부유한 후원자라도 결국 예술가에게 먼저 경의를 표해야 된다는 것이 쿠르베의 생각 같구나. 과연 이런 자긍심이야말로 예술가에게는 목숨과 같은 것이 아니겠느냐.
햇빛이 쿠르베의 온몸을 비추고 있구나. 예술가가 가질 수 있는 자신감과 충만한 영감의 발산이라 해야 할까. 이에 비해 후원자와 시종은 햇빛을 정면으로 받지 못하고 살짝 측면으로 물러나 있단다. 화가의 자의식을 이런 일상 속 풍경에서 담아낸 화가는 쿠르베 이전에 없었단다. 길 위에서의 이 평범한 조우는 그 때문에 전혀 평범하지 않은 그림이 되었단다. 교훈적인 역사화가 중심이던 시절에 쿠르베의 이 그림은 곧장 화제가 되었지.
쿠르베의 이 당찬 자신감이 이해되느냐? 비스듬히 턱을 치켜들고 여유를 부리는 저 예술가의 미소가 당시 파리에서 얼마나 화제가 되었을지 짐작해 보려무나..
*할아버지가 꼭 보여주고 싶은 서양 명화 101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