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파타성당 봉헌과 본당 승격 의미 되새기자
발행일2019-09-01
[제3160호, 23면]
서울 에파타본당이 8월 25일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새 성당 봉헌미사를 열면서 같은 날짜로 준본당에서 본당으로 승격됐다.
서울 마장동에 세워진 에파타성당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서울대교구 최초의 성당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새 성당을 봉헌하며 서울대교구가 에파타본당을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위하고 그들이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는 ‘본당’으로 승격시킨 것은 그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에파타본당 주임 박민서 신부는 새 성당 건립 기금을 마련하고자 2011년부터 8년간 서울대교구와 지방교구, 심지어 해외 한인본당 150여 군데를 찾아가 수화로 후원 미사를 봉헌했다. 박 신부 말대로 에파타본당 새 성당 봉헌은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참뜻을 담고 있다. 에파타본당 새 성당 건립 과정에서 후원금 모금도 쉽지 않았지만 정작 더 힘겨웠던 일은 청각장애인 성당 신축을 바라보는 주변의 냉담한 시선이었다. ‘비장애 신자들도 성당 짓기가 힘든데 장애인 신자들이 돈을 모아 성당 짓는 일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 섞인 반응을 극복해야 했다.
에파타성당은 청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나 그 사이를 가로막던 벽을 허물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는 과제와 사명을 안고 한국교회 전면에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잊힐 만하면 특권층의 특혜와 탈법 시비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한국교회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을 어떤 편견도 없이 바라보고 동등한 형제자매로 받아들이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에파타성당 봉헌과 본당 승격을 축하하고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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