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며느리인 전 KBS 아나운서 노현정 씨가 사법처리를 한다던 검찰의 발표대로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시킨 혐의다.
소위 있는 사람들의 도가 지나친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설령 그것이 자녀교육과 연관된 것이라도 용서하기 어렵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국제중학교 부정입학 의혹으로 세상을 뒤집어놓더니,
자녀의 연령이 조금 낮은 경우에는 외국인학교가 문제로 떠올랐다. 국제중과 논리는 똑같다. 자격이 없는 아이를 부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억지로 학교에 보낸 것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려면 부모 가운데 한 명이 외국 국적이거나 자녀가 3년 이상 해외에 체류하면서 교육을 받았다는 증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부모들의 욕심이 화를 부른다.
부모의 국적이 모두 한국인데다 아이들 역시 3년 이상 해외에 체류한 적이 없는데 외국인학교에 입학을 시키려니 브로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회 부유층의 이러한 부정은 서민들에게 박탈감과 분노를 동시에 일으키게 했다.
외국인학교 부정입학과 관련해 올 초 한 차례 사법처리 바람이 불긴 했다.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가짜로 외국 국적을 사서 부정을 저지른 학부모 47명이 각각 징역 6~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80~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받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며느리이자 배우인 박상아 씨 역시 같은 사안으로 법의 처분을 받았다. 벌금 1천5백만 원을 선고받은 것.
현대가의 며느리인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는 미국에 체류하고 있어서 검찰조사가 조금 늦어졌다. 노현정 역시 아이의 외국 체류기간이 3년을 넘지 않고 부모가 외국에 머물지 않았는데 지난해 5월 상암동에 있는 D 외국인학교에 아이를 입학시켰다. 아이가 1~2개월 다닌 영어유치원의 재학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전학 형식으로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학원을 영어유치원으로 둔갑시켜 서류 위조
지난 7월 15일, 노현정의 약식기소 소식이 전해졌다. 인천지검 외사부(임관혁 부장)는 자녀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혐의로 노현정을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노현정은 지난해 5월 서울 소재 모 외국인학교 입학처장인 미국인 A 씨(37)와 모의해 A 씨가 근무하는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혐의다.
통상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인 경우 혹은 양쪽 모두가 내국인이라도 자녀가 3년 이상 외국에 거주하면서 교육을 받았을 때는 외국인학교에 입학이 허가된다. 하지만 노현정은 자신의 자녀와 함께 외국에 거주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A 씨와 모의해서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불법 입학시켰다.
노현정은 이런 부정입학을 위해 자녀가 다녔던 일반 학원을 외국인학교가 운영하는 영어유치원으로 둔갑시켜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천지검 외사부 권익환 차장은 “외국인학교와 관련해 학부모들이 몇 십 명 기소됐다. 비슷한 유형은 사안별로 형평성에 맞춰서 판결을 내린다. 노현정 씨만 특별히 진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아직 벌금은 확정되지 않았다. 약식기소가 결정되면 시간이 조금 걸린다. 권 차장은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정해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과 일을 모의해서 일을 진행한 외국인학교 입학처장은 아직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이 기를 쓰고 외국인학교에 넣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외국인학교는 모두 51개다. 외국인학교는 원래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3년 이상 해외에 체류했던 주재원 자녀의 교육을 위해 만들어졌다. 내국인도 외국인학교 학생 정원의 30% 이내에서 입학이 허용된다.
외국인학교 부정입학은 브로커들에게 많게는 1억 원까지 주면서 국적 세탁을 하기 쉬운 중남미나 아프리카 국적으로 둔갑시켜 허위 서류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한다. 한마디로 외국에 살다온 적이 없는데 살다온 것처럼 서류를 위조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지도층의 현주소다.
비싼 학비를 내가면서, 서류 위조까지 하면서 외국인학교에 보내는 이유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기 때문에 외국에 있는 학교에 조기유학을 보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어서다.
현재 국내에 있는 많은 외국인학교들이 미국 교육청의 인가를 받고 있다. 외국인학교 과정의 IB과정, AP과정, 우리말로 대학 사전학습 과정 또는 국제공인 교육과정이다. 이를 이수한 외국인학교 졸업생들은 외국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유리하다. 기러기 생활을 하지 않고도 외국에 유학을 보낸 것과 같은 교육 효과를 내니, 많은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대다수의 외국인학교는 수업 전체를 영어로 진행한다. 그중 일부는 미국학교의 커리큘럼을 따른다.
학교에서 다양한 과외활동을 함께 진행하면서 외국 명문학교 못지않은 교육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자격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면 영어로 진행하는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만회하려면 오히려 사교육비가 훨씬 많이 들게 된다.
같은 혐의 박상아는? 1500만 원 벌금형!
노현정과 같이 자녀 부정입학 혐의를 받은 사람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며느리인 탤런트 박상아도 있다.
인천지법 김지영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약식기소된 박 씨 등 학부모 2명에 대해 각각 벌금 1천5백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벌금을 내지 않으면 5만 원을 1일로 계산해서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상아는 지난해 5월 9일께 서울에 있는 모 외국인학교 입학처장과 짜고 2개월 다닌 영어유치원의 재학증명서를 발급받아서 전학 형식으로 A 씨가 근무하는 외국인학교에 자녀들을 부정입학시킨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박상아의 혐의에 대해 “박 씨가 해당 외국인학교가 문을 열기 전인 지난 2011년 학교설립 준비단 소속 직원과 입학 상담을 했다.
자녀들이 외국인학교 입학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밝히면서 위법임을 언급했다.
박상아는 검찰이 외국인학교 부정입학과 관련한 수사를 시작하자 자녀를 자퇴시키고 다른 학교로 전학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