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 대표에 구속영장 청구 못하면 사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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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경로 통해 네차례에 걸쳐 들어온 영장 청구 연기 요청
거듭된 실랑이 끝에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검찰에 출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나는 예우 차원에서 수사 검사를 보내 정중하게 모셔오도록 지시를 내렸다. 거물 정치인이 소환을 받아들이겠다는데 우격다짐으로 연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곤란했다.
과거 일본의 도쿄지검 특수부가 록히드 사건과 관련하여 다나카 전 수상을 체포할 때도 검사를 파견해 최대한의 예우를 지켰다. 특히 그의 뜻에 따라 검사가 낚시하는 데까지 같이 따라갔다가 낚시를 끝낸 뒤에 검찰로 연행했다는 얘기는 하나의 규범으로 전해지고 있다.
수사팀의 주영환 검사를 정대철씨 자택으로 직접 보냈다. 보통은 검찰 수사관이나 경찰관을 보내는 것이 관례화 되어 있었지만, 그 관례의 등급을 한 단계 격상시킨 것이었다. 그가 검찰청으로 연행된 뒤에도 채동욱 부장이 직접 커피를 대접하며 예우에 소홀함이 없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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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8월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서울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 그는 당시 굿모닝시티에서 4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도 어떤 신문은 ‘정대철 강제 연행’이라고 크게 제목으로 뽑았다. 검사가 자택에까지 들이닥쳐 강제로 연행했다는 것이었다. 분명한 오보였다. 다른 문제에 대해선 거의 아무런 언급도 없던 강금실 법무장관도 그 기사를 보고는 참을 수가 없었던지 전화를 걸어 불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수사팀이 예우에 최대한 신경을 썼으며, 문제의 기사가 오히려 의도적이라는 설명을 모두 듣고는 별 문제를 삼지 않았다. 서울지검장 자리를 건 사전영장 청구 그러나 문제가 깨끗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조사가 마무리되어 가는 단계에서 사전영장을 청구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여러 경로를 통해 청구를 연기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화급을 다투는 사건이 아니었기에 요청을 받아주다 보니 결국 세 차례나 연기가 되었다. 그리고 네 번째에도 또다시 연기 신청이 들어왔다. 사전영장 청구를 저지하려는 의도라고 밖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단은 네 번째 연기요청은 받아들이되 그 이후에는 방침대로 강행하겠다고 통보를 했다. 사전영장 청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사표를 내겠다고 마음을 먹고는 최찬묵 서울지검 총무부장을 불러 사퇴의 변을 담은 성명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사전영장은 청구되었고, 끝내 영장이 발부되어 구속수사를 하게 됨으로써 서울지검장의 자리를 보존할 수 있었다.
상급자이던 대통령과 법무장관, 검찰총장 등이 정대철 씨 수사에 대하여 부당한 수사, 즉 인권유린이나 고문수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은 지휘권의 범위에 해당하여 그에 따르거나 그에 의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범죄사실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fact-finding이나 그러한 범죄사실에 대한 구속수사 여부 등에 대한 지휘는 승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검사는 독립관청이므로 수사검사가 결정권자이고 수사검사의 의견에 따라야 된다고 본다. 다만 검사장이나 그 상급자는 검사를 설득하거나 설복시켜 검사의 결정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검사가 상사의 설득에 응하지 않으면 수사의 부당함이나 불법성을 찾아내지 않는 한 상사는 검사 의견에 따라야 된다. 물론 검찰청법에 의하면 검사장은 주임검사를 바꿀 수는 있다. 그런 경우에도 그 바뀐 후임검사의 범죄사실에 대한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나는 정대철씨에 대해 불기소 또는 불구속수사하라고 지시가 내려올 경우를 대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바로 사표를 내려고 했던 것이다. 서울지검장을 오래 하거나 짧게 하거나 그 기간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올바르게 법에 따라 직무수행을 했느냐가 나에게 더욱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정대철씨 수사 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친 구속영장 청구 연기 요청 외에는 별다른 간섭이 없었다.
이 사건으로 정대철씨는 1심 재판에서 징역 6년에 추징금 4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일로 그와 일부 정치권은 당시의 검찰 라인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이 좋지 않았겠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나로서는 응당 할 일을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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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검장 시절의 서영제 전 검사장.
정부 여당으로서도 정치적인 타격을 입기는 했으나 검찰 수사에 간섭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고, 검찰은 검찰대로 법과 원칙을 앞세워 굴곡된 이미지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다. 한 인터넷 신문이 “여당 대표를 구속하였으니 오늘이 검찰 독립기념일이다”라고 보도한 것도 그런 뜻이었을 것이다. 여환섭 검사 핵심 역할…“나는 외로운 늑대이고자 했다”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는 특수2부의 채동욱 부장 외에도 여환섭 주임검사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여 검사는 검찰에서도 자타가 인정하는 특수 수사 통이다. 적지 않은 권력형 비리와 재벌기업 비리 수사가 그의 손을 거쳐 갔다. 한번 물면 여간해선 놓지를 않는 스타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뚝심의 주인공이다. 그 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수사를 맡기도 했다.
이처럼 수사 의지를 지닌 검사들의 근성을 북돋아주는 것이 검찰 지휘관으로서의 마땅한 역할이라고 본다. 늑대를 강아지나 고양이가 아니라 야생의 본능을 발휘하도록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외풍을 막아주는 일이다. 따라서 서울지검장은 정치권으로부터 비난과 험담을 피할 수 없는 위치이기도 하다.
나는 어렵게 서울지검장에 임명된 뒤에도 이처럼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 자칫 실수를 저지르거나 한눈을 팔다가는 어느 순간에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위험과 스릴도 검사 본연의 자부심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내 스스로 황야를 헤매는 외로운 늑대이고자 했다. <계속
베베미뇽 벤_이은영 - 애모_김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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