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어떤 守錢奴(수전노)일까
수전노(守錢奴)의 사전적 풀이를 보면 수전(守錢)은 '돈을 지킨다'는 뜻이 되고, 노(奴)는 '노예'란 뜻으로 돼 있다. 즉 '돈을 지키는 노예'란 뜻이 된다. 돈을 모을 줄만 알고 쓸 줄 모르는 인색한 사람을 비꼬는 말이라 하겠다. 이같은 수전노라면 우리 한국인들은 누구 보다 놀부와 자린고비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둘 사이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자린고비는 비록 유별나게 인색하긴 했어도 결코 탐욕을 부리지는 않았다. 그저 재물을 무척 아끼고 생활이 지나치게 검소했다는 정도다. 더구나 그렇게 아껴서 모아 놓은 재산으로 흉년에 가난한 이웃들을 구제하고, 홍수를 막기위해 마을에 둑을 쌓기도 했다. 반면 놀부는 워낙 인색한데다 심술궂고 탐욕스러워 걸핏하면 남의 재산을 빼앗아 치부해온 인물로 그려져 있다.
10억원이 넘는 큰 재산을 지니고도 국민연금보험료를 무려 13개월 이상 내지않은 사람이 2천70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또 장기 미납자 중엔 자동차를 두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이들도 자그마치 2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국민연금보험료를 장기간 내지않은 유명 스포츠 스타, 연예인, 전문직 종사자들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건강보험료 만큼은 꼬박 꼬박 내왔다고도 한다. 그토록 돈을 아끼면서도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싶기는 한 모양이다. 얼마 전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이런 유의 수전노들은 놀부형에 속한다고 해야할까, 자린고비형에 속한다고 해야할까. 좀처럼 쉽게 판단이 서지를 않는다.
'삶을 부디 아끼어라/ 백년도 뜬구름 같나니/ 밥 두고 주리지 말며/ 옷 두고 헐벗지 말라. // 돈이 쌓이면 마귀가 따르고/ 낟알을 아끼면 쥐가 끊나니/ 지난 날 번화하던 그 땅에도/ 봄마다 잡초만 우거지더라.' 어느 옛 시인의 '수전노를 조롱하노라'란 시가 문득 생각난다.
출처:경인일보 글 박건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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