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표 “정부참칭 삭제”…자유진영 각계반응
"국보법 무력화시키겠다는 발언" 우세
"野, 타협할 수밖에 없는 입장" 의견도
2004-09-21 18:44:03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20일 “국가보안법 2조의 정부 참칭 조항을 삭제하거나 국가보안법 명칭을 바꿀 수 있다”는 발언과 관련, 자유진영 단체들의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북핵저지시민연대 박찬성 대표는 “국보법에서 정부 참칭 조항을 빼면 국보법의 실체가 없다. 그야말로 있으나 마나한 법이 된다”고 지적하며 “지금 국보법도 이미 DJ시절 개정했기 때문에 손대지 않고 유지해야 한다. (국보법의) 개정 또는 폐지의 움직임은 김정일의 지령에 따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자유시민연대도 이날 ‘한나라당은 좌향좌 하려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박 대표의 발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논평은 ‘정부 참칭 조항은 국가보안법의 핵심’이며 이 조항을 없앤다는 것은 “곧 국가보안법을 무력화 시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자유시민연대 김구부 사무총장은 박 대표의 발언이 “후퇴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가 안보가 걸려있는 사안임에도 한나라당은 상생의 원리를 적용하려는 것인지, 답답하고 한심스럽다”고 개탄했다.
재향군인회 안보연구위원인 정창인 박사도 박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실망스럽다”며 “정부참칭의 문제는 타협할 성질의 것이 아닌 원칙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또 “명칭을 바꾼다는 말은 결국 현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대체입법을 하든가 형법으로 보완한다는 여당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박 대표의 확실한 입장을 촉구했다.
반핵반김국민협의회 서정갑 운영위원장은 "박 대표의 이번 발언이 지난 18일에 있었던 국보법 사수 집회에 참석한 애국 시민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다수의 국민들이 국보법 폐지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이 시점에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이승환 변호사는 “정부 참칭 조항이 삭제되면 우리 안보의 위협이 온다”고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야당의 당수로서 타협할 수밖에 없는 점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박근 전 유엔대사는 "물론 북한이 소련군에 의한 괴뢰정부로 시작되기는 했지만, 좋든 싫든 남북정상회담도 개최됐고 유엔에도 가입되는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 북한을 정부로 인정하기 때문에 ´정부참칭´은 삭제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자유시민연대의 성명 전문이다.
한나라당은 좌향좌 하려는가
한나라당의 기회주의에 경고한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가보안법 제2조 중 ‘정부 참칭(僭稱)’조항을 없애고, 국가보안법의 이름도 바꿀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우리는 이것이 한나라당의 “좌향좌”를 의미하는 게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 대표가 비록 “국가체제 수호나 안보에 불안과 문제도 없다면”이란 전제를 달긴 했지만,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검증도 하지 않은 채 단지 여당이 그렇게 주장한다 해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런 전제가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단 말인가.
박 대표가 “남북 교류나 북한이 UN 회원국인 점 등을 볼 때 참칭문제는 좀 유연하게 고려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보안법이 남북교류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남북교류는 국가보안법과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사안이다. 또 북한정권이 UN에 가입했다 해서 대한민국의 영토 내에서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로서의 성격이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만일 그런 논리라면 UN이 두 개의 국가로 인정하여 통일을 반대한다면 그대로 따르겠다는 얘기인가.
국가보안법은 남북이 무력으로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김일성․김정일 부자세습 정권이 끊임없이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한반도 전체를 적화하려는 우리의 특수한 상황에 맞서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기 위해 만든 법이다. 따라서 ‘정부 참칭(僭稱)’조항은 국가보안법의 핵심이며, 이 조항을 없앤다는 것은 곧 국가보안법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한나라당이 왜 좌파정권의 분탕질에 맞장구를 치고 나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런 기회주의로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나라당이 그런다고 해서 좌파적 성향의 유권자들이 한나라당 지지로 돌아설 리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대중인기영합주의 정권에 놀아나는 데 실망한 지지세력의 이탈만 초래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과의 차이를 갖지 못한 채 당장의 인기에만 급급해 한다면 다시는 정권을 잡지 못할 것이다. 기회주의에게 기회는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