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감춘 땅: 벽송사, 지리산 둘레길(용유담-마천분교) 산행 후기
o 산행일 : 2012. 6. 17. 일요일
o 가는 길 : 광주→함양→ 벽송사(08시 00분~10시 40분)
o 산행길
1. 벽송사 탐방(40분 : 10시 40분→11시 20분)
2. 지리산 둘레길 탐방(용유담, 용유교→마천분교) 3km, 11시 37분→14시 50분(3시간 10분)
o 산행시간 : 11시 37분~12시 47분(3시간 10분)
o 참석자(9명) : 경문, 기주, 동은, 동진부부, 두열, 순태, 환기, 선희, 영란
o 운전 : 환기, 경문
높이 1915m 지리산은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바뀌어진다’하여 지리산(地理山, 地異山)이라 불렀고, 또 ‘멀리 백두대간이 흘러왔다’하여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하며, 옛 삼신산의 하나인 방장산(方丈山)이라고도 불렀다.
불가(佛家)에서는 지리산을 문수도량이라고 한다. 지혜의 보살 문수보살이 이 산에 머물면서 불법(佛法)을 지키고, 중생을 깨우치는 도량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산을 문수사리(文殊師利)의 리(利)를 따서 '지리산(地利山)'으로 표기했다고 하고, 크고 작은 절과 암자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지리산은 신(神)의 땅에 오묘한 이치를 간직하고 있다는 뜻. 즉, '특이한 지혜를 간직한 산'이라는 뜻이다.
38선 이남 육지부에서 최고봉인 천왕봉(1915m)을 주봉으로 지리산은 서쪽 끝의 노고단(1507m), 서쪽 중앙의 반야봉(1751m) 등 3봉을 중심으로 동서로 100리의 거대한 산악 군을 형성하고, 다양한 봉우리와 능선, 계곡이 많은 곳이다. 지리산에서 발원하는 강은 섬진강과 낙동강 지류인 남강이다.
나는 일찍이 남원 백무동에서 천왕봉을 거쳐 산청 중산리로 넘어가는 산행을 두 번이나 했고, 바래봉, 노고단, 만복대, 왕시루봉, 피아골, 뱀사골, 상선암, 연곡사, 화엄사, 천은사, 쌍계사 등을 두루두루 가 보았지만 아직도 지리산엔 가보지 못한 곳이 많다.
나는 언젠가는 가족들과 함께 3박 4일 정도의 일정으로 지리산 종주 산행을 꿈꾸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인 4째가 어느 정도 커야 하고, 군대에 가 있는 아이가 제대해야 하니 실행이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꿈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어느 시절에 지리산 종주 산행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경남 함양땅에는 상내봉(1,210m)이 자리하고 있다. 등산로 초입에 하늘이 감춘 벽송사란 절이 있기에 두루두루 살펴볼 겸 여행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지리산은 능선과 골짜기가 많아 탐방하는 데도 수주일이 걸린다.
88고속도로에서 지리산휴게소에서 잠시 쉰다음 지리산 나들목으로 들어서야 하는 데 앞서가는 차량이 함양을 향해 가고 있다.(지리산 나들목에서 인월, 마천, 칠선계곡으로 길이 빠르다) 함양을 거쳐 휴천면에 들어서니 ‘변강쇠, 옹녀묘’라는 팻말이 보였다. 남자에게는 변강쇠가, 여자에게는 옹녀가 전설적인 존재인 데, 지리산 정기를 받아 그만큼 강한가 보다.
옹녀샘을 찾아 물 한모금 마시면 원기를 북돋을 수 있을까? 시간에 쫒긴 친구들은 갈 길이 바쁜 지 옆도 돌아보지 않고 바삐 가버린다.
삼도봉이 가까운 오도재를 오르는 데 환기의 차량이 힘들어 하였다. 게다가 어느 봉고차는 끝내 연기가 나 버렸으니 ‘오도재’는 하늘에 걸쳐 있는 재(嶺)로선 꽤 높은 모양이다. 오도재를 넘으니 ‘오도령 지리산 제1령’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 루가 굳건하게 서 있다. 오도재에 서보니 지리산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다가와 있고, 전망이 탁 트여 있어 모두들 감탄하였다.
오도재는 휴천면인 모양. 휴천(休天)이라 ‘하늘도 쉬어 가는 곳’이다. 지리산은 어디서든 하늘과 맞닿아 있다. 하늘도 쉬어가는 오도재를 넘어 내려오니 ‘지득정(智得亭)’이라는 정자가 길 왼편에 서 있다. ‘지득정(智得亭)’에 올라서면 ‘지리산을 얻었다는 것일까? 아니면 ’하늘도 쉬는 이치를 깨달았다는 것일까?‘ 아무튼 지리산은 신비의 산임은 분명하다.
벽송사 주차장에 10시 40분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마천면이라고 했다.광주에서 출발한지 2시간 40분이다. 벽송사에서 상내봉으로 가는 길을 산행하려고 코스를 3개 준비했건만 2개 모두 폐쇄되었다고 했다. 그러니 벽송사 탐방이라도 해야겠기에 10명중 성당에 다니는 친구와 부인이 교회에 다니는 친구를 제외한 8명은 벽송사 탐방에 나섰다.
주차장에서 절 까지는 계속 오르막길 인 데 경사가 꽤 가파르다. 길 옆에는 호법군사가 지키고 있고, 틈틈이 아름다운 말씀을 새겨 놓아 일일이 살펴보았다.
-맑게 웃으며, 좋은 말 좋은 생각으로 향기롭게.....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텅 비어 있으면 남에게는 아름답고, 나에게는 고요하다.
이런 선시(禪詩)도 있다.
산에 사는 스님이 달빛이 좋아
항아리에 물과 함께 달을 가득 담았다네
절에 돌아와 비로소 알았다네
물을 쏟고나니 달빛도 사라진다는 것을
벽송사(碧松寺)는 그야말로 ‘하늘이 감춘 땅’에 서 있다. 풍수적으로는 ‘청학포란’ 형으로 푸른 학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으로 명당중의 명당이라는 곳이다. 벽송사는 1520년 조선중종 때 벽송지엄선사가 창건했고, 1704년 환성지안선사가 주석했으며, 1950년대 초 한국전쟁 시기에 빨치산의 소굴이라고 하여 불태워 버렸던 것을 1960년대에 구한원응스님이 현재의 모습처럼 새롭게 지었다.
벽송사의 건물은 새 건물로 고색창연한 모습은 없지만 창건시기에 심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미인송 1그루와 후대에 심었을 미인송 1그루가 오랜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지리산 산중에 꼭꼭 숨어 있어 ‘하늘이 감춘 땅’이라고 하는 이곳 벽송사에는 등산객들과 탐방객들로 인산인해다.
우리가 탐방하는 그 시간에는 사시 예불시간인지 ‘원통전’에서 10여명의 스님들이 예불을 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줄기는 전망이 탁 트여 있어 시원시원하다.
11시 20분 벽송사를 내려와 준비한 등산코스 중 1개만이 가능했기에 우리는 용유담, 용유교로 향했다. 용유담으로 가면서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돌을 캐낸 자리에 커다란 부처님을 새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산을 깍아낸 보기 흉한 곳을 아름다운 부처님을 새긴다면 좋은 일인 것 같다. 다른 시군에서도 벤치마킹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 참고자료다.
1.벽송사-상내봉능선-새봉-진주독바위-청이당고개-허공다리골-광점동
2. 용유담- 송대동 - 선녀굴 - 함양 독바위 - 상내봉 - 벽송능선 - 벽송사 - 추성리 주차장(11km/ 5.5시간)
3. 모전동 - 송대동 - 선녀굴 - 노장대 - 상내봉 - 송대갈림길 - 벽송사 - 서암 - 주차장(12km, 6시간)
4. 주차장- 벽송사(20)- 송대 갈림길(50)-상내봉(1시간)-노장대(30)-선녀굴(35분) 4시간코스
깊은 산중의 협곡인 용유담은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아찔하다. 조그마한 절 스님께 ‘상내봉 가는 길’을 여쭈어보니 ‘모르겠고, 둘레길을 안내’해 주셨다. 민박집 주인에게 ‘상내봉 가는 길’을 물어 보아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상내봉 산행을 포기하고,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11시 37분 우리는 용유담, 용유교를 출발하여 마천분교를 향해 걸었다.
둘레길은 소나무 숲속으로 이어져 있다. 가끔 산행객을 만날 뿐 호젓하다. 30분쯤 걷고 나니 친구들은 ‘쉬었다 가잔다.’ 하기사 점심시간이 되어 버린 것.
오곡밥, 김밥, 백설기떡과 마늘쫑 짱아지, 깻잎 짱아찌, 죽순나물, 김치는 주식이요. 낙지와 광어회, 마늘, 초장, 고추냉이는 입맛을 돋우는 것이요. 야간문술, 복분자술, 매실주, 오디주는 권하는 맛이 일품이고, 참외, 아몬드, 초코바, 파프리카, 사과즙, 오징어는 후식이로다.
지리산 산 허리를 타고 걷는 둘레길은 부드러운 흙길인데다 숲속이고, 전형적인 소나무 숲이라 참 편안했다. 깊은 산속이라 소나무가 잘 보존되어 있는 데, 생강나무, 떡갈나무, 병꽃나무, 산수국, 층층나무, 다래나무, 오리나무, 단풍나무, 청미래나무, 머루나무, 싸리나무, 산초나무, 젠피나무, 닥나무, 산벚나무, 산죽, 자귀나무 등이 있었고, 둥글레, 산마(천마), 물봉선, 며느리배꼽(기주는 이것을 며느리밑씻개라고 했다), 개망초, 미국 곰자리, 약쑥, 참나리, 질경이를 볼 수 있었다.
3km정도 걷고 나니 숲길이 끝나 걸음을 멈추고, 되돌아 섰다. 선희, 동은이나 영란이 친구 등이 이 정도 산행이면 좋다고 하므로 욕심같아서는 더 길게 산행을 하고 싶지만 만인을 위해 되돌아 섰다.
소나무 숲을 유심히 살펴보면 담쟁이 넝쿨이나 다래 등이 소나무 등을 타고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사람들은 ‘공생’이니, ‘기생’이니 말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공생인 것 같다. 가끔 넝쿨나무에 의해 받쳐주는 나무가 햇볕을 받지 못해 죽거나 시달리는 것을 보기도 하지만 그리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서로 의지해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산에 오기 전 며칠 전에 윤숙이 친구에게 안부를 물었더니 ‘친구들이 보고 싶으니 산에 가는 날 바로 내려와 제 일터로 오면 옻닭을 해 놓겠으니 꼭 오라’고 하였다. 산에 가서 친구들에게 윤숙이 마음을 전했더니 모두들 ‘좋다’고 했다.
하여, 하산한 후 곧장 윤숙이 일터로 갔다. 다육식물이 좋아 다육을 키우며 생활하고 있는 데 친구는 ‘만족한다’고 했다. 우리가 도착하자 벌써 옻닭을 준비해 놓았고, 제 입맛에 맞는 막걸리, 소주, 맥주와 수박을 먹으며 즐거워 하였다. 윤숙이 신랑 오서방은 ‘수도 꼭지’를 고치느라 정작 먹지도 못했나보다.
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산행지 기획(부드럽고, 숲길, 가파르지 않는 산 등등 고려해야 한다), 등산로 파악, 운전당번 지정, 사진찍기, 식사장소 선정 등 귀찮은 일도 있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씩 친구들을 만나는 게 나는 행복하다. 동은이는 1년 6개월만에 산행에서 만났다. 2012.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