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또한 숨탄것들의 숙명이기에 숭고하고 아릿한 통각이 강해진다. 반면, 미세한 떨림에 기민하게 작용하는 오감은 창문을 두드리는 밖의 울음과 바람의 깊이를 가늠하고 기억 속 어딘가에서 떼어놓고 온 절박한 울음 같아 마치 어미처럼 저릿저릿하다. 숨탄것들의 또 하나의 숙명은 만남의 정점에서 불현듯 찾아드는 이별의 순간이란 테두리 안에서 함부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덜컹거리던 바람이 긴 이별의 시작이었음을 깨달으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우린 어쩌면 시간이란 불투명함에서 투명을 찾아 헤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에 내뱉지 못한 어머니의 혼잣말이 허공을 밀어내던 그 기억을 더듬는 화자는 파리해진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옹기종기 맞닿아 있는 곳"에서 동화의 한 구절처럼 흘러나온다. 그 이야기들은 회복력이 강하여 어쩌면 이 지상에서 숨 쉬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