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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왕국 편 시작입니다. 다행히 3편으로 끝날 예정입니다. 요즘 뉴비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다들 무럭 무럭 성장하셔서 정착 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으나 그렇다가는 제가 쓰러질 것 같아 과감히 생략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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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괜찮아?”
자신을 깨우는 목소리를 들은 세르니온은 빛에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며 대답했다.
“네, 괜찮아요.”
“어디 부러진 건 아니지?”
“음 잠시만요. 손가락 발가락 잘 움직여지는 거 보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그 아이는 누구죠?”
세르니온은 유즈의 손에 잡힌 보랏빛 머리의 꼬마애를 바라보았다. 유즈는 자신이 잡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이 녀석. 에일리라고 하던데 우리가 죽었거나 기절했다고 생각했는지 내 소지품을 훔치려 하기에 잡았지.”
에일리는 유즈의 손에서 풀려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지만, 서큐버스 스쿨 엘리트인 유즈는 에일리가 나올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다시 포박하고 있었다. 소녀는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주머니를 뒤져 봉지를 유즈를 향해 던졌다. 유즈는 그것을 잡으려 했으나 세르니온은 유즈를 잡아당겼다. 곧 벽에 부딪힌 봉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루가 나왔고 그 가루를 조금 맡아본 유즈는 기침을 심하게 시작했다.
“뭔가 했더니 기침 콧물 다 빼놓는 거군요. 뭐로 만든 거예요?”
유즈 대신 소녀를 잡고 있는 세르니온을 향해 소녀가 외쳤다.
“내가 만든 특제 최루탄이다. 고춧가루, 후춧가루, 담뱃재 등 알차게 섞었지.”
‘별걸 다 만드네’ 라는 생각을 하던 세르니온은 그 아이가 뭔가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다, 당신이 에일리 군요. 크레이그 씨한테 들었어요.”
크레이그라는 이름에 반응한 에일리는 발버둥을 멈추고 말했다.
“크레이그 아저씨를 알아?”
“네, 우리랑 같이 여행 중이었어요.”
세르니온은 그동안 그들에게 일어났던 일을 에일리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시엘과 함께 부유성에 온 세르니온은 챔피언 소드와 스카우트의 안내에 따라 한 술집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곳에는 이번 토벌대회에 참가하는 수많은 인원들이 몰려있었고 특정 인물을 찾기 힘든 상황이었기에 그들과 함께 토벌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크레이그라는 한 무명의 용사 지망생이자 술집 종업원을 만나게 되었다. 비록 다른 이들에게는 무시당해도 남들을 배려하는 성격과 인내를 본 세르니온은 그와의 동행을 신청했다. 그렇게 3명이 출발하려던 일행 앞에 유즈와 비앙카가 나타나게 된다.
“잠깐 이제부터는 내가 할게.”
갑자기 끼어든 유즈가 신이 나서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갑자기 왜 등장했냐 하면, 난 서큐버스 스쿨의 일등 학생 유즈야. 그런데 우리 서큐버스 들은 인간의 정기를 흡수해야만 살 수 있단 말이야. 그래서 대부분 드림테라피를 하지. 그런데 난 그게 싫어. 난 더욱더 많은 모험을 하고 내 눈으로 세계를 보고 싶단 말야. 이곳에서 틀어 박혀서 살 생각은 없어. 그렇기에 선생님에게 내 꿈을 말했더니 선생님은 내가 세상을 전혀 모른다면서 나에게 내 꿈이 망상이 아닌 현실일 될 수 있음을 증명하라고 하신 거야. 그래서 난 모험가 2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이곳에 왔지. 그런데 내 친구 비앙카도 자신의 꿈이 모험가라며 나와 함께 가자는 거야. 참 신기해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거마다 그 애도 좋아하는지 참 신기한 친구야. 그리고 말이야.”
“자, 이젠 제가 다시 이어갈게요. 유즈 씨 등장 과정은 상세하게 설명했으니까요. 그 이후 저희는 순조롭게 던전을 탐험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불타는 거대 슬라임이 등장한 방에서부터 꼬이기 시작했죠. 사실 슬라임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었으나 그다음 갑자기 등장한 인베이더의 블루길이라는 분이 문제였죠. 블루길은 이곳에 잠들어있는 대악마를 깨우기 위해 왔다고 했고 그 말에 많은 모험가분들이 놀라고 당황하며 도망가기까지 했죠. 우리는 블루길과 그 부대원들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였으나 갑자기 바닥이 붕괴하며 헤어지게 된 거예요. 그리고 일어나니 에일리 씨가 있네요.”
모든 이야기를 들은 에일리는 잠시 생각에 빠진 듯하다. 말하기 시작했다.
“그럼 앞으로 어디로 갈 생각인거야?”
“원래대로라면 탈출할 방법을 찾아야겠지만, 블루길의 말을 들은 이상 대악마가 봉인되어있다는 던전의 최하층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가야 할지 길을 몰라서 걱정이네요.”
세르니온의 걱정스러운 말을 뒤로한 체 에일리가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그거라면 걱정 마, 이곳의 모든 길은 내가 쫙 꿰고 있으니까.”
*
“괜찮아?”
부잣집 딸로 자라나 남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정기에 대해서도 한 번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비앙카에게 지금처럼 흙먼지를 뒤집어쓴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당황하긴 했지만, 언제나 침착함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을 교육받은 그녀였기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응 괜찮아. 그런데 세르니온은?”
이제 정신을 차린 시엘은 주위를 돌아보았으나 세르니온이 없는 것을 알고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우리랑 다른 곳에 떨어졌을 거야. 걱정 마 밖으로 나가면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비앙카의 말이 안심시켰는지 시엘은 조금 차분해졌다.
“응, 고마워.”
“그것보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아까 그 인베이더, 블루길이었나? 그 녀석 때문에 지금 사람들이 많이 동요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녀들과 함께 떨어진 사람들은 다들 페닉에 빠져 어쩌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었다. 그런 그들을 진정시킨다고 나서봤자 말도 안들은 상황임을 알기에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 땅을 쿵 내려쳤다. 그 소리는 밀폐된 던전의 특수성과 연관되어 더욱더 큰 소리로 증폭돼서 울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혼란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오오, 할발님이시다.”
사람들이 돌아본 곳에 있었던 것은 할발이었다. 한 번의 소리로 혼란을 진정시킨 할발은 그의 추종자 중 한 명을 가리켰고 추종자가 다가오자 무언가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추종자는 그 글씨를 읽었다.
“여러분과 다른 곳에 떨어져서 조금 늦게 도착했다. 나는 지금 추락의 충격으로 목을 다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이렇게 글로 대신한다. 지금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가 대악마를 깨우기 위해 움직였기에 우리는 그들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적들을 봤듯 그들은 만만치 않은 자들이기에 억지로 함께 가자고 말할 수는 없다. 두려운 사람들은 즉시 이곳을 나가 밖에 도움을 요청하고 싸울 수 있는 자들은 나와 함께 던전의 최심부로 가자.”
추종자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폭발적인 환호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대부분 할발의 이름을 외치며 고통 속에서도 사명을 다하려는 할발의 용기를 칭찬했고 일부 인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원이 할발과 함께 대악마의 봉인을 지키기 위해 함께 하기로 했다. 그렇게 인원들이 나눠지고 있을 때 시엘이 할발을 향해 다가가 질문했다.
“당신과 함께 떨어진 크레이크는 어딨지?”
그러나 할발은 어떤 말도 없이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향해 뚜벅 뚜벅 걸어갔다.
*
“그래서 지금 우리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죠?”
“그럼 나만 믿고 따라 와.”
방향이 정해진 후 세르니온 일행은 거침없이 나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에일리가 안내하는 길은 정규 루트라고 할 수는 없는 길로 중간 중간 함정이나 세르니온이 통과하기에는 비좁은 길로 인해 여러번 힘들게 했지만 말이다.
“너무 조급해 하지마 파트너, 그쪽에는 비앙카도 있고 인원들도 많으니 괜찮을 거야.”
세르니온 스스로도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던 불안감과 초조함을 유즈가 짚어내자 세르니온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오늘 처음 본 유즈씨가 눈치 챌 정도로 제가 불안함을 드러냈나 보군요.”
유즈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야 언뜻 봐서는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지 그런데 내가 누구야? 서큐버스라고. 우리 서큐버스는 기본적으로 드림 테라피를 위해서 사람들의 미세한 움직임 예를 들면 애써 침착한 척 하기 위해 감정의 동요가 있어야 하는 곳에서도 감정의 동요를 드러내지 않는 이상함 같은 것들도 다 체크한다고.”
“그렇군요.”
“그건 그렇고, 신기했어.”
“네 뭐가요?”
“내가 파트너를 뭐라 부를까 맨 처음 고민할 때 나한테 말했잖아. 파트너로 부르면 어떻겠냐고? 그 말을 들으니 그게 꼭 내가 부르고 싶은 명칭이었는데 그걸 파트너가 먼저 말했잖아.”
“하하, 그게 그렇게 신기한 일이었어요? 그냥 전 머리에 떠오르는 걸 말한 것뿐인데…….”
세르니온은 갑자기 두통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머릿속에서 여러 말과 장면들이 떠오르고 있었지만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곧 세르니온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고 유즈가 급하게 에일리를 불러 세웠다.
“에일리, 잠시 휴식, 파트너가 지쳤나봐.”
“이 오빠, 생긴 건 멀쩡한데 왜 이렇게 부실해?”
에일리는 투덜 투덜 대면서도 가방을 뒤지더니 포션을 꺼내 주었다.
“스테미나 포션, 부족해진 체력을 금방 올려줄거야.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그럼 나는 주위를 좀 살피고 올 테니 잠시들 쉬고 있어.”
말을 마친 에일리는 폴짝 뛰는 동작을 하며 빠르게 사라졌고 유즈는 포션의 뚜껑을 따 세르니온에게 건넸다.
“빨리 마셔, 갑작스레 움직여서 좀 지쳤나봐. 산소 부족인가 싶기도 하지만 나나 에일리는 멀쩡한 거 보니 아닌 거 같고. 혹시 폐소공포증 같은 건 아니지?”
건네받은 포션을 마시며 세르니온이 웃었다.
“아뇨 아뇨, 갑자기 머릿속에서 이상한 장면들이 막 떠올라서요.”
“이상한 장면?”
“네, 제가 여행하는 장면이었어요. 제가 아는 분들도 나왔고 그런데 그 모습이 어딘가 조금 다른 느낌을 줬어요. 마치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 마치 나를 연기하는 영화배우들 같았다고 할까요? 그러고 보니 그 중에는 유즈씨도 있었어요.”
“오 내가? 이상하네. 나는 오늘 처음 봤잖아.”
“그러니까 이상하다고 한거에요.”
“그러면 나는 어떤 모습이었어? 최고의 모험가가 되었어?”
유지가 눈을 반짝이며 질문했지만 세르니온인 싱겁게 웃었다.
“글쎄요, 기억하고 싶은데 정확한 모습은 떠오르지 않아요.”
“에이 싱겁긴.”
유지는 아쉽다는 듯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세르니온인 생각했다.
‘울고 있는 당신을 내가 죽였어요.’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라 애써 넘겼던 세르니온의 의문을 깨버린 것은 에일리의 비명이었다.
“에일리!”
세르니온과 유즈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쳐나갔다. 그들이 비명이 난 곳에 도착했을 때 한 여인이 에일리에게 화살을 겨누고 있었다.
“아름다워.”
여인의 모습을 본 유즈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사실 동료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는 이 상황이 아니었다면 세르니온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허리까지 휘감을 수 있는 긴 은발에 출신지역을 짐작케 하는 얇은 옷과 적당히 그을린 피부 그리고 붉은 루비 같은 눈을 가진 여인은 활이라기보다는 작은 하프 같은 아름다운 활을 들고 있었다.
“멈춰요. 왜 그러는 겁니까?”
말을 내뱉었지만 세르니온은 보통 활을 겨누고 있는 상대가 말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먼저 움직였다. 앞으로 튀어나가며 리베라의 두 번째 모습인 활 형태를 꺼내어 여인을 겨누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달리 여인은 활시위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이 아이는 지금 도둑질을 하려 했어. 그건 악이야, 나는 악을 심판해야 하는 거고.”
여인의 말에 겁을 먹었는지 에일리가 다급하게 외쳤다.
“이미 죽은 사람이잖아 죽은 사람 물건 좀 가져가는 게 무슨 큰 죄라고.”
“잠시 만요 분명 에일리씨가 잘 못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 죽이는 건 너무 하잖아요.”
“악을 옹호하는 건가? 그럼 너부터 해치워주지.”
여인은 즉각 몸을 틀어 달려오는 세르니온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세르니온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몸을 돌려 피한 체 여인을 겨누려 했으나 이미 여인은 그의 시야를 벗어나 있었다.
“어디…….”
“위야 파트너.”
세르니온의 뒤에 있던 유즈는 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세르니온에게 화살을 쏜 여인은 맞히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는지 말 그대로 하늘위로 뛰어올라 세르니온의 머리 위에서 화살을 쏘았다. 만약 유즈의 외침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세르니온을 관통했을 화살은 간발의 차로 땅과의 조우를 받아들였다.
“제발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악은 즉각 참수한다.”
여인은 쉼 없이 세르니온을 향해 화살을 쏘아댔다. 세르니온은 그 화살을 피하며 화살을 쏘았지만 활 솜씨 자체에서 여인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때 세르니온은 로레인의 말을 떠올렸다. ‘혼자서는 누구 하나 이길 수 없는 당신을 인정해요.’ 세르니온은 에일리를 향해 외쳤다
“에일리씨, 처음 만날 때 썼던 것 좀 던져요.”
에일리는 잠시 멈칫 하다 생각났다는 듯 조그마한 봉지를 던졌다. 세르니온의 생각을 눈치챈 유즈가 검을 던져 봉지를 터뜨리자 봉지에서 나온 가루는 여인의 머리 위로 마치 먼지처럼 떨어졌고 여인 즉시 기침과 눈물 콧물을 다 쏟아내고 있었다. 괴로워하는 여인에게 다가간 세르니온은 먼저 여인의 활과 화살을 치운 다음 여인의 얼굴을 향해 수통의 뚜껑을 열어 물을 부어줬다.
“얼굴 비비지 말아요. 가루 들어가서 더 아플라요. 그냥 씻겨버려요.”
여인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겨우 겨우 가루를 씻어냈는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드디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세르니온은 자신도 무기를 치웠다.
“약간의 오해가 있었을 수는 있지만 이제 이야기 좀 해요. 전 세르니온, 여기 서큐버스인 유즈씨 그리고 당신이 죽이려고 했던 아이는 에일리에요. 당신은 누구죠?”
“여인은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
“티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