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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은 푸르르나, 걸음 걸음에 땀이 흐릅니다>
81일째 순례길.
이제 5월에 접어든 순례길이 하루 하루가 어려움의 연속입니다.
천막에 아침 햇살이 비추는 시간부터
‘오늘 햇살은 얼마나 따가울까?’ 하는 생각으로 하루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순례길을 시작하였던 지난 2월의 모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습니다.
당시에는 시간 날 때마다 따사로운 햇살에 몸을 맡기고 밤새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 바빴으나,
이제는 반대로 한여름과 비교될 정도의 따사로운 햇살이 발걸음을 더디게 합니다.
찬 바람과 함께 겨울 지나면 진달래와 함께 봄이 오고,
다시 장마비와 함께 여름이 올 것입니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입니다.
자연은 순리에 따라 가고 신록은 푸르러지는데,
덕분에 순례단 진행팀의 일은 많아지고 있습니다.
따가운 봄날 햇살을 피할 수 있는 숙식 장소를 찾는 일에서부터,
더위에 지친 순례 참여자들에게
중간 중간에 차가운 냉수라도 공급하는 일까지 진행하여야 하기에 쉴 틈이 없어졌습니다.
조만간 순례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진행팀 특집을 마련하여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출발장소인 옥산교 가락리 방향의 국사제방에는
순례길에 동참하고자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특히 서원대학교 지리교육과 학생들이 대거 참석하여
젊은 숨소리를 자랑하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젊음의 노래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강물처럼 깨끗하고 순결하게, 그리고 넓고 깊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것들을 닮아 가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라는 이현주 목사님의 기도로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작은 음악회와 기도회>
날이 무더워지면서 길을 떠나는 순례자들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 반갑기만 합니다.
특히 하천을 따라 진행되는 순례길은
햇살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기가 힘듭니다.
그렇기에 하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밑에서 쉬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하천변의 큰 나무들이 대부분 제거되었기 때문입니다.
옛날 어른들이 하천변 버드나무 밑 그늘에 앉아 쉬었다는 말은 이제 정말 옛말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천변 둔치가 대부분 경작지로 바뀌고,
지자체에서도 홍수 시기 제방과 교량 보호를 위해 큰 나무들을 제거해버리면서
하천변은 나무 한 그루 없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생명을 천시하면서 뭇생명을 무참히 도륙하는 살생행위 대운하 정책을 반대하며,
경제라는 미명아래 우리 민족의 정기인 백두대간을 둘로 나누고,
생명의 모태인 생명의 강을 콘크리트로 도배하는 행위는 패륜아와 같은 행위이며,
국민간 계층간 지역간 갈등을 유발시켜 국민을 혼돈의 늪으로 빠트리고 있는 운하 정책을 반대한다’
는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하늘에는 새가 날더군요>
오늘 순례길에서 개개비가 지저귀는 소리를 반갑게 들었습니다.
요 몇일전부터 갈대밭을 지날때마다 이제 개개비가 올 때가 되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였는데,
시평리와 탑리 인근 제방길을 걸는 와중에 개개비가 순례단을 반기는 듯 하였습니다.
사실 하천변에서는 참 많은 새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무슨 새가 내는 소리인지를 알면 더 좋겠지만, 몰라도 무방할 것입니다.
다만 자연이 내는 소리가 얼마나 아름답고, 우리 마음을 평화롭게 이끌어주는지를 알면 좋겠습니다.
자연의 소리와 다른 소리도 많습니다.
오늘은 비행기소리로 고생이 많았던 날입니다.
오후 순례길 뿐만 아니라 천막을 마련하고 숙박을 준비하는 시간에도
군용과 민간 항공기가 하늘을 가르며 지나는 소리가 계속되었습니다.
전투기나 철새나 똑같이 하늘길을 가르며 날아가는 새이지만,
자연이 만든 소리만이 평온함을 주었습니다.
<금강운하 예정지를 지나며>
순례단은 오늘 미호천 줄기를 따라 팔결교까지 일정을 진행하였습니다.
오창읍 옥산면과 청주 신촌동을 연결하는 옥산교에서 출발하여,
미호천 제방길을 따라 남촌리 제방, 신평리 제방, 탑리 제방, 석우리 제방을 따라 팔결교에 이르렀습니다.
이 구간에서 미호천은 석남천, 무심천이 합수됩니다.
또한 미호천을 가로질러 중부고속도로가 연결되어 있으며, 공항대교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수심은 1m 내외 지역이 많으며,
하천 제방 내부 좌우안에 퇴적으로 인한 둔치가 발달해 있으며,
2개의 수중보가 있습니다.
그 중 1개의 보는 약 1.5m 내외의 수위차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금강(충청)운하 계획내용이 이 정도입니다.
이명박 정부측의 문서를 바탕으로 살펴보자면,
2008.2.15자로 작성된『신임장관님 업무참고자료-주요업무현황보고』와
2008.3월에 작성된 『건설수자원정책실(수자원정책관)-주요업무보고』를 비교해보면,
금강운하는 영산강 호남운하와 더불어 2월에는 정부재정사업으로 진행하려다가,
3월에는 정부재정사업 혹은 민자사업 등 사업추진방식을 미확정하였으나,
기본구상(안)에 대한 민자적격성 검토를 거쳐 사업 추진방식을 조속히 결정한다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또한 3월 문서에는 호남-충청 운하에 대해서는
‘국토해양부에서 국토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등 관련 연구기관과 함께 기본구상(안) 수립중’
이라 명기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기본구상과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순례단은 그동안 지나온 금강 물길 구석 구석 어디에서도
운하가 가능하다는 근거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천리길을 굽이치며 삼도를 흘러온 물길을 보전하기 위한 방안이 시급한 상황에서
수질을 더 오염시키고, 그나마 강의 생명력을 유지해온 그 모든 것을 훼손하겠다고 작정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금강운하가 가능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금강운하에 대해서는
지난 1995년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금강(대청)운하 건설’을 경제적 타당성 결여로
사업추진을 포기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경제성 부재뿐만이 아니라 실어나를 물동량도 없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물동량 중 금강권 물동량은 1%에 지나지 않는다 합니다.
금강 유역의 문화유산의 훼손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운하하면서 수질이 좋아진다는 말은 더 이상 주장할수 없습니다.
생태계 훼손 불을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홍수피해 역시 늘어난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운하를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오늘도 금강 길을 걸어가면서, 운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궁금해집니다.
세상에는 실행하여 행복한 일과 실행하여 불행한 일이 있습니다.
운하는 불행한 사업일 뿐입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신학연구소’의 이미영님은 순례에 “강물을 따라 걸으니 강물도 별로 없는데 물을 어느 곳에서 퍼다가 운하를 건설할 건지 의문”이라 합니다. 또한 “후손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어야 합니다. 또 모든 생명을 파괴하는 운하가 건설이 되면 앞으로 우리의 가치는 경제, 물질이 되어 버릴 수 있다”고 우려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운하 추진을 공식화 한 상황과 관련하여 “임기 내에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10년 후의 세상도 생각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진정어린 충고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오늘 순례단에서는 단장이신 이필완 목사 / 김민해 목사 / 이현주 목사 / 문정현 신부 / 김규봉 신부 / 수경 스님 / 연관 스님 / 지관 스님 / 박남준 시인 / 이원규 시인이 참여하였습니다.
하루 순례길 동참자로는 전진택 목사(함안) / 장경훈(화성) / 염우(운하백지화충북도민행동) / 김포불교환경연대 초록봉사단 2명 / 조덕희 대건 안드레아 신부외 12명(청주 천주교 금천동성당) / 김근영 외 19명(서원대학교지리교육과) / 우리신학연구소 / 수암 스님 외 신도 40여명(화계사) 등이 참여하였습니다.
진행순례팀에는 이상배(진행) / 조항우(진행) / 강병규(진행) / 김희흔(진행) / 김창완(진행) / 강신화(진행) / 명계환(기수, 기록) / 김현순(동영상) / 이희섭(동영상) / 김선희(사진)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제82일 / 5월 3일(토)
미호천팔결교(시작점) - 송천교아래(중식) - 무심천 소나무 공원 (도착점) 이후 순례단환영행사(법회/공연)
● 제83일 / 5월 4일(일)
보강천합수점(시작점) - 증평대교아래(중식) - 사리면삼화교(도착점) 이후 증평지역 간담회
● 제84일 / 5월 5일(월)
모래재(시작점) - 대사삼거리(중식) - 달천괴강교(도착점) 이후 괴산지역 간담회
● 제85일 / 5월 6일(화)
휴식 및 구간 / 개인 정비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청주충북환경연합의 염우 사무처장이 길안내와 설명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서원대 지리교육과 학생들께서 간식을 후원하셨습니다.
* 천주교 금천동성당 교우일동이 마음을 모아 후원해주셨습니다.
* 신유숙님이 마음을 모아 후원해주셨습니다.
* 도보순례 1일 참가 일정과 수칙은 www.saveriver.org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