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8 강원도민일보 월요마당에 게재됐던 글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날은 어때요.
이 흥 우
세상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집 안팎에서 어른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100년 전 방 정환 선생의 주도로 어린이날이 만들어질 때는 어린이가 열악한 환경에서 홀대를 당해서 그들을 보호하고 잘 기르자는 뜻에서였다. 100년이 이미 지난 오늘날에는 어린이는 과보호대상이 되어 날마다가 어린이날이고 집집마다 어린이가 집안의 꽃이고 의사결정역량 1순위가 되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거기다가 반려동물이 좋은 대접을 받게 되고 늙은이의 위상은 하락을 넘어 추락의 길로 떨어졌다.
5월 8일을 어버이 날이라고 하나 부모중심이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멀어져가는 존재가 대부분이다. 경제 권력에 따른 시대변화이기도 하겠지만 늙어가면서 살날이 헤아려질수록 할머니 할아버지는 허전하기만 하다.
수십 년 전까지는 효가 도덕의 제1가치였고 노인공경은 효와 상통으로 여겼었다. 집에서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장례절차는 엄숙했고, 소상 대상은 산사람을 대하듯 하면서 매달 초하루와 보름이면 삭망제를 올리고 성묘를 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이 하는 상례였다. 특별히 효심이 두터운 사람은 시묘사리도 했다. 복잡다단한 현대에 시묘며 삭망제를 올리라고 주장은 못하지만 다만 늙은이들이 산 동안이라도 조금은 서운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국가제도가 마련되었으면 해서 제안을 한다.
방법의 하나로 매달 1일과 15일을 할머니 할아버지 날로 달력에 표기하고 이날은 우체국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보내는 소형택배를 무료로 하고 그 비용을 국가예산으로 보전해주도록 하면 좋겠다. 택배상자도 “효 택배”를 표기하고 내용물은 손 자녀들이 준비한 수 공예품, 편지글, 상하지 않는 식품 등 노인들을 생각해주는 것이면 좋겠다. 죽어서 삭망제는 바랄 수 없으니 살아서 삭망대접을 받게 하자는 것이다. 개별적으로 매달하면 좋겠지만 서로 부담이 되면 다만 연 중 몇 회라도 할 수 있도록 국가제도만 마련되면 좋겠다. 국가예산이 수반되나 이 선물이 오가면서 이루어질 조손간의 친화와 발생될 긍정 에너지를 생각하면 큰 예산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 조상님들은 삶의 가치를 충과 효에 두셨다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건들이 많이 있다. 살펴보면 충은 효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나라가 지켜져야 내 부모와 가족이 안전하기에 충을 앞세웠다. 충이 먼저 이루어져야 효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일찍이 깨우치신 조상님들의 지혜가 오늘 날에는 다소 묽어져가서 어쩌면 자신 만을 먼저 아는 과욕에 빠져드는 모습이 안타깝다.
지나가는 말이라고는 하지만 집안에서 1순위는 아내 다음은 아이, 그 다음은 반려동물 그리고 남편 저 아래 늙은 아무개라는 순위가 서글픈 이야기로 들려온다. 분명한 사실은 아이도 젊은이도 반드시 늙게 된다. 그 때에 자신이 처해야하는 위치를 생각해 보는 일이 실감은 나지 않겠지만 가끔은 생각해 볼 일이다.
그저 상징적으로라도 할머니 할아버지 날이 달력에 표기되어서 늙은이들이 국가로부터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이 정책이 손 자녀들에게 다소라도 전달되어서 노인들이 손 자녀들의 선물을 받고 즐거워서 전화를 들고 웃는 모습을 그려본다.
첫댓글 좋은 의견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이흥우 작가님 말씀 하신대로 우리나라는 근대화 시기에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날 세계가 주목하는 성공을 이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금 노년에 이른 칠십대 이상 세대들의 헌신과 노고가 이 나라 발전의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나라에서는 그 공을 기리는 기념일을 정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신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잃어버린 이야긴가 아무대답이 없네요. 옥경이나 부르면서 혼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