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울은 '악에게 지지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롬 12:21) 권면한다. 선으로 악을 이기는 것은 지루하고 힘들일이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삶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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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토트의 <로마서 주석>에는 마이클 캐시디가 남아프리카 보타 대통령과의 만남의 이야기가 있다. 캐시디는 보터 대통령과 인터뷰에서 인종차별을 철폐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보타 대통령은 로마서 13장을 읽어주면서 국가의 인종 차별 정책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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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가에게 하나님이 권위를 주신 이유는 악을 근절하고 선을 장려하는 일반은총의 극대화를 위해서이다. 그런데 악을 행하는 자들을 칭찬하고 선을 행하는 자들을 벌함으로써 하나님이 주신 그들의 의무를 뒤엎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원리는 분명하다. 국가에 대한 순종이 하나님께 대한 불순종을 유발하기 전까지만 복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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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와 사도들이 공의회에 말한 것처럼 "사람보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마땅하니라" 하는 시민 불복종은 믿음의 행위이기도 하다. 이런 시민 불족종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중요하다. 헌재의 판결에 불복하면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시민불복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으로 오해한다면, 또 다른 십자군 원정의 모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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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히브리 산파들의 거부, 다니엘과 세 친구들의 거부는 선으로 악을 이기는 시민 불복종이었지만 폭력적이거나 난폭한 저항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신자가 정부에 대해 저항할 때는 정부를 향한 미움과 분노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을 추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부에 대한 거부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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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은 폭군과 무정부주의자들에게 모두 적대적이다. 그들을 향한 미움이나 분노가 동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과 정의에 대한 순종이 동기가 될 때, 우리는 더욱 겸손하면서도 담대하게 악을 근절하도록 노력할 수 있게 된다. 사람에 대해 분노하지 않으면서도 상황에 대해 분노할 수 있고, 단순한 비난과 비판이 아니라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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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때로는 선으로 악을 이기는 것을 위해서 합법적인 힘을 간구할 수도 있다. 팀 켈러는 <용서를 배우다>에서 "그 사람 안에 있는 악을 근절시키고 싶을 정도로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를 사랑해서 그 사람 안에 있는 악을 없애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럴려면 인내와 사랑도 필요하지만 힘이 필요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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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을 한 사람을 용서했는데, 또 폭행하고 또 폭행한다면 또 용서하고 또 용서하는 것은 더욱 악을 부채질 할 뿐이다. 그의 악을 근절하도록 노력하는 것, 공권력을 빌려서 죄를 응징하는 것, 형을 살게 하는 것, 감옥에 보내는 것등도 모두 선으로 악을 이기는 과정이며 그를 도와주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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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단순한 성명서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권위를 가지고 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건강한 힘을 가져야 한다. 합법적인 힘이 있어야 선으로 악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도해야 한다. 성명서를 내야 한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모여서 교단을 탈퇴하는 방법들을 간구하면서 교단을 압박하고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선으로 악을 이기는 과정은 길고 지루한 과정이다. 또 특정한 사람을 향한 미움과 분노로 빠지기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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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야 하는 강단을 정치적 언어로 더럽히는 상황들에 분노한다. 악한 상황들에서 사람을 향해 분노하지 않으면서도 힘을 모아야 한다. 악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으면 악을 놓치 않기 때문이다. 간디의 비폭력 운동이 성공한 이유가 영국이 기독교 국가였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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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비폭력적이어야 하지만 하나님의 정의를 위해서는 힘과 연대가 필요하기도 하다. 악을 근절하는 것은 힘들고 지루한 과정이다. 사랑과 인내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하나님의 정의를 위해 힘이 필요할 때도 있다. 지혜와 분별력을 가지고 특정한 사람에 대한 분노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하나님의 정의를 이루어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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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지혜롭게, 사랑안에서 견책할 수 있는 인내와 사랑을 부어 주시기를, 또 분노에 휩쌓이지 않는 연대와 힘을 주시기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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