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 상승을 초래한 트럼프 리스크가 뉴노멀로 전환…한국, 중동 탈피·나프타 비축이 과제 / 4월 5일(일) / 한겨레 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간 1일,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을 예고한 직후, 정전·휴전 기대감으로 일부 안정을 되찾고 있던 국제 원유 가격이 급격히 상승세로 전환했다. 반복되는 ‘트럼프리스크’에 원유 가격 상승, 급락, 공급 불안이 결합된 ‘스트레스 테스트(극단적인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은행 등 금융기관이 버틸 수 있는지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하는 ‘건전성 검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에너지 공급망 재설계 등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동 정세에 따른 원유 가격 충격이 조기 휴전이나 휴전을 전제로 하더라도 전쟁 전(배럴당 63달러)보다 35~43% 높은 수준으로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에너지 생산 시설의 피해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내년 4분기에도 배럴당 약 90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배럴당 117달러까지 상승한다는 어두운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한국은 중동산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70%에 이른다. 미국산 석유의 수입 비율은 10년 동안 전체 수입량의 약 17%까지 확대됐지만, 러시아·이란에 대한 제재로 인한 공급 지연 등을 중동산 석유로 상당히 보완해 왔다. 그 결과, 2021년에 60%까지 감소했던 중동산 원유 비율이 약 4년 동안 약 10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동산 석유의 99%는 에너지의 초크 포인트(전략적 병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빈 현지 전문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며, 전쟁이 조기에 종결되더라도 구조적 과제 해결이라는 과제를 안게 된다”고 말했다. 에너지와 해운 등 가격 지표가 흔들리더라도 버틸 수 있는 경제·산업 구조의 재설계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공급량 확보가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동산 의존 비율을 낮추기 위한 공급원 다변화가 요구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한국 등에게 “미국산을 사야 한다”고 압력을 가했다. 지난해 한국은 전체 수입 원유의 17%를 미국으로부터 조달했다. 사우디아라비아(33.6%)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양이다. 빈 연구원은 “국내 정제 설비는 중동산 중질유에 최적화되어 있다. 설비를 어느 정도까지 다양화해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수입 나프타를 대부분 중동에서 조달하고 있다. 국내 생산 나프타도 중동산 석유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나프타의 중동 의존도는 거의 100%에 가깝다. 빈 연구원은 “그동안 나프타는 원유와 달리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관리되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유 중심에서 나프타 등 제품 중심의 재고 관리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생산재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 필수품과 직결된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