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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교구 사제단이 시국선언. (사진제공/전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
들불처럼 번지는 시국 선언, 7월 말까지 참여 시민 약 2만 여 명
천주교, 불교, 개신교 등 종교계도 동참, 천주교는 6월 21일부터 시작
국정원 불법대선개입, 이에 대한 경찰의 수사은폐와 허위발표가 드러나면서 지난 6월 12일 광주.전남 6월항쟁기념사업회가 첫 시국선언을 발표한 후,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에 대한 진상규명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은 국정조사 일정이 끝나는 8월 23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며,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다른 차원의 움직임도 예상된다.
7월 말까지 시국선언에 참여한 시민의 수는 약 2만여 명. 시국선언을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대학과 학계다. 대학교수는 70여개 대학 1900명, 대학생 1800명이 참여했으며, 청소년도 800여 명이 참여했다. 학계와 시민사회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계, 법조계, 문화예술계 등이 동참하고 있으며, 노동자, 농민, 장애인, 프랑스와 독일, 미국 등의 해외동포와 유학생 시국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8월 8일에는 전현직 언론출판인 1954명이 국정원 사태에 대한 언론통제에 저항하겠다고 발표했다.
종교계 역시 시국선언에 참여하고 있다. 불교계는 8월 8일 대한불교청년회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13개 불교 단체가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 개입 규탄 불교시국회의’ 발족식을 열고 행동에 나섰다. 개신교는 감리교 청년회 전국연합회 등 11개 기독교 단체, 기독NGO 성서부산, 성서광주, 성서대구, 부산기독교단체연합, 한국기독장로회 광주연합 등 각 단체와 지역 종단별로 시국선언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광주지역 4대 종단(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이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국정원을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천주교는 지난 6월 21일 평신도 단체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사회사목부,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 연합회 등 8개 단체가 시국선언을 시작한 후, 사제와 수도자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7월 25일 부산교구에서 시작된 사제단의 시국선언은 마산교구, 광주대교구, 인천교구, 전주교구로 이어졌다. 오는 8월 14일에는 대구대교구와 안동교구, 왜관 베네딕도 수도원이 함께 시국선언에 나서며, 대전교구와 원주교구도 같은 날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수원교구는 20일 교구장 이용훈 주교의 주례로 시국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8일까지 시국선언에 참여한 사제는 759명, 수도자는 259명이다.
군종교구를 제외한 15개 교구 중 10개 교구가 시국선언에 동참하며, 수도회와 평신도들의 참여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만간 한국 교회 차원의 입장도 발표될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 천주교회에서 이렇듯 대규모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것은 지난 2009년 6월 용산참사와 관련한 사제 1263명의 선언, 2010년 5월 4대강 사업 반대 서명에 사제와 수도자 5005명이 참여한 이후 처음이다. 부산교구의 경우 교구 차원의 시국선언은 26년 만, 대구대교구는 교구 설정 이래 첫 시국선언을 하게 됐다.
교회, 국정원 사태 상당히 중대한 사안으로 규정. "이것은 '신뢰'의 문제다"
국정원 사태는 현 정권의 불신의 정치를 이루는 한 축일 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장동훈 신부는 이번 시국선언과 관련, “교회가 이렇게 시국선언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도덕의 문제이고, 정권에 대한 신뢰와 신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동훈 신부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보였던 것은 ‘불신의 정치’였다면서, “공약을 전혀 지키지 않고, 쌍차 문제, 송전탑 문제도 모두 불통으로 일관한다. 이번 사건은 국정원 사태 를 따로 떼어 보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보여 온 총체적 불신의 한 증거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장 신부는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때 교회와 정부가 전면전을 치렀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교회는 지금의 한국 정치상황을 무척 위중한 사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현 정권과 교회가 또다시 대립하는 형국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면서 국정원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그때와 똑같은 갈등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동훈 신부, "국정원 사태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교회와 정부 척을 지게 될 것" 경고
박상병 신부, "잘못하면 국민과 정부간, 국민들 사이의 신뢰 무너질 것"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박상병 신부 역시, “국정원 사태는 정부와 국민, 국민과 국민 간 신뢰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박 신부는 “교회는 현 정부가 한 나라를 이끌어갈 양심이나 도덕적 가치들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해 의심하고 있으며, 이를 상당히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면서, “이는 국민과 위정자간의 신뢰, 국민들 사이의 신뢰를 총체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상병 신부는 “민주주의가 온전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 법이 제대로 실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은 법과 제도상으로도 어긋할 뿐만 아니라, 교회의 가르침과 정반대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국정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우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우리의 선언은 바로 국정의 토대를 제대로 마련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권오광 상임대표는 시국선언 이후의 행보에 대해 “이제 개별 교구의 선언을 넘어 교회 전체 차원에서 대처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이 사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구체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 각 교구 정평위, 수도회, 평신도 단체 등이 나서 시국에 대응하는 기구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고, 교회 구성원들이 함께 만드는 대규모 시국미사 등을 통해 사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촉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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