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저들을 달뜨게 하는가
김 난 석
카페 <아름다운 5060>의 두번째 정모라 했다.(2008. 6.)
안내에 따라 지하철 수유역에 내리니
이름 모를 이들 서넛이 같은 목적지로 가는 차를 기다리고 있다.
마냥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천진스럽기만 하다.
무엇이 저들을 저토록 달뜨게 하는가?
택시에 함께 타고 목적지로 가는데
석촌을 보러 왔다고 너스레를 떠는 이도 있다.
나의 아호인 그것을 닉네임으로 쓰는 나는
속으로 가만히 달뜨고 있다.
편승하여 목적지까지 잘 왔는데
차비를 보태려니 그만두라신다.
무엇이 이렇듯 달뜨게 하는가?
목적지에 다다르니 고운 정장과 한복을 입은 이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이내 안으로 들어서려니 또 이름을 물어보며 이름표를 달아준다.
누가 이들을 이렇듯 달뜨게 하는가?
잘 정리된 장내에 여기저기 회원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서로 아는 이들을 찾아보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들
또한 마냥 즐겁기만 하다.
사사로운 친목 모임에 국기에 대한 경례는 무어며
애국가 제창은 또 무언가?
이렇게 이들을 달뜨게 하는 건 무엇이던가?
이어서 이어지는 춤사위며 창이며 연주며
연신 이어지는 권주(勸酒)는 더 말해 무엇하랴.
이들을 이렇듯 달뜨게 하는 건
그 누구 홀로의 의도도 아니요
함께 어울려보려는 모두의 그 신명이 아니겠는가.
만물은 의존하는 데에서 그 존재와 본성을 얻는 것이지
그 자체로서는 아무것도 아니라 한다.
인도의 고전 <바가바드기타>의 지혜를 떠올리며
신명 나는 세상을 기대해본다.
맞아주고 보내주는 마음들이 고마워 못난 글을 써봤다.
님의 모습이 / 김 난 석
먼데서 오시는 손 기다리시며
옷깃을 여미시던 님의 모습이
먼 데로 가시는 손 보내드리며
두 손을 감추시던 님의 모습이
먼 데로 가신 손 그리워하며
옷고름 옭매시는 님의 모습이
제가 보기엔, 님의 모습이
정녕 님이더이다.
- 아름다운 5060 제2차 카페 정모 후기 -
2014년도 아름다운 5060 연말 정모를 지켜보고
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바퀴
바둑이도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 윤석중의 '동네 한바퀴' 중에서
동네의 동은 한곳(同)의 물(水)을 먹는 사람들이 모인
한 골짝(洞)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그건 '우리동네' 라 불러야 정감이 더 간다.
우리라는 집단은 함께 해야 한다.
그것은 또 아침부터 그러해야 하고 차별성이 없어야 한다.
그런 뜻을 담아 윤석중은 동네 한바퀴를 노래했을 것이다.
엊그제 카페 아름다운 5060의 2014년도 송년정모가 있었다.
4백 명이 넘는 회원들이 한곳에서 만나 먹고 마시고 노래하며 춤췄다.
허나 먹고 마시는 건 앉은자리에서 하는 거지만
노래하며 춤추기 위해선 제한된 무대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함께 어울리더라도 연기자와 관중으로 나뉘기 마련이요
관중은 가만히 앉아 즐기거나 카메라에 순간을 담거나
눈으로만 지켜보다가 그 소회를 말이나 글로 표현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어울림은 즐기는 자와 즐겨 기록하는 자와
연기자로 나뉘게 된다 하겠다.
기중기의 원리를 생각해본다.
기중기는 하부주행체, 작업장치, 상부회전체로 이루어진다.
그 중 하부주행체는 아우트리거가 메인으로서
전복되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우둔한 것 같지만 무거운 중량을 갖게 된다.
나는 즐기는 자의 입장에서
지난번까지는 주로 앞쪽에서 무대를 지켜봤지만
이번엔 주로 뒤편의 관중석을 지켜보다가
세 바퀴를 돌며 눈을 맞춰주는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떴는데
그들이 기중기의 아우트리거였던 셈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엔 왜인지 모를 허전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 순간 어느 말띠 선배회원의 지나치듯 한 말이 떠올랐다.
“후배들 틈에 끼어 배겨내려니 눈치 보이네요.”
물론 그 말은 뷔페식 만찬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몰려드는 통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서성일 때 나온 가벼운 푸념이었지만
제갈량이 후진에게 전해줬다는 말
역지사지와 검이양덕(易地思之, 儉以養德)의
좋은 품성도 서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았다.
(2014. 12. 9.)
첫댓글 아직 자리가 조금 남았네요.
사진 맨 앞 이마가 훤하신 분은 29년생 올디님이신데
근황이 어떻신지 궁금하네요.
화려합니다.
우~와
추억과 역사의 한장면이네요~^^
만국기 아래 많은 분들이 모여 성황리에 잔치를 즐기셨군요.
얼굴에 웃음들이 가득한 분위기로 보아 2008년과 2014년의 축제가 어떠하였을지 미루어 짐작이 됩니다.
올해 15주년 기념식도 여러 5060님들로 가득찬 의미있고 정겨운 축제의 장이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