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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 사월愛 [두방산, 병풍산, 첨산/고흥]
2014. 4. 13 [일]
평택 종주산악회 47명
당곡마을 주차장 - 석간바위 - 전망대 - [두방산] - 코재 - 447봉 - [병풍산] -
[비조암] - 갈림길 - 당곡마을 주차장 (원점) [4시간]
남도 밖에 서며 푸르른 춘 사월의 비애를 겪는다. 어쩌다 저쩌다 다른 이역에 부숭부숭 심사를 늘어놓은 춘 사월은 속내를 들춰내지 않는다. 그러나 봄 강변엔 수수한 꽃들이 만개하여 이방인의 발길에 화들짝 몸을 숨긴다. 무르녹는 봄볕은 함빡 널부러진채 풍성하다. 그 봄 속에 숨는다.
봄의 깊이가 더해진다. 남도의 멋은 봄 속에서 그윽하게 노릇노릇 잘 익어가고 있다. 콧노래를 부르며 봄바람을 이어 탄다. 푸른 색깔로 번져 지는 초목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바람처럼 되돌아와 있다. 시간이 이미 와버린 존재의 봄, 저만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그늘 속에서 피어오르는 사월의 애증이 사뿐히 주저앉아 맑은 내음을 저어내고 있다. 빛과 시간은 혼합되어 아지랑이를 생산하며 사월의 길을 터주고 있다. 하얀과 연분홍이 적시에 피워대는 길. 홀연히 숨고 싶다. 환한 빛과 시간이 내어주는 그 하얀 길과 그 연분홍 길에.
젊음을 간직한 또랑또랑 피어오르는 고흥만의 앳된 얼굴들. 하얀 군무에 가려 드러내지 않는 그 얼굴은 사월의 얼굴이기도 하다. 칭칭 감아대는 해무 속에서 자유스런 존속으로 숨어 지내며 동정을 아끼고 무거움으로 일관하였던 그 주체는 피안의 환영인 듯싶다.
연분홍 꽃망울이 송송이 맺혀있는 맑고 투명한 물방울에 몸짓을 저어댄다. 바람 속 시간에 유유하게 젖어드는 그 색감은 환히 타오르는 연둣빛 색채와 어우러지며 담백하게 이뤄내는 사월의 아취가 되어준다. 애정이 묻어난다.
잿빛 속을 뿌려대는 연한 해무에 봄의 서곡이 잦아든다. 산 벽의 그을림이 또렷해지고 격렬한 산바람도 투드둑 치면서 고흥만을 치켜세우고 있다. 짙게 깔린 산벼랑은 눅진 빛깔로 변화되어 퇴색된 기암의 등줄기를 유화로 변신시킨다. 십리 밖인 듯 구절판처럼 깔려있는 황토 빛 들판 속에 파란 색줄기가 찬란하게 싹트고 있다. 한마디,
“ 해무 속에 젊음처럼 비춰지는 저 봄 색깔, 참 좋다. ”
물기둥처럼 솟아오른 연푸른 섬들이 번져나는 층층대를 형성하며 봄 속을 이어가고 있다. “그윽하다. 진즉 와볼 껄.” 해무에 감겨버린 바다는 누런 보리밭처럼 하염없이 펼쳐져 있다. 피식 웃는다. 달달한 사투리로 “오매, 좋은 거. 흐연 꽃봉오리들이 바다를 삼켜버려요 잉!.” 환하게 커지는 두 눈이 툭툭 번져오는 빗 사이를 가른다.
바람같이 훌쩍 떠나가는 시기가 삶의 속도속의 바람처럼 떠나기 시작한다. 깜작할 사이, 바람의 억센 욕망이었을까. 바람 따라 왔다가 바람 따라 가버리는 구름처럼 그 시기도 바람을 등에 업고 흔적만 남겨두고 바람 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매 기운만 넘쳐나니 그 바람은 언제 늙을는지. “왠지 아픈 시간이 다가오는 듯하네요. 정처 없이 떠돌다가 다음만 기약하는 저 야속한 바람….”
“ 바람을 쫓아 떠도는 건 우리네가 아닐까요? ”
무수히 아픈 시간을 견뎌내고 촉촉한 기운이 샘솟는 시간을 이르게 잃어버릴 시간에 와있다. 바람을 쫓아 떠돌았던 흔적은 비로 하여금 알 수 없도록 그것에 대한 궁금증만 자아내는 것 같았다. 봄이 斷想처럼 옅게 흩어지고 있는 이 속에는 다른 바람의 씨앗이 애써 자라고 있다. 그 시간은 언제라도 열려 있다. 다만, 침묵할 뿐이다.
난데없이,
“아따, 주먹자랑 하지 말랑 거 잃어브렷어. 조~곳이 나의 고향 벌교여.”
“뭣여 성님, 근께 말여, 고향이 벌교어라?”
“동상, 몰랐더냐?”
“성님, 내 물어보지 안헜는디.”
“아야. 근께 말이다, 벌교는 참말로 사람살기 좋은 곳혀. 타 지역 싸움꾼들이 오더래도 벌교에서는 힘자랑 한번 못허고 쫓겨나갔제. 벌교에서 힘자랑, 여수에서는 돈자랑, 순천에서는 인물자랑 허지마러는 옛말이 있제. 그만큼 산 좋고 물 좋아 타고난 장사들과 인물들이 많았던 곳이제. 이제 알긋냐.”
“음, 그런 얘기었구먼.”
“ 아따, 거시기 하구먼. 잘 들었소.”
두 회원님들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왠지 정감이 가는 이유는.
아련히 비춰지는 벌교읍내와 성곽처럼 둘러쳐진 산군들의 풍경은 세상 속을 뚫고 서있는 고요한 봄 그림이 되어준다. 젖은 감성이 찾아든다. 재색 빛깔이 그 안을 감싸며 조용히 시간을 맞는다. 봄 안개처럼 내뿜는 풋풋한 연두빛 기포가 들쑤시기 시작한다. 바라보는 것에 그 부유물이 소소하게 흩뿌려진다. 생기에 찬 낙숫물을 보며 봄바람을 부른다.
물빛 같은 새로운 사월의 차가움이 감빛을 타고 촉촉이 적셔진다. 먹빛처럼 번져가는 산중의 색감은 잔잔한 여운을 띠며 사월의 색감을 잉태시킨다. 푸른 운기가 돋을 모양이다. 매우 원숙한 산 멋이 피어오른다. 산자락 사이로 걸치기 시작하는 해무가 장장행렬을 이루며 흰 꽃들을 피워대기 시작한다. 잔잔한 풍경이다.
봄의 여울은 비움과 관계가 깊다. 그 비움에는 어떠한 상념이 자리하지 못하는 무한 상관관계가 있다. 특히 봄 안개 속에 묻힌 저 대양을 생각할 때면 그 비움이 차곡차곡 쌓여진다. 그 속에는 욕망이 없는 비우고 버리는 무아의 의식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요함속에서 얻어지는 내면을 바라 볼 수 있도록.
해안 속에 낮게 펼쳐지는 고흥만의 너른 평야에 고요한 평화가 감돈다. 봄의 여흥에서 핀 감미로운 풍경이기도 하다. 가슴에 두고 오래오래 기억되는 春景의 컬러풀한 한 장면이기도 하다. 문득 마음에서 생성되는 싯구가 떠오른다. 저 풍경은 “가슴에 묻어둔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깊은 애심이 담겨 있는 거.”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이라는 고흥의 참 멋이 고요하게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그 울림이 어찌나 깊은지 절로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남도의 깊은 恨이 드리워서인지… 뜨겁게 취하고 싶은 날처럼 행복해 집니다.」
하얀 세상이 더욱 봄을 알린다. 그 속에서 피어나 있는 섬들의 滿感은 바다에 피어난 춘화와 같다. 아지랑이 너울대는 공간에서 꽃이 피고, 새가 울면 비로소 봄의 미학이 탄생되기도 한다. 그 모습이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봄의 풍경, 우리가 찾는 마음속 여운이며, 여백의 미다.
중후한 여인얼굴엔 가득찬 춘심이 서려있다. 검은 눈동자를 바로 세운 눈으로 앞을 응시하는 그 모습에서 봄의 애상을 느낄 수가 있다. 정적이면서 아스라이 드러나는 고흥만의 소연한 풍경. 애련한 봄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이며, 감성의 메시지를 달고 있는 賞春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깊이 달아오른다.
하얀 꽃송이가 날려 산수화를 보는 듯 강렬한 기암들의 외침이 봄 속을 휘젓는다. 그 사이에서 조용히 이 시간을 탐닉하고 있는 노송의 멋은 인상적이다. 유랑 길처럼 처연한 세월을 거치면서 올곧이 피어나 있는 그 생생함이 시간을 억누르는 듯 하다. 문득 스친다. 서편제의 송화가 하는 말처럼 “살다보면 살아진다.” 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쉽게 스러지지 않는 내강과 꿋꿋함이다.
산중은 봄이다. 봄은 피어올랐다. 아득한 새날이 열리듯이. 아련한 시간은 바람처럼 휘어지고, 싱싱한 이날은 흰 구름처럼 새하얀 꽃이 돋아나 있다. 붉은 줄기가 지천이다. 그토록 바랐던 염원이던가. 해무가 제 청춘인양 아지랑이 비집고 젊은 양기를 몰고 온다. 바람과 물도 같이 온다.
「시간이 정지된 채 고요한 침묵이 감도는 저 고흥만의 풍경, 일말의 생각조차 없습니다.」
「나만을 위한, 내 보금자리와도 같은 봄의 감흥에 솟아나는 것은 느림의 행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시간과 봄의 공간을 저어 다니는 나만의 자유로움이 아닐까요.」
「나만으로 되돌아가는 과거로의 여행이 이기도 합니다.」
「봄의 시간에서만 느껴지는 무한적 행복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연한 황토 빛 기암들이 그 누구에게 방해받지 않는 자기만의 공간을 유지하며 봄의 흐름을 타고 있다. 행복한 공간들이다. 감빛의 아름다움과 연분홍 봄빛에 눈길이 닿는 환상적인 공간들이다. 우람함도 아니고, 장대함도 아니며, 더더욱 큰 장골의 기개도 아니다. 그저 봄을 맞아 자기만의 내밀한 공간속에서 저편의 아지랑이를 피어나게 함이다. 순수하다.
메마른 감정이 일탈된 이때, 조용히 찾아드는 건 푸른 빛 담벼락 같은 산정의 푸근함이다. 소소한 마음이 한데 모아지며 봄의 감성을 느낀 이 시각이 안식을 위한 채비를 갖는다. 낮의 미려함과 밤의 감성을 쌓고 디디면서, 다시 찾아오는 낮과 밤에게 그 상념을 오롯이 드러내주는 풍요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봄에서 얻는 마음의 소리다. 봄의 일상을 느낀다.
긴 시간 짧은 소곡! 이 풍경을 뒤로하며 스치는 건 솟아오르는 봄의 열린 공간이다. 포근함을 떠나 그 속에서의 순간의 느낌은 차분하게 가라앉는 고독에 가깝다. 아니 허전한 마음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허무에 가깝다고나 할까. 봄에만 느낄 수 있는 운명인가? 시기의 시련인가? 봄의 소리가 이어질 때까지 품고 가는 경외한 사랑 같기도 하고.
돌아보니 어느새 해는 중천에서 너울질이 막바지다. 어둠으로 짙어지려는 쪽빛에 가려 서쪽으로 기울며 숨이 차기 시작한다. 아직도 봄의 물살이 계속된다. 정적이 바람을 타고 있다. 끊길 듯 하면서 끊기지 않는.
◈◈◈
고문님, 회장님, 부회장님, 사무국장님, 산악대장님 이하 회원님과 산우님들, 보드랍고 따스한 온기 속에 젖어있던 그 시간의 짧음, 소박한 춘 사월愛의 정취를 느꼈습니다. 그 이유는, 남도의 푸릇함과 해무 속에 비춰내는 그윽한 아름다움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장장했던 그 시간 속, 그 모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 석만 형님 내외분께서 정성껏 준비하여 주신 소머리국밥과 알싸한 고추잎 장아찌, 청정한 열무김치, 후(後) 식(食) 잘 먹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푸릇푸릇한 진초록 바람을 맞으시며 장시간 애써주신 이년헌 고문님과 여성 회원님들께도 진정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14. 4. 14 오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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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완연한 봄날에 새싹이돋아나서
사진속의 배경은 우리들의 마음을
새롭게만드네요~~^^
멋진영상 잘담아오셨네요~~
잘봤습니다.
귀절암의 시원한 석간수가 다시 생각나네요
대장님 좋은영상과 글 잘보았읍니다
감사합니다.
글과 영상이 잘 조화롭게 우리눈을 호사하게 하네요
글은 마음과 머리를 추억에 잠기게하고 세련된 글은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않게 하니 다시금 그날의 아름다운 산행에 흠뻑취하게 되었답니다
후미산행~행복하고 추억의 한페이지안에 채워져 있습니다 그날 대장님 고생많이하셨고요 감사합니다
종주에도 명필대장님 계심이영광이죠~~
이글이 어느 대장님 글인가요? 예사롭지 않은 훌륭한 글 솜씨입니다. 탄복 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벌교는 주먹자랑이고,고흥은 힘 자랑입니다.타지에서는 힘 자랑이라고 하는지 모르지만 제 고향이라서 그 지역에서는 그래요.잘 보고 갑니다.
종주2대장님 이십니다~^^
평택 시청에근무하시고 50대중반 이시고 글솜씨좋으시고
산을 사랑하시는 산사나이 입니다
어느 산행길에서든 뵙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