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여섯 살 조카 소윤이와 스물다섯 살 나의 티격태격 말씨름은 계속된다. 귀여운 곰이
그려진 책상 위에 연필, 지우개, 색연필 등을 올려놓고 이건 누구 줘야지, 저건 누구 줘야지 하고 있는 조카를 보며 말했다.
“소윤아. 넌 왜 그걸 다 친구들 주려고 하니?”
그러자 조카는 마치 날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대답했다.
“아니~ 이건 내 친구 여동생 갖다 주려고….”
친구들에게 너는 무슨 선물을 받은 게 있냐며 꼬치꼬치 따져 물었더니
입을 삐죽거리며 조카가 말한다.
“옛날에~ 아니 더 옛날에 ○○이도 나 줬단 말이야. 이모는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고서는 한참을 책상 위의 물건만을 만지작거리며 삐져 있더니 뭔가 생각이 난 듯 말을 돌린다.
"이모 왜
거짓말 해. 아까. 나 어린이집에서 끝나고 왔을 때 이모가 내 포도맛 사탕 먹어서 막대사탕 세 개 사 준다고 했잖아. 근데 왜 안 사 줘?"
하며 지금 당장 사오라며 엄포를 놓는다. 하지만 이대로 질 수는 없기에 잘 시간이라며 나무라며 결국 조카를 재웠다.
잠든
조카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스물다섯 살, 조카는 겨우 여섯 살. 그 어린 아이에게 내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니 이상했다.
아마도 친구들이나, 다른 어른들과의 약속이었다면 정확히 지켰을 텐데, 여섯 살 조카와 한 약속이라 하찮게 생각했던 것
같다. 또 조카에게 어른의 잣대를 조카에게 강요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친구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은 마음에 설레어
잠도 못 이루는 조카에게 뭔가를 받아야만 주는 것이라는 이기적인 마음을 가르친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점점 각박해져가는 나에게 여섯 살
조카는 오늘 큰 교훈을 선물해 주었다.
윤미옥 / 충북 청주시 복대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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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우리주님께서 함께하시는 귀한 시간 되시길 기도 합니다
좋은자료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