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에 우리 나라 MBC의 한 요리 프로그램 작가로부터 메일이 왔다. 필리핀에 명절 음식 취재를 오게 되는데 이 곳 명절 음식에 대한 정보 등을 문의해와서 아는대로 조금 적어 보내드렸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답장이 왔고 촬영은 잘 하셨는지 모르겠다. 그 프로그램은 해외에 거주하는 유학생과 교민들의 제보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깐 명절 음식을 소개하면: '기나따안(Ginataan)'이라는 음식이 있는데 때로는 '땀보땀보'라는 애칭으로도 불려지며 우리 나라의 팥죽과 비슷하며 명절이나 행사 때에 온 가족이 오손 도손 식탁에 모여 앉아서 이 음식을 만드는데 주 재료는 코코넛이고 밀가루 반죽을 동그랗게 말아서 큰 솥에 집어 넣고 가늘게 썰은 코코넛과 바나나, 랑카(잭 프룻이라고 함) 등과 필리핀의 각종 곡물들을 집어넣고 한 참을 끓인다. 많은 인원을 대접하는데 안성마춤이다.
바베큐(BBQ-Barbeque)는 빼 놓을 수 없는데 주로 돼지 고기나 핫도그(소지지) 등을 꼬치에 끼워서 숯불에 굽는다. 오징어를 굽는 경우는 조금 돈이 더 든다.
마닐라 부근의 불라칸(Bulacan) 지역에서는 '비빙카-Bibingka'등의 요리등을 명절에 많이 먹는데 우리 나라의 떡과 비슷하다. 이 외에 코코넛으로 만든 '부코 판단(Buco Pandan-부코는 여물지 않은 코코넛을 말한다) 등 여러가지 떡 종류가 있다.
수만: 찹쌀떡 같은데 밋밋한 맛이라서 설탕을 찍어먹는 경우가 있다. 물론 먹기 전에 껍질을 벗겨야 한다. 껍질 속에 찹쌀같은 것이 들어 있다.
그리고 '푸토 붕붕-Puto Bungbung'이라는 것도 있는데 상당히 달콤하고 뜨겁다. 참고로 푸토는 떡의 종류인데 푸토붕붕은 조금 다르다. 붕붕 난다고 할까? 썰렁하군...
참 '판싯(pancit)'은 우리 나라의 잡채같은 국수로서 결혼식같은 행사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종류에 따라 판싯 기사도(pansit guisado), 판싯 소탕혼(pansit sontanghon-국수가 가늘다), 판싯 칸톤(pansit canton) 등이 있는데 중국에서 전래된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이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먹을만한 필리핀 음식은:
1. 카레카레(Kare-Kare): 쇠고기로 만든 음식인데 작은 토기 솥에 호박, 긴 콩깍지 등을 쇠고기와 함께 섞어서 끓인다. 솥 안에 가끔 소의 내장도 보인다. 이 것을 '투알리아'라고 말한다.
2. 아도보(Adobo): 아도보는 간장에 고기를 절여서 만드는 조금 짠 맛이 나는 요리인데 '아도보 바보이-돼지고기', '아도보 마녹-닭고기' 등이 있다.
3. 시니강(Sinigang): 말 그대로(한국어는 아니지만) 신 맛이 난다. 삼팔록(sampalog, 영어로는 tamarind)이라는 엄청나게 신 콩깍지 같은 것을 넣어서 끓이는 국물이 많은 음식인데 그 신맛으로 정신을 바짝차리게 한다. 그리고 그 신맛이 초를 쓴 것이 아니라서 더욱 더 건강에 좋은 것 같다. 재료에 따라서 '시니강 숙포(큰 새우)', '시니강 방우스(잉어같은 생선)', '시니강 바보이(돼지고기)' 등이 있고 카레카레와 마찬가지로 '스트링 빈스(string beans-길고 가는 콩깍지) 등이 재료에 합류한다.
4. 피낙벳(Pinakbet): 위의 요리는 주로 마닐라 부근이나 남쪽 요리로 따갈록(Tagalog) 문화의 색채를 많이 띠는데 '피낙벳'은 루손(Luzon)의 북부 지역인 일로카노(Ilocano) 사람들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돼지 고기를 암팔라야(ampalaya-쓴 맛이 나고 건강에 좋다), 호박, 길고 가는 콩깍지(string beans) 등이 들어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고옹(bagoong) 또는 '알라망'이라는 새우 젓갈이 꼭 들어가서 맛을 내니 우리나라의 김치와 비슷하다. 맛은 쓰고 짠 것 같으면서도 신비로운 조화를 이룬다.
그 밖의 음식들은: 레촌(Lechon): 바보이(돼지고기)와 마녹(닭고기) 등의 종류가 있는데 고기를 적당히 튀겨서 기름을 뺀 요리로 고소하고 크리스피(crispy)하다. 한 편 치아가 성하지 않으면 씹기가 어렵다. 아, 참, 껍질만 그렇고 정말 씹기 어려운 것은 치차론이다. 레촌은 통돼지 구이라고 할까.
풀루탄(Pulutan) 또는 치차론(chicharon): 돼지 껍질을 심하게 튀겨서 만든 것으로 과자가 되기 직전(?)의 요리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풀루탄은 술 안주 비슷한 것들을 통틀어 말하는 것 같다.
파타팀(Patatim): '파타'는 동물의 발을 의미하는데, 한마디로 돼지 족발이다.
찹수이(Chopsuey): 중국에서 전래된 음식으로 이것 저것 섞었다는 의미가 있으며 배추 등 각종 채소에 돼지고기와 간(liver)을 섞어서 만든 기름기 있는 음식이다.
아로즈 칼도(Arroz Caldo): 닭죽인데 닭고기 없이 계란만 넣은 것은 가격이 저렴하다.
시식(Sisig): 돼지 고기를 잘게 썰어서 튀긴 음식이다. 철판에 지글보글 볶는다.
룸피아(Lumpia): 여러 종류가 있는데 룸피앙 샹하이를 본다. 중국에 건너 온 음식인 것 같다. 속에는 고기가 들어있고 야채를 넣는 경우도 있다. 큰 사이즈에 껍질을 벗긴 것은 우?(Ubod)이라고 별칭한다.
어묵 튀김(Fish Ball): 길거리 음식이다. 어떤 기름을 쓰는지 알 수 없다. 집에서 튀기는게 낫겠다.
또 다른 길거리 음식으로 '발룻(Balut)'이 있는데 이 것은 오리알이고 부화되기 전에 찐 것이니 조금 잔인한데(아니 많이 잔인한데) 건강에 좋다고 한다. '발룻 사 푸티'라는 것은 약 15일 정도(확실하지 않지만) 된 알을 삶은 것으로 발룻 중에 최상품을 말한다. 밤에 먹어야 맛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계란 속에 있는 병아리가 안 보여서 덜 미안한건가? 아무튼 국물맛은 진국이고 흰색으로 되어 있는 바위같은 것도 고소한 맛이 있다. 요즈음은 거의 안 먹는다. 그래도 발룻은 피노이(필리핀 사람의 애칭)의 favorite food중의 하나이다.
아, 이것 저것 적다보니 배는 고프고 키보드를 만지는 손가락은 아프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저녁 요리를 하러 가야겠다.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참고: 저작권이 있는 사진들은 복사하기가 안 되고 위의 사진들은 올려도 되는 것 같아서 올렸는데 만약에 문제가 있으면 즉시 삭제해야겠다. 검색으로 사진을 올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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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ansaram 원문보기 글쓴이: Samu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