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몹시 피곤했습니다.
아무래도 가라앉지 않는 피곤으로
낮엔 그럭저럭 돌아다니지만
저녁때만 되면 견질 수 없이 지쳐
쓰러지다시피 잠자리에 들곤 했습니다.
이렇게 오래 가지는 않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뒷맛 개운치 않은 ‘읽은 책 정리’를 하는 동안
풀리지 않는 피곤함의 원인을 본 것도 같습니다.
이미 약간의 피로가 쌓여 있었는데
지난 금요일 저녁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날은 어머님 제사가 있던 날이었고
마침 사무실 정리한 뒤에 그냥 쌓아두었던 책을
제사를 지내기 위해 치워야 했는데
제사를 마치고 나서 읽은 책을 정리하다가 그것이 거의 끝나갈 무렵
다음에 정리할 책을 찾는 동안 속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하게 금방 눈에 띌 것 같았는데
이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겁니다.
내용도 시원찮아 굳이 볼 필요도 없었던 것을 확인한 그 책,
하지만 읽은 것을 정리는 해야 하는데 나오지 않으니 답답했습니다.
자려고 누웠다가도 그 생각이 나면 오려던 잠이 다시 달아나
일어나 책꽂이도 살피고, 쌓아두었던 책더미도 뒤적거리기를 거듭했는데
그래도 끝내 이 책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책꽂이의 책들을 눈에 익히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해소되지 않았으니
아무튼 이 책이 나오던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 뒤엉켰던 것들이 가라앉던가
무엇인가 해소되는 일이 있어야 한다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못난 자식이 속을 썩인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 책이 더 미워지는 것까지도 어쩔 수 없었는데
그렇게 어머니 제사를 지낸 날은 거의 밤을 뜬눈으로 새웠고,
읽던 책 정리를 끝내고도 찾지 못한 이 책의 정리는
결국 다음으로 미뤄둘 수밖에 없다는
약간은 어정쩡한 결론을 내리고
이렇게 ‘읽었다’는 말을 하게 되는
비누칠 했는데 수돗물 끊긴 날 같은 느낌,
어쨌거나 ‘그렇고 그런’ 책이었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