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에 네 사람이 또 같이 잤다.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설보다도 재미있다. 우리는 모두 패자 부활전에 이심전심으로 뛰어들었다.
떠돌이 프리랜서인 전 아무개 기자는 세계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다. 인터넷에 자신만의 제국을 만드는 작업에 한창이다. 나에게 종교 관련 인터넷 신문 코너를 분양해 줄 테니 함께 하자고 한다. 청년 때 독일에 갔다가 열다섯 살 이상이나 연하인 독일 소녀와 사랑에 빠졌는데 그만 임신을 했다. 그 독일 소녀는 고등학교를 다니다 말고 부모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집을 떠나 전 기자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다. 딸이 벌써 열 아홉 살이라고 한다. 그 덕분에 전 기자는 독일 시민권이 있다. 그는 독일어 외에도 영어, 스페인어 등 여러 말을 글로나 말로 소통할 수 있다. 그의 아내는 현재 독일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정 선생은 공무원을 하다가 친구의 빚보증을 서서 파산하게 되어 서류상 이혼하고 떠돌이가 되었다. 천사 같은 아내의 말을 아주 잘 들으면서도 해마다 몇 백 만 원씩 어처구니없는 일로 덤태기를 씌우곤 하는 사람이다. 최근에는 아내의 권고로 전주에 내려가 서각 기술을 배우는 중이다. 얼마 전에도 남에게 대포 통장을 만들어 주고 얼마간의 용돈을 챙겨 썼다가 들통이 나서 그의 아내가 3~4백 만 원의 벌금을 대신 내 주었다고 한다. 막걸리만 보면 다섯 병도 거뜬히 마시는데 신기한 것은 그러고서도 화장실을 별로 안 간다는 사실이다.
이상구는 누구와도 다투지 않는 재주를 가졌다.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묵묵히 듣고 자기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을 만나면 얼마든지 여러 말을 늘어놓기도 한다. 중요한 업무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글로 정리해서 나누기로 했다. 지난 목요일에 독도 세미나를 했다. 지금까지 독도단체 활동에서 얻은 경험들을 살려 기획했는데 앞으로 잘 되려면 많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이상구의 형님은 건축 노동을 다니는데 잠시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이상구는 3남 1녀 중에 막내라고 한다. 둘째 형은 일찍 죽었다. 누님과 형님은 이 상구를 물심양면으로 함께 도우며 살아오는 중이었다. 사무실 임대 보증금도 형님이 대 준 것이라고 했다. 사무실이 잘 운영되어 형님에게도 보람이 되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이상구랑 나는 독도 벨트와 아로니아 골드 등 전단지를 사방에 돌려 뿌리고 주문이 오면 배달까지 함께 하곤 했다. 2주 동안의 매출은 약 25만 원이다. 온 라인에 올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도 되고 불안도 하다. 20일 안에 만약 승산이 없으면 멀리 남도 쪽 섬 지방으로 함께 낡은 마티즈를 타고 장사를 떠나기로 했다. 사무실 운영비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태희 실장(33세, 미혼)은 4월 3일부터 우리와 함께 일하고 있다. 아주 착하고 성실해 보인다. 웹 디자인과 편집에도 능하다. 독도사랑 홈 페이지와 동영상을 만드는 일에 날마다 분주하다. 성품, 외모, 실력에서 모두 무난하므로 앞으로 무슨 일에나 서로 함께 할 만 한 좋은 젊은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갈만한 교회가 마땅치 않으므로 몇 사람이 뜻을 모으면 교회를 새로 시작하는데도 함께 하기로 했다.
어제는 심만구 선생을 만났다. 69세 된 어르신이었다. 광주 본촌동의 유학자 집안에서 아버지가 65세 되셨을 때 태어난 늦둥이였다고 한다. ‘그 아버지가 그 아들에게 남긴 책’이라는 제목의 책을 선물로 받았다. 그 분의 부친이 늦게 얻은 아들의 돌에 아들의 평생을 75세 까지 예언한 책이었다. 참 신기하다. 심완구님이 14살 때 부친께서 별세하셨는데 그때까지 한 차례도 꾸중하신 일이 없고(1무질책지사), 한 차례도 부친을 노엽게 한 일이 없었다(1무촉노지사)고 한다. 독도사랑 운동에 뜻과 힘을 함께 하기로 했다.
김창규 사장은 사기도박판에서 뭉치 돈을 벌려다가 조폭들에게 걸려 털린 전력부터 시작하여 최근의 화장품 신제품 사업까지 다양한 실패 끝에 패자부활전에 함께 하고 있는 분이다. 음식물 처리기 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네이버 블로그 활동의 달인이기도 하다. 이 분에게 블로그 활동 요령을 배우기로 했다. 값싸고 좋은 음식물처리기가 나오면 함께 일하기로 했다. 그동안의 부채를 정리하기 위해 회생 신청을 하고 처리를 기다리는 중이다. 우리 중에서 가장 현실 감각이 침착하고 가능성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40413 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