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생강농사가 全無하였습니다. 농부란 항상 농사가 잘되거나 안되거나 해도 심는것이 농부입니다.
나이가 먹을수록 농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됩니다. 하하 제가 무슨 大農家나 되는것 같습니다.
36평짜리 텃밭과 커다란 논둑이 있어요. 거기에 봄부터 초가을까지 심는것이 많지요.
남편은 매우 부지런해서 빈땅이 나오면 이곳에서 가장 먼저 삽으로 땅을 파고 심을 준비를 완료한 다음에,
꼭 이렇게 말해요. " 쌔빠지게 해 놓았으니 맘껏 심으라고요" 감자 두골 심고, 그 다음에 각종 야채를 4월 부터 심기
시작하면 약간 쌀쌀할때 열무가 잘 됩니다. 한 두번은 열무김치를 담아 먹고 몇개 남은 무우에서 꽃이 피면 이쁘지요.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물을 좋아하는 오이는 정말 많이 따 먹었네요.
지난 주 월요일에 그 유명한 족태양방광경을 강의하러간 사이, 남편께서 생강을 캐다 놓았어요. 옛날 태어난 남자들은
밭에서 가져오는것은 잘하는데요, 그 다음에는 전부 제 일입니다. 특히 전라남도 여자들은 일 많이 합니다. 밭일도 함께하고 논일도 함께하고, 집에와서 밥은 여자만하고 남편은 깨끗이 씻고 술한잔 하던지 아니면 왜? 빨리 밥 안주냐고 하지요.
친구가 단양에 살아서 한번 친구집에 간적이 있는데, 아! 이것 뭡니까?! 전부 남자들이 밭을 매요. 정말 놀랬습니다. 여자들은 밥이나 하고 집안일하고요. 단양에는 마늘이 유명해서 마늘밭은 모두 남자가 풀을 맵니다. 충청도 남자들 정말 매력만점이죠~~!!.
생강은 갓 캐오면 별로 크게 할 일은 없습니다. 껍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잘 쪼개서 씻으면 됩니다. 밭에서 가져온 것들은 시간이 가면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빨리빨리 처리하는 편이지요. 늦은 밤까지 생강을 잘 씻어서 바구니에 담아놓고, 남편에게 복지관에서 봉사하고 올테니 좀 썰어 놓으세요. 거의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게 되지요. " 내가 그런것까지 해야해?!" 하며 성칼 부리면 골치 아픔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질난 남편 전화가 옵니다. "얼마크기로 잘라야해" 아! 목소리가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목적은 이룰것 같습니다. 점심까지 먹고 집에 오니 생강은 없어요. 생강은 옥상에서 마르고 있는중이더라고요. 하하.
주로 제가 담는 청은 매실청이나 돌복숭아 청인데요. 그냥 씻어서 물기 제거하고 설탕과 동량으로 담아두면 문제가 없이 시간지나
물에 희석해서 먹으면 되는데요. 생강은 단단한 성질이 있어서 모두 즙을 내거나, 믹서에 갈아서 만든다고 해요.
새벽에 일어나 우선 담을 통을 준비하고 반나절 마른 생강을 모두 가져와서 저울에 달았죠.
믹서에 갈려고 하니 안 갈려요. 그래서 오미자청을 조금씩 부어가며 생강을 갈고, 그래도 부족해서 이번에는 복숭아청을 넣어 갈았답니다. 상당량의 생강이 준비되었죠. 마트에서 설탕을 사다가 주걱으로 이리저리 섞어주니 드디어, 맛있는 생강청 완성입니다.
생강청 저은 나무주걱에 묻은 것을 핥아 먹어보니 아! 맛 좋고 향 좋은데 종일 매워요. 좀 익으면 괜찮을것 같습니다.
이곳에 이사와서 15년 넘게 텃밭을 가꾸면서 점차적으로 남은 농산물처리에 고심할때가 있습니다. 도마토나 가지, 오이등은 많이 버리게 됩니다.
그런데 올해처럼 기후가 변덕이 심할때는 농부들 거의 목숨걸고 농사 짖습니다. 너무 뜨거워서 새벽이나 밤에 간다고 하는데요
오후 7시에도 너무 더우니 천상 새벽에 일 거의 해야하므로 농사를 정성스럽게 짖기가 매우 힘들어요.
농산물 앞으로 저렴하게 사먹을수 있는 시절은 지나갔습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인건비가 들어간것은 모두 비싸다고 하는데,
우리 농산물 생산도 가격도 매우 비쌉니다. 여기도 농사에 전부를 거는 사람은 점차 줄어들고 공장등에 다니면서, 소량씩 하거나 심기만 하고 돌보지 않는곳도 많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저는 더 농사에 매달리게 됩니다. 생산해서 먹을수 있는것들을 늘 심고
가꿔야하지요. 제가 올해 얼마나 더위에 시달렸는지 체질까지 변했습니다. 전에는 늘 콧물을 달고 살았는데요, 이제 과로하면 虛熱이 마구마구 올라와 한약을 늘 먹는 편이지요. 식사도 아주 규칙적으로 잠도, 운동도 칼처럼 하면서 저 자신에게 가혹할 만큼 정확한 잣대를 들이대고 삽니다. 항상 자신에겐 엄격하고 남에겐 관대하자는 다짐을 해보지요^^.
미용실하는 동생에게 생강청을 팔아보라고 했습니다. 동생이 금방 세건을 물어 왔어요. 하하.
동생을 믿는 사람들의 감사함을 보답하려면 정성까지 더한 +a 가 있어야겠지요???.
일단은 동생에게 이것저것 조금씩 보내려고요.
남는 농산물을 남에게 주거나 팔거나 하는 과정도 제가 나이를 극복하고 활기있게 살아가는 하나의 방편으로 자리잡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적어 봅니다. 농산물 구입하실때 한번 더 농부의 수고를 생각해 주세요.
감사합니다^^.